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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륵암 풍경
 북미륵암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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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륵암 찾아가는 길

전남 강진에서 국도 2호선을 벗어나 만덕산을 끼고 1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완도 가는 55번 지방도로를 타고 간다. 기암들이 솟아 있는 석문을 지나고, 땅끝기맥으로 이어지는 덕룡산과 주작산의 올망졸망한 하얀 암릉이 아름답게 보인다. 대둔사 표지판을 보고 827번 지방도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오소재가 나온다.

오소재는 주작산과 두륜산 사이로 난 길이다. 작은 공원과 함께 약수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약수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작은 물병을 채우려다 그만 돌아섰다. 커다란 통들이 세워진 줄은 오래 기다려야 물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북미륵암 가는 길은 대둔사로 올라가도 되겠지만 너무나 큰 사찰인 대둔사(대흥사)를 지나오다 보면 작은 암자가 더욱 작게 느껴질까봐 오소재로 오르는 길을 잡았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 오소재에서 올라선 길 호젓한 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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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숲길? 지루한 산길

등산로 입구에는 오심재 0.9㎞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등산로에 들어서니 하늘을 덮은 나무들과 촉촉한 숲길은 싱그럽기만 하다. 산길은 둘이 걸어가도 될 정도로 넉넉하며, 맨발로 걸어가도 좋을 만큼 땅이 부드럽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적어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

하지만 상쾌한 기분도 잠시. 숲은 햇볕을 차단하고 습기를 잔뜩 머금어 무척 답답하다. 바람도 들어오지 않으니 온몸은 땀으로 젖는다. '0.9㎞로가 이렇게 긴가?' 답답한 숲길은 지루하기만 하다. 얼른 하늘이 보고 싶다.

40여 분 올라왔을까? 하늘이 보인다. 넓은 풀밭에 헬기장이 자리 잡고 있다. 오심재다. 커다란 바위를 이고 있는 모습의 노승봉이 구름을 피어내며 내려다보고 있다. 답답한 마음이 확 터진다. 발목을 덮은 풀숲을 헤치며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하얀 범꼬리 꽃이 강아지풀 마냥 한들거리고 있다.

범꼬리가 한들거리는 풀밭이다.
▲ 오심재 범꼬리가 한들거리는 풀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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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재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지친 목을 축인다. 안내판에는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으로 이어지는 두륜산 암봉(岩峰)들이 유혹을 한다. 하지만 잔뜩 흐린 하늘이 만류를 한다. 언제 비를 만날지 모르겠다. 비가 온다면 바위를 타고 다니는 게 위험하다.

오늘은 북미륵암만 보기로 하고 길을 잡았다. 표지판에는 0.6㎞를 알리고 있다. 오심재에서부터는 산언저리를 타고 평평한 숲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올라오던 길과는 달리 시원한 바람도 맞으면서 싱그러운 숲길을 걸어간다.

너무나 웅장하고 아름다운 마애불

20여 분 걸으니 커다란 유리 건물이 보인다. 북미륵암이다. 아래로 내려서니 용화전(龍華殿)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다. 열린 문 사이로 커다란 마애불과 눈이 마주친다. 전각이 답답하리만큼 웅장한 마애불에 기가 죽어 버린다. 그리고 '와!'하는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안에 커다란 마애불이 앉아있다.
▲ 용화전 안에 커다란 마애불이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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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의 크기에 놀라고 정교한 석공의 손길에 감탄한다.
▲ 마애불 마애불의 크기에 놀라고 정교한 석공의 손길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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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의 크기(4.2m)가 큰 것에 놀라기도 하지만 온화한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마애불의 너무나 정교한 모습에 한 번 더 놀란다. 오른손에는 손톱까지 만들어서 사실감을 높였으며, 광배 주위로 비천상을 배치하여 바위 전면을 꽉 채워 놓았다.

보고 또 봐도 너무나 아름답다. 몇 번을 다시 보고 손을 만져보면서 천 년이 넘게 살아 숨쉬는 석공의 숨결을 느껴본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몇 차례 산행객들이 절을 올리고 돌아나가는 동안 한참을 취해 바라보았다.

커다란 부처가 내려다 보는 눈길이 보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 온화한 부처의 모습 커다란 부처가 내려다 보는 눈길이 보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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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위에 앉아 있는 마애불
 연꽃 위에 앉아 있는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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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묶어 놓고 하루만에 만들었다는 마애불

신라 말에 조성된 마애불에는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천상에서 죄를 짓고 쫓겨난 천동과 천녀가 다시 천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하루만에 불상을 조성해야 하는데, 하루만에 완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해가 지지 않도록 천년수 나무에다 끈으로 해를 매단 채 불상을 조각하였다.

천동은 남쪽 바위에 서 있는 불상을 조각하고 천녀는 북쪽 바위에 앉아 있는 불상을 조각하였는데, 좌불상이었기 때문에 먼저 일을 마친 천녀가 하늘에 빨리 오르고 싶은 욕심에 해를 매달아 놓은 끈을 잘라버렸다. 이에 해가 지자 천동은 불상을 더 이상 조성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모습이 미완성된 채 남미륵암 터에 있다고 한다.

전설 속에 나오는 북쪽 바위에 앉아 있는 불상이 바로 북미륵암 마애불이다. 천년수와 남미륵암터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동화책에서도 나오고, 어렸을 때 재미있게 들었던 옛날이야기다. 이야기 속의 불상이 이 마애불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부처님 손바닥 위에 올려진 삼층석탑

북미륵암은 용화전 외에 요사인 절집 한 채와 석탑 두 개가 있다. 한 개는 마애불 뒤 쪽에 있으며, 보물 제 301호로 지정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마애불 전면 바위언덕에 서 있다. 마애불에서 바라보면 저 높은 곳에 석탑을 왜 만들었는지 의아하게 한다.

보물 제30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탑의 원형을 잘 갖추고 있다.
▲ 마애불 뒤에 있는 삼층석탑 보물 제30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탑의 원형을 잘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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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석이 바위가 대신하며, 바위는 마치 부처님 손박닥 모양으로 생겼다.
▲ 마애불 앞 언덕에 세워진 삼층석탑 기단석이 바위가 대신하며, 바위는 마치 부처님 손박닥 모양으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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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으로 올라가는 철계단이 있다. 숲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삼층석탑이 있다. '어! 부처님 손바닥위에 탑이 서 있네' 탑은 기단부가 없이 바로 몸돌을 올렸으며, 기단을 만들고 있는 바위는 마치 부처님 손바닥처럼 크고 우람하게 생겼다. 마치 커다란 손 위에 작은 탑을 세워 놓은 것 같다. 탑 각 층 옥개석에는 풍경을 걸었던 홈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모양이 마치 돼지 코처럼 보인다.

숲길을 따라 더 들어가니 산신각이 감춰져 있고, 그 뒤에 커다란 바위는 전망이 너무나 좋다. 아래로 대둔사가 내려다보이며, 두륜산 정상인 가련봉이 구름 사이로 들락거린다. 바위에 앉아서 바람을 맞는다. 시원한 바람은 온몸을 감싸고서 나의 묵은 때를 씻겨준다.

덧붙이는 글 | 오소재에서 한시간 정도면 북미륵암에 갈 수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천년수와 만일사터, 그리고 남미륵암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태그:#북미륵암,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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