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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YTN 사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3일 '회사 순시'를 한다며 YTN 본사 안에 첫발을 들여놓은 후, 4일에는 노조 조합원들의 눈을 피해 오전 11시경 기습적인 방법으로 사장실 입성에 성공했다. 

 

구 사장은 5일에도 "조찬회의를 마친 뒤 예정대로 출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에는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오늘 오전 회사 집무실에 처음으로 정식 출근했다"며 "임원과 실·국장 전원이 참석한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인사문제, YTN 위상을 둘러싼 제반사항 등 당면 현안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업무지침을 내렸다"고 전하며 업무 시작을 기정사실화했다. 

 

구 사장의 이런 행보는 "조합원들이 반대하면 기다리겠다"던 기존 태도에서 180도 선회해 '출근 강행' 쪽으로 입장을 굳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 사장이 정면 돌파 모습을 보임에 따라 YTN노동조합(지부장 대행 김선중)의 대응도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경석 전 지부장이 제안한 '구본홍 협상안' 등으로 다소 분열된 모습을 보였던 사내가 구 사장의 급작스러운 '기습 행보'에 따라 다시 하나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낙하산 사장'을 둘러싼 YTN의 노사 대립은 향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열' 판단 후 '출근 강행' 선회한 듯... 노조 다시 결집해 전망 '미지수'

 

구 사장이 이처럼 '출근 강행' 쪽으로 입장을 바꾼 데는 지난 3개월여에 걸친 긴 싸움으로 YTN 내부의 투쟁 동력이 많이 약화됐다는 관측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7월 31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박경석 전 지부장이 제안한 '구본홍 협상안' 총투표 실시 여부를 표결에 붙인 결과, 반대 18표, 찬성 17표(기권 3표)로 아슬아슬하게 부결된 바 있다.

 

이는 '낙하산 사장'에 대해 강한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경파'와 방송을 둘러싼 외부 상황을 고려해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온건파'가 사내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셈이 된 것.

 

결국 이런 내부 분위기를 틈타 구 사장은 휴일인 지난 3일 '사내 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장 업무에 돌입했다. 하지만 구 사장의 '기습적 본사 입성'으로 YTN 내부가 다시 결속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구 사장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선중 지부장 직무대행은 "사측은 일부 강성노조의 사주에 의해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고 하지만 내일 출근저지투쟁부터 우리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또한 구 사장으로서는 자신이 제의한 협상안이 결국 부결되고, 장차 새 집행부가 꾸려질 상황에서 '출근 강행'말고는 선택할 카드가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사장 추인을 받은 뒤, 2주 넘게 정식 출근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삼고초려'를 하듯 돌아가는 모습만 보일 수는 없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구 사장은 협상안이 부결된 후인 지난 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화를 제의해도 그쪽(노조)에서 거부를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노조의 대화 거부가 정당한 거부인지 아닌지 결과를 보고 말해 달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향후 '민영화 위협' 카드로 노조 압박할 듯

 

기습적인 방법으로나마 출근을 시작한 구 사장이 향후 사내를 추스르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은 과연 무엇일까? 협상안이 백지화된 상황에서 구 사장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사법처리'와 'YTN 민영화 위협' 두 개 정도일 것으로 조합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중 사법처리는 공권력을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향후 구 사장 측이 직간접적인 '민영화 협박'을 통해 심리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구 사장은 4일 사장실에서 진행한 간부회의(임원, 실·국장 전원 참여)에서 "민영화에 관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말을 던졌다. 사실상 조합원들을 향한 발언이다. 지난 번 구 사장이 박경석 전 지부장에 제안한 협상안도 결국 '뉴스채널의 소유제한 완화' 등 험난한 외부 환경에 맞서 노사가 힘을 합치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조합원들은 사측부터 정부 고위층까지 이어지는 '낙하산 사장 모시기' 라인에 의해 끊임없이 YTN 민영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원이 직간접적인 취재기자인 조합원들의 눈과 귀에 의해 계속해서 이런 말이 들리고 있다는 것. 

 

노종면 앵커는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나서 조합원들에게 YTN 공기업 지분을 다 팔아넘기겠다는 협박을 가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면서 "사측도 최근 민영화 문제가 시급하니 신경을 쓰라는 주문을 곳곳에서 하고 있고, 구 사장이 회의실에서 논의했다는 민영화 관련 회의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실제로 민영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사측은 조합원들을 교란하기 위한 전술로 대대적인 선전을 통해 민영화 위협을 가할 것이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말고 집행부 판단에 따라 앞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영화를 한다는 것은 주주의 지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인데, 현 증권시장 상황을 봤을 때 이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자격 기준에 맞는 매수자를 찾고, 금감원 신고사항도 법 요건에 맞게 준수하려면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

 

또한 민영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한다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회사 간부진이고, 이는 간부들을 결속 시킬 수 있는 카드일지는 모르나 조합원들을 압박할 카드는 아니라는 설명도 나왔다.

 

"정권 차원 민영화 압박"... 공권력 투입 움직임도 보여

 

노 앵커는 신재민 차관이 '구본홍 낙하산 논란'에 대해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이니 따지려거든 이사회에 가서 할 일이지 왜 엉뚱하게 정부 탓을 하느냐"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개가 웃을 일"이라고 일갈했다. 철저하게 정권 차원에서 YTN 장악이 시도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최근 흘러나오는 민영화 논의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덕수 전 지부장도 "YTN 민영화와 다른 보도채널 허용 등이 압박과 회유의 주 내용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경영기획실은 달라고 하는 자료는 주지도 않으면서 친절하게도 민영화 논의에 대한 정보사항은 그대로 노조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전 지부장은 "더 나아가 7% 정도 되는 우리은행 지분을 시장에서 판다는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며 "우리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이것을 시장에서 매각하겠다는 것은 협박 이상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 전 지부장은 또 "YTN의 지분 중 58% 이상이 공기업 소유인 것은 보도전문채널로서 공공성 실현에 가치를 둬야 한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있는 것"이라며 "이제 와서 느닷없이 구본홍과 결부돼 민영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방송장악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측에서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력을 행사할 움직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4일 오전부터는 사내 곳곳에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배치되기 시작했으며, 한 정보과 형사는 노사가 대립 중인 YTN본사 17층 사장실 앞까지 진입해 동태를 살피다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진상옥 경영기획실장이 불러서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구 사장도 4일 오후 조합원들이 계속 연좌농성을 이어가자 김선중 직무대행을 통해 "사내에 들어온 이상 노조원들에게 끌려 나가듯 나갈 수 없다"며 "밀어붙이려면 붙여라, 그렇게 하면 경찰에 통보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것으로 밝혀졌다.

 

YTN노조는 "구씨와 사측의 비겁한 행태는 노조원들을 자극해 공권력 동원 명분을 쌓기 위한 빌미를 만들려는 시도로 판단한다"며 "사측은 대선 특보 출신 사장에 반대하고 공정 방송을 사수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업무 방해'라며 엄포를 놓고 연일 수위를 높여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구 사장과 사측의 태도가 '강경'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향후 벌어질 노조의 출근저지투쟁에 있어서는 공권력 투입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루 빨리 새 지부장 선출해 본격적 투쟁 나설 것"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YTN노조는 향후 대응 마련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우선은 박경석 전 지부장과 김인규 전 사무국장의 자진사퇴 이후 직무 대행체제로 꾸려지고 있는 노조를 하루속히 정상화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지부장 보궐선거를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4일부터 오는 6일까지 후보 신청 접수를 받고, 11~12일 양일간 지부장 선거를 한 뒤, 13일부터는 새 지부장 체제로 전열을 가다듬어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 전까지는 계속해서 출근저지투쟁을 이어가 구 사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할 예정이다.

 

YTN노조는 4일 밤 성명을 통해 "우리는 갈수록 구성원들의 분열만 도모하며 15년간 쌓아온 YTN의 위상을 무너뜨리고 있는 구본홍씨에게 분명히 경고한다, 지금이라도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당장 YTN 사장에서 물러나는 길만이 최선이라는 것을 밝혀둔다"고 강조하며 향후 투쟁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태그:#YTN, #구본홍, #출근저지투쟁, #민영화, #YTN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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