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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여행을 떠나는 날 도심의 새벽풍경
▲ 도심의 새벽 산골여행을 떠나는 날 도심의 새벽풍경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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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방학을 맞아 중학교 2학년 막내 녀석과 단 둘이서 강원도로 산골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막내는 잠결에 아직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밖은 아직 간밤의 어둠이 골목에 남아 서성대고 있다. 누군가를 몹시 기다리는 사람처럼 도심은 긴장감이 감돈다. 어슴푸레한 가로등 불빛은 힘없이 스러져가고 있고 도심의 도로는 텅 빈 가운데 도로의 차선만이 길게 누워있다. 길 건너 높은 교회 건물 사이로 한줄기 빛이 길게 들어온다. 그 빛은 도심을 파고들며 새벽을 열어 젖힌다.  

도심의 길가에 무궁화 꽃이 환하게 웃고 있다. 새벽 이슬을 머금은 무궁화 꽃은 부드러운 아침빛으로 근사하게 화장을 하고 있다. 마치 천사의 얼굴을 보는 듯 꽃에 미소가 가득 넘쳐 흐르고 싱그럽기만 한다. 무궁화 꽃을 많이 보았지만 오늘 새벽에 만난 무궁화 꽃은 귀여운 막내의 얼굴을 보듯 나의 시선을 잡아끈다.

 도심의 새벽에 핀 무궁화
▲ 무궁화 도심의 새벽에 핀 무궁화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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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충주 댐이 보인다. 그 충주댐 아래로 강물이 조용히 흐르는데 물빛이 흙빛이다. 아마 비가 온 후라서 그런 모양이다. 그 위로는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주변 분위기를 멋지게 연출한다. 마치 영화 촬영이라도 할 분위기로 황홀감에 빠져들게 한다. 막내는 잠이 깼는지 힐끔힐끔 쳐다보며 바깥풍경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아빠! 여기가 어디야?"
"충주댐."
"여기가 강원돈가요?"
"아니 여긴 충북이지. 너 이런 물안개 처음 보지 않냐?"
"처음 봐요."
"우리 집 근처의 저수지도 이럴 때가 많아, 일찍 일어나 봐."

충주호를 끼고 비포장으로 되어 있는 산길을 걸었다. 충주호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하늘은 무거운 구름으로  덮여 있지만 금세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넓은 호수에 간간이 유람선만 오고 갈 뿐 너무 조용하여 적막감이 든다.

산길 모퉁이를 돌아 조그만 재로 올라섰다. 눈앞에 펼쳐진 충주호 모양이 눈에 익는다. 마치 한반도 모양으로 펼쳐진 모습이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참으로 아쉽다. 물속에 투영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떠 있는 충주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아침에 본 충주호
▲ 충주호의 모습 아침에 본 충주호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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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이 지나는 아름다운 충주호
▲ 충주호2 유람선이 지나는 아름다운 충주호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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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계명산의 산길을 따라 인적없는 곳으로 한참을 걸어올라 갔다.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충주호 건너편의 산꼭대기엔 흰 구름이 그림처럼 걸쳐 있고, 그 아래 호수에는 긴 물결을 만들며 지나는 유람선의 모습이 너무도 평화롭다. 마치 유람선이 산꼭대기의 구름을 타고 호수로 내려와 그 물위를 나는 듯 너무 아름답다.

미끄러지듯 달리는 유람선을 따라 물결이 끝없이 이어지며 호수에 새로운 멋진 그림을 그려 놓는다. 호수에 백조가 날지 않아도 충분이 아름답다. 산 그림자가 있고 아름다운 물결을 만들며 지나는 유람선이 떠있는 충주호는 한 폭의 그림처럼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곳이다.

막내는 이곳 풍경에 별 관심이 없는지 핸드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다 꽂고 엉뚱한 짓만 해댄다. 하지만 날씨가 더운데도 불평하지 않고 잘 따라 다닌다. 내가 사진 찍는 데 조수 역할을 한다며 나섰는데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 잘도 따라온다. 아마 엄마가 있었으면 어리광을 부렸을 텐데, 제법이다.

계명산의 임도를 따라 비탈길을 오른 후 모퉁이를 돌아 다시 내려왔다. 옥수수 밭과 미루나무가 길게 서있는 조그만 마을이 보인다. 마을 지붕 너머로 충주호가 멀리 보일뿐 지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구름이 짙어 지며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진다.

마을길을 지나 국도로 들어섰다. 단양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차창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페달을 깊게 밟았다. 빗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리듬 삼아 콧노래를 부르며 충주호의 월악 나루터로 들어섰다. 갑자기 비가 멈추며 먹구름이 금세 흩어진다.

월악 나루에서 묵밥으로 점심을 먹고 이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호수 건너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먹구름에 휩싸여 있는 이 산은 분명 월악산인데, 가만히 살펴보니 마치 여인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보면 볼수록 윤곽이 너무 뚜렷해 산이 아니라 거대한 예술 조각으로 느껴질 만큼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곳 월악나루에는 충주호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이 있고 유명한  월악산과 시원한 송계계곡이 10분 거리에  있다.

마치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이다
▲ 월악산의 모습 마치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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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송계계곡으로 향했다. 왼쪽엔 월악산이 우뚝 솟아 있고 오른편엔 맑고 시원한 송계계곡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계곡에는 야영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숙박할 수 있는 펜션과 민박집도 많이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다. 맑은 물이 가슴을 뛰게 한다. 슬리퍼를 신은 채 물속으로 들어갔다. 금세 시원한 냉기가 온몸에 돈다. 바람이 계곡을 타고 쉼없이 흐른다. 시원한 바람은 아니지만 한여름에 물가에 앉아 더위를 식히기에 그만이다.

다시 계곡을 나와 단양으로 향했다. 또 다시 비가 오락가락한다. 하천엔 빗물이 불어나 요란하게 흐르고 산허리엔 구름이 혼란스럽게 걸쳐있다. 하천을 따라 낮게 떠있는 구름은 잔뜩 찌푸려 있고, 산허리를 나는 구름은 흰 구름 일색이다. 비가 올 건지 말 건지 여간 분간하기 어렵다. 하지만 하천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자꾸만 가슴을 설레게 한다. 강가에는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이고 건너편 산허리에 걸쳐 있는 흰 구름은 금세 푸른 하늘을 날 것 같은 느낌이다.

예상과 달리 빗방울이 다시 굵어진다. 멀리 소백산이 어렴풋이 보이고 온달산성과 구인사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비를 맞고 서 있다. 하천 건너에는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 우중에 가물가물 보이는데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워 조용히 찾아드니 드라마 <연개소문> 촬영지다. 우중이라 겉에서 바라만 보고 다시 길을 나섰다. 막내는 말없이 음악에만 몰두하고 있다.

"너 온달장군 알아?"
"알지요, 바보 온달..."
"어, 그래. 바보가 아니구나."
"헐~(어이없다는 뜻)"
"저 뒤에 보이는 산은 무슨 산 인줄 아냐?"
"글쎄요."
"예전에 우리가족이 함께 오른 산인데..."
"아, 소백산!"
"역시 바보가 아니었구나."
"아빠는 날 뭘로 보고..."

빗방울 소리가 다시 약해졌다. 산길을  돌아 영월을 향해 가다가 산등성이에서 가득 피어있는 해바라기 밭을 만났다. 차를 조심스럽게 길옆에 주차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해바라기 밭이다. 그 풍경이 너무 장관인지라 이리저리 바쁘게 장소를 옮겨 가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막내는 우산을 받혀주고 열심히 따라다니며 해바라기에 관심을 보인다.

한참을 그렇게 찍고 있는데 어디선가 한 노인이 소리를 지른다. 그 곳으로 오라는 신호 같다. 그 곳으로 올라가자 노인은 사진 찍을 장소를 일러 준다. 그곳은 해바라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곳으로 해바라기 밭의 중심이었다. 어림잡아 만여 평이 넘는 것 같은데 관광지로 손색이 없었다. 다만 주차장과 같은 편의시설이 없어 아직은 여러 사람이 관람하기엔 많이 불편할 것 같다.

고개를 돌리고 서있는 해바라기 밭
▲ 해바라기 고개를 돌리고 서있는 해바라기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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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줄지어 서있다
▲ 해바라기밭 해바라기가 줄지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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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에는 고수 동굴, 천동굴, 도담삼봉 등 여러 명소가 있지만 우중이라 별 수 없이 숙박지를 향해 영월로 향했다. 영월은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아름다운 곳이다.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이 되어 단양을 거쳐 충주로 흘러간다.

이곳 영월에서는 동강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동강은 경관이 매우 수려할 뿐만 아니라 래프팅이 매우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래프팅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동강 축제가 열리는 영월 읍내를 돌아본 후 시간이 남아 영월읍 북쪽에 있는 봉래산으로 차를 몰았다.

영월읍내에서 바라본 동강
▲ 동강 영월읍내에서 바라본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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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에 오른 꼬마아이
▲ 봉래산 봉래산에 오른 꼬마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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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별마로천문대가 있는 곳으로 차가 산 정상까지 올라 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이 좁아 큰 차를 만나면 비켜가기가 어렵다. 봉래산은 높이가 해발 799.5m로 정상에서 영월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경치가 빼어날 뿐만 아니라, 별마로 천문대가 있어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먹구름이 산 정상을 덮고 있어 사방을 분간할 수가 없다. 이곳 천문대는 3시 이후부터 관람을 할 수 있는데 미리예약(http://www.yao.or.kr/index_start.html)을 하고 오면 좋을 듯하다. 한참 동안 구름이 걷히기를 고대하다가 다음을 기약하고 산을 내려왔다.

동강이 흐르는 영월 삼옥마을의 저녁풍경
▲ 해지는 도강의 풍경 동강이 흐르는 영월 삼옥마을의 저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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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 아래 마을로 내려오니 땅거미가 길게 드리운다. 영월군의 북동쪽에 위치한 이곳 삼옥 마을은 동강이 휘감듯이 마을을 돌아 흐르고 있고 강둑에는 큰 미루나무가 시원히 강바람을 맞고 서 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또한 국제 현대미술관이 있어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그 아래로 여러 펜션 마을이 있는데 저녁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다시 이곳에 앉아 해지는 멋진 산 풍경을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내와 강둑에 아무렇게 주저앉아 저무는 해를 한참 바라보았다. 멀리 영월시내에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서 또 하루가 멀어져 간다. 막내 녀석은 맘에 드는 민박집을 찾아 나선다. 다행히도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민박집 마당 가운데 고기 굽는 냄새가 너무나 향기롭다. 

어둠이 내린 영월의 풍경
▲ 영월의 야경 어둠이 내린 영월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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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코스 : 충주호 - 덕산면 - 월악산 송계계곡 - 단양 - 영춘면  - 영월 - 봉래산 - 영월삼옥리

덧붙이는 글 | sbs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산골여행, #충주, #단양,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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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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