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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성대한 결혼식을 거행하지만 신혼부부나 부모들의 부담이 커서 결혼 후에 빚더미에 앉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럼 이러한 경제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검소한 결혼식'인가?

 

중국의 경제성장과 개방으로 급등하는 결혼비용

 

중국의 결혼비용은 과연 얼마나 들까?  중국 국제웨딩협회의 <2007중국결혼발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평균 결혼비용은 12만 원(한화 810만 원)이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짱쯔'는 2007년 춘절에 휴가를 내고 고향인 '란저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증을 받았다. 그는 결혼비용을 절감하려고 비싼 웨딩업체를 통하지 않고 숙부에게 결혼식 진행을 맡게 했고 웨딩촬영도 아는 친구를 통해 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비용보다 지출이 많이 초과되어 결혼 후 가계에 큰 부담을 떠안게 생겼다며 탄식을 한다.


상하이 웨딩산업협회 조사(2006)에 따르면 2006년 상반기 상하이 신랑 신부 평균 결혼비용은 16만 원(한화 1081만 원)에 달하고 3년 전에 비해 무려 3배나 올랐다고 한다.

 

농촌 가정의 결혼비용은 연 수입의 10배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허난성 안양의 어느 현 가정에서 출생한 '류이지엔'은 베이징에 와서 일을 하는데, 현재 허난성 고향에 가서 신부감을 구하고 결혼을 하려면 3만 원(한화 202만 원)이란 거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류이지엔의 고향 농촌 연 평균소득은 2, 3천 원(한화 15만 원). 10년을 모아야 아들 결혼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농촌의 결혼은 도시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결혼에 골인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농촌은 쌍방이 소개로 만날 때 초면인사 비용 2천 원(한화 13만 원)까지 주어야 하고, 쌍방이 처음 만나서 결혼이 성사되는 데 보통 1년 내지 2년은 걸린다.

 

더구나 춘절(설날) 때 같은 명절이 끼면 예비신랑은 신부 집에 선물을 주어야 한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차이리(彩礼, 한국의 예물)라고 하는 것이다. 류이지엔의 고향집에서 차이리는 현금으로 만 원(한화 67만 원)정도. 차이리는 지방이나 경제수준에 따라서 다른데 절강성 시골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서 10만 원(한화675만 원)에 달한다.

 

중국 결혼에서 차이리는 무엇이고 금액은?
 

중국에서 수천 년 넘게 전통혼례 풍습으로 이어져 온 '차이리'는 무엇인가? 한국의 혼인풍습인 예물이 바로 중국에서는 현금이 오가는 '차이리'란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은 한국은 신부 측이 신랑 집에 예단이나 예물을 주는 것이고, 중국은 반대로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돈을 주는 것이다. 
 
중국의 차이리는 지역에 따라서 금액이나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현재도 중국 전역에서 차이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신 중국 건설 이후 중국 혼인법은 매매혼을 금지하고 있고 차이리 풍습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도 여전히 농촌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성행하고 있고 도시에서도 아직도 남아 있는 전통혼례 예물풍습이다.
 
한국 남자가 중국에 와서 중국 신부를 찾으면서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것이 바로 중국의 차이리 풍습이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신랑이 신부 측에게 거액의 돈을 주어야 하니 수용하지 못하고 양국 문화차이로 인해 갈등이 많다. 한국 예비신랑이 보기에 중국의 풍습이 일종의 매매혼이란 느낌이 들어서 더더욱 거부감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 않았는가? 
 
중국인의 말을 빌려보면 "결혼은 인륜지 대사로 곱게 기른 딸을 남자 집에 보내는 데 일종의 보상차원"이란 것이다.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게 결혼 공증의 성격으로 일정액의 돈을 주어서 서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것.
 
중국 민속학자의 말에 의하면, 거액의 차이리는 나중에 이혼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남자 측이 부담을 안고 다시 이혼하고 재혼하려면 거금의 예물을 다시 주어야 하니 이혼을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부를 데려오면서 보상차원 성격인 차이리가 농촌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도 도농현상이 심각해 농촌에 신부가 부족해서 차이리 비용은 매년 폭등하고 있다. 비단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 예비 신랑 신부들도 차이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신부 측에서 거액의 돈을 요구해서 신랑 측과 갈등을 일으켜 파혼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가정법원 소송에서 이미 결혼한 부부가 차이리 반환 소송을 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결혼한 부부가 이혼하려고 하는데 결혼할 때 신부에게 주었던 차이리를 반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많다고 한다.
 
그럼 차이리의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 동북지방 진·현급 농촌에서는 약 2만 원(한화135만 원)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신랑 집 경제 사정에 따라 다르고 심지어 신부 집 경제 사정에 따라 신부 측이 요구하는 금액도 달라지니 정확히 얼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차이리를 신부가 받아 그럼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 일정 부분은 신부가 시집오면서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마련하고 새로 장만한 아파트의 인테리어 등에 지출한다고 한다. 그리고 신부 집의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일정액을 신부 부모한테 일정액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혼비용을 어디에 사용하는가? 

 

40년 전의 중국의 결혼 풍속도는 어떠했을까? 사진관에 가서 결혼사진 한 장 찍고 집에서 연회 테이블(상)을 놓고 친지들을 초청해 밥을 먹는 게 전부였다.

 

50년대 중국에서 결혼할 때는 무얼 사갔을까? 바로 손목시계, 재봉틀, 자전거였던 것이 80년대에 들어와 칼라TV, 냉장고, 세탁기로 발전했다. 이후 90년대에는 전화, 컴퓨터, 에어컨이었던 것이 현재 예비신혼부부들은 아파트, 자가용, 가정 영화관으로 발전했다.

 

90년 초 도시의 결혼비용은 2만 원(한화 135만원), 80년대 대비 4배, 30~40년대에 비해서 무려 135배나 증가했다. 5년 전 대비 평균 88.8%나 증가했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의 예비 신혼부부들은 겉치레 비용과 함께 결혼을 투자로 생각하는 비용(아파트, 인테리어, 자가용)을 합쳐서 80만 원(한화 5405만원)~100만 원(한화 6756만원)에 달하고 심지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주택의 비중이 날로 예비 신랑 신부들에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월간 <小康>의 설문조사(2007년 4월)에 따르면 응답자의 1/3이 아파트 구입을 결혼조건의 필수라고 응답했다. 이것만 보아도 중국에서 주택구입이 결혼의 첫 번째 조건 중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농촌의 현실은 은행대출이 되지 않아 도시보다 집을 사기가 더 어려워 집을 준비하는 과정을 '공정'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러나 농촌에서 집을 마련하지 않고 신부를 찾으려고 하면 결혼에 성공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중국 웨딩협회 조사(2007년 9월)에 의하면 예비 신혼부부 조사자 중 86%는 월수입 8천 원(한화 54만 원)이 되지 않았고 대다수는 월수입이 5천 원(한화 33만 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수입으로 10만 원(한화 675만 원) 이상을 결혼비용으로 지출한다는 것은 당연히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조사자 중 47%는 결혼비용의 20~60%를 부모의 도움을 받는다고 응답했고, 그 중 14%의 예비신혼부부는 결혼비용의 80~100%를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 답했다. 중국의 인구정책으로 인해 소황제, 소공주가 늘면서 부모들은 평생에 한 번인 자녀 결혼을 위해 아파트, 인테리어, 자가용을 구입하고 기타 결혼비용을 지출하기 위해 평생 저축한 돈의 1/3을 쓴다고 한다. 심지어 할아버지, 외할아버지까지 결혼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고.

 

중국의 결혼비용이 왜 이리 급등할까?

 

중국의 결혼비용 상승의 주된 원인은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웨딩산업 발전에 있다. 그러나 생활수준 향상 이외에도 엄청난 결혼비용을 지출하는 주된 이유는 중국인 특유의 겉치레, 체면을 중시한 민족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베이징 대학 사회학과 샤쉐이루안 교수는 "중국인의 국민성은 허영심"라고 말하면서 체면 중시풍조가 겉치레만 중시하는 결혼풍조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신랑 신부를 태운 리무진과 친지를 태운 렌트 승용차가 도로에 행렬해서 이동하면 정말 그런 장관은 없다. 시내 교통이 마비가 될 정도로 긴 차량행렬이 이어진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하나만 낳기 운동'으로 소황제들이 성장해서 이미 결혼 연령대를 형성하고 있어 중국 결혼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50, 60년대 어려운 세월을 보낸 문화혁명세대 부모들이 자기 자식들에게만은 초라한 결혼식을 시키지 않겠다는 일종의 보상심리와 남의 눈을 의식하는 체면중시가 같이 맞물려 노후자금까지 털어서 남부럽지 않은 성대한 결혼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태그:#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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