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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저녁 서울 종로 보신각앞 네거리에서 부시 미 대통령 방한 규탄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경찰들이 강제연행하고 있다.
5일 저녁 서울 종로 보신각앞 네거리에서 부시 미 대통령 방한 규탄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경찰들이 강제연행하고 있다. ⓒ 권우성

유년 시절 오락실이나 학교 앞 문방구에 놓여 있던 오락기들 가운데 하나. 동전을 넣으면 두더지들이 번갈아 튀어 오른다. 그걸 망치로 내리쳐서 점수를 얻는, 순발력과 강한 팔힘, 세상의 두더지는 모두 잡아 없애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게~임.

5일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시위자 검거 실적에 따라 건별로 2만 원에서 5만 원을 지급한다'는 성과급 관련 '늬우스'를 들으며 바로 그 '두더지 게임'이 떠올랐다.

두더지를 망치로 내리쳐서 잡으면 잡는 대로 점수가 올라가듯 '불법시위자'라는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거리의 국민들을 끌고 간 대가로 받는다는 그것이 오락기의 점수 같다는 생각. 물론 점수보다는 '현찰'의 힘이 더 무섭고 세다. 그러기에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비참한 일들이 더욱 염려되는 것이다.

현찰 이야기가 나온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내용이 좀 바뀌긴 했다. '시위대 검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경찰관에게 연행자가 구속될 때 5점, 불구속 2점, 즉심·훈방 1점의 마일리지 부여, 이를 향후 특진 및 표창의 기본 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두더지가 돼 버린 거리의 시민들을 향해 망치질만 잘하면 마일리지를 쌓아 특진에 표창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망치질을 공공연하게 더 잘할 수 있는 견고한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경찰의 임무는 '국민 사냥'이 아니다

 5일 밤 서울 종로 탑골공원앞에서 부시 미 대통령 방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붉은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발사해서 도로 곳곳에 붉은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다.
5일 밤 서울 종로 탑골공원앞에서 부시 미 대통령 방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붉은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발사해서 도로 곳곳에 붉은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다. ⓒ 권우성

공권력이 인신을 구속하는 데에는 법률에 근거한 엄격한 절차와 공정한 과정이 있어야 한다. 게임하듯 거리의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서 단계별(?)로 마일리지 점수를 주겠다는 발상은 그러므로 반 인권적이다. 불량한 정도에 따라 2만 원부터 5만 원까지, 1점부터 5점까지 매겨지는 '싸구려 몸값'에서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색소가 들어간 물대포로 주홍글씨를 새기고, 인도와 차도를 가리지 않으며 심지어는 영업중인 상점에까지 난입해 시민을 끌어내는 일이 결코 정의로운 법 집행이 될 수는 없다. 그 결과로 누리게 될 특진과 표창이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까? 마일리지를 위한 인간 사냥꾼이 되고 만 자신의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는 경찰도 얼마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이 경찰에게 부여한 임무는 '국민사냥'이 아니다. 국민들이 경찰에게 쥐여 준 공권력은 국민들을 향해 쏘라고 준 사냥총이 아니다. 경찰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는 '국민사냥'이 아니라 '국민보호'에 있다. 공권력의 권위를 길거리 오락 게임 수준으로 스스로 전락시키는 일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그들이 늘 말하던 민중의 지팡이, 민중의 경찰로 돌아가야 한다.

지나간 예전의 추억 어디에도 없는 '경악 늬우스'를 만들어 내며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가려는 일은 멈추어야 한다. 우리가 아는 '늬우스'는 흑백 시절의 추억이다. 그런데, 지금 듣고 보는 '늬우스'는 경악할' 만한 고통이요, 분노다. 추억은 없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고속도로 역주행을 흉내내는 '거짓 늬우스'나 '공포 늬우스'가 아니다. 감동의 눈물과 따뜻한 나눔과 위로가 있는 사람들의 '뉴스'를 원한다. '거짓 늬우스' '공포 늬우스'의 차량을 몰고 하는 역주행의 결과는 스스로의 목숨마저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촛불시위#마일리지#성과급#인권#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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