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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역시 집에서 먹는 삼계탕이 최고야!"

 

말복인 8일, 남편이 삼계탕을 먹더니 감탄을 연발한다. 마치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같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그럼에도 난 그동안 남편이 그렇게 좋아하는 삼계탕을 한번도 해주지 않았다. 이젠 이름 있는 날에 음식을 해 먹는것도 번거롭고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더운 날씨에 나가서 사먹으면 좋고 편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여 초복에는 가족과 함께 나가서 복음식을 사먹기도 했다. 남편은 간간히 친구들과 보양식을 사먹는듯 했다. 그렇게 중복까지는 잘 넘겼다. 그런데 말복을 며칠 앞두고 지나가듯이 "올 여름에는 집에서 삼계탕을 한번도 안 해주네"하는 것이 아닌가. 그말을 듣고 조금은 양심이 찔리고 말았다. 말복과 입추가 오는 시기가 가장 덥다고 한다. '그래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하고 입추 전날 삼계탕을 끓여 주었다.

 

 

그날도 눈 깜짝 할사이에 게눈 감추듯 했다. 그런 남편을 보고 "닭이 좀 작았나? 난 당신 혼자 먹을거라 작은 것으로 했는데", "무슨 소리 난 이것보다 더 큰것도 다 먹을 수 있어"한다. 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럼 말복날 또 해주지' 혼자 생각했다. 그것도 그날 가봐야 알 수있는 일이니 혼자 생각만 한 것이었다.

 

그런데 말복날 올들어 최고로 더운 날씨라고 했다. 거실의 온도가 33도. 집에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더울까? 생각하고 있는데 딸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운전하는데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너무나 덥다면서 엄마 아빠 더위에 잘 지내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자 마자 시장으로 가서 지난번보다 조금 더 큰 닭을 사왔다. 주말이라 아들몫까지 두 마리를. 시장에서 사니깐 닭똥집도 넣어주었다. 마트에서 사면 그런 일은 없는데.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더운 날씨에 더운 음식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오히려 개운한 느낌이 드는것은 정말 신기하다. 이번에는 한약재를 조금 넣어봤다. 닭, 황기,녹각, 대추, 마늘, 밤, 찹쌀, 한약재를 넣었는데도 마늘을 넣은 것은 남편이 마늘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에 불린 찹쌀을 닭 속에 넣고 마늘이나 밤으로 찹쌀이 세지 못하게 막아주었다. 닭 속에 있는 찹쌀이 익어 쫄깃쫄깃 찰밥이 된다. 닭속에서 익은 찰밥을 아주 좋아한다. 닭을 다 발라먹고 그 찰밥에 파와 후추, 소금을 넣고 먹으면 정말이지 몸의 피로가 쏵 풀리면서 기운이 나는 것같기도 하다.

 

찰밥을 먹으면 땀을 흘려 기운이 빠져 있을 때 보강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남편은 "마늘이 살살 녹아 그냥 넘어가네"하는 소리가 금세 들려 오는 듯하더니 "잘 먹었습니다"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난 "아니 한 마리를 벌써 다먹었어요. 더 줄까?" 하니 "배도 꽉차고 든든해" 한다. 한약재가 들어가 닭내도 안나고 향긋하니 아주 잘먹었다고 한다.

 

그런 맛에 더웁고 번거로워도 집에서 해주기 해주어야 하나 보다. 설거지를 하는 사이 남편이 슬며시 나갔다. 잠시 후 내가 좋아하는 참외를 한 보따리 사가지고 들어왔다. 삼계탕 끓이느라 수고했다면서. 남편이 갂아준 참외가 아주 달고 맛있다. 남편이 느끼는 맛도 바로 이맛인가 보다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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