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헬기는 봄철 혹한 산불진화임무를 수행하고 난 후 5월부터 9월까지 밤나무 병해충 항공방제를 시작한다. 밤나무 항공방제는 매년 농가소득을 위해 산림청에서 실시하고 있다. 지상 방제가 힘든 지역과 재배농민의 노령화로 자력 방제가 어려운 지역을 헬기를 이용, 밤나무종실해충을 방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밤 재배면적은 5만2천ha에 달한다. 친환경재배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밤 재배농민의 95%가 산림청의 항공방제에 의존하고 있다. 밤 소득을 위해서는 항공방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중형 헬기 8대와 헬기 1대당 조종사, 정비사, 유조차 기사를 투입한다. 산림청헬기 승무원들은 매일 새벽 4시에 기상을 한다. 이른 새벽에 항공방제를 실시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필자는 항공방제 승무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구례군 현장을 찾았다. 이날 역시 새벽 4시가 되자 승무원들이 묵고 있는 여관에는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여관을 떠나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간단히 달랬다. 차량을 이용해 헬기가 계류된 구례군 상수도사업소로 향했다.
이날 항공방제를 실시할 지역은 지리산 피아골 계곡이다. 유조차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아골까지의 거리는 30분 정도이다. 유조차가 먼저 출발한 이유는 헬기계류지역에서 방제지역까지의 기상을 파악하고 헬기승무원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국지적인 안개는 헬기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새벽 6시 피아골 계곡에 헬기 소리가 울려 펴지고 있다. 펜션에 피서를 온 아이들은 갑작스런 헬기 출연에 신기해하는 모습이다. 헬기에서 뿌리는 약들이 밤나무 사이사이로 살포시 가라앉고 있다. 농민들의 얼굴에도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미소를 보였다.
8시 무렵 갑자기 방제지역에 안개가 밀려들었다. 위험을 감지했는지 헬기가 착륙을 했다. 안개로 인해 방제작업은 9시가 넘어가는데도 못하고 있었다. 헬기는 조종사의 눈에 의한 시계 비행에 의존하므로 안개는 안전사고의 주원인이다. 실제로 산림청 헬기는 지난해 8월 항공방제도중 국지적인 안개로 인해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사고로 산림청 헬기 승무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이유에서 그런지 올해는 농민들의 민원은 없어졌다. 예년 같으면 이정도 안개는 안개도 아니다. 빨리빨리 시작해라 막무가내 요구를 했다. 헬기승무원과 농민들 사이에 갈등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방제지역에서는 "못해도 좋으니 안전하게 해주세요"라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9시를 넘어가는 시간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헬기는 다시 시동을 걸고 항공방제를 시작했다. 20차례 가까운 방제를 마치고 헬기는 조용히 산 너머로 사라졌다.
이번 항공방제는 농민 그리고 헬기 승무원이 서로를 기피하려는 마음을 버렸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산림청 조종사들이 비행 부담감을 덜었으니 농민들은 효과적인 항공방제를 받을 수 있다.
올해는 농가소득을 위한 효과적인 비행과 헬기사고예방이라는 딜레마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돌파구를 이번 항공방제를 통해 보았다.
끝으로 지난해 항공방제도중 순직한 고 김주홍 조종사, 강현종 조종사, 이형식 정비사의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 김태영 기자는 산림항공관리소 공중진화대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