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3도가 넘는 불볕더위입니다. 따가운 뙤약볕을 헤치고 KBS를 다녀왔습니다. KBS 이사회는 기어이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키고 말았습니다.

 

저는 한때 KBS 이사로 활동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사회의 권한과 의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사회에서 해임을 제청한다는 자체가 불법일 뿐만 아니라 권력 남용입니다. 이사회는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법이 다수라는 이름으로, 권력의 강압으로 통용되는 현실 앞에서 국회의원이라는 배지가 너무 가볍습니다. 

 

뜨거운 분노와 작열하는 폭양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내가 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지 되새겨보았습니다. 20여년 전 우리는 거리에서 독재와 맞서 싸웠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지나면서 다시는 거리에 설 일이 없을 것이라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우린 지금 역사의 바퀴를 되돌려 거리에 서 있습니다. 

 

사라졌던 백골단이 부활하더니 이제 경찰은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을 상대로 경품 사냥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한 채 장관 임명을 강행합니다. 행정부의 수장 한승수 총리는 여야가 함께 합의한 특위 출석 요구를 간단히 무찌르며 "나는 내 일이 있는데 할  수 없죠"라고 콧방귀를 뀝니다. 독립 검찰을 외치던 검찰은 이제 권력의 망나니가 되어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오만불손 대통령에 안하무인 총리, 기고만장 검찰까지, 대한민국은  6개월 만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독재 또는 전체주의입니다. 독재와 전체국가에서는 언론이 통제되며, 국민의 뜻이 무시되고, 의회의 기능이 마비됩니다. 법으로 보장된 3권 분립의 의미가 사라져버립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행정부와 의회, 검찰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어용언론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강압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판언론을 죽이고, 의회를 무시하며 한 손에는 경찰과 검찰이라는 칼로 반대세력을 겁박하는 문민독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에 발을 디디면서 싸우지 않고 토론과 타협을 통한 정치를 꿈꾸었습니다. 우리 정치를 대화와 소통의 장으로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꿈은 그야말로 몽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다수의 힘을 무기로 민주주의의 뿌리를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절차상의 보편적 원칙이지만 그렇다고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히틀러의 나치도 다수였으며 일본의 군국주의도 다수였습니다. 하물며 지금 국민 대다수는 정부 여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또렷하게 반대의 뜻을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광폭한 권력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른 정권은 항상 국민에 의해 심판 받아왔습니다.

 

저는 국민과 함께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여야가 함께 상생하는 정치를 꿈꿉니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퇴행적인 정치 파행에 몸서리쳐지지만, 저는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의 뜻이 바로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상희 기자는 민주당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며 2003년 KBS 이사를 지냈습니다.


태그:#KBS, #정연주 임기보장, #독재공화국, #국회의원 김상희, #공영방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통합민주당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상희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