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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아쉬운 따로 입장 2008 베이징올림픽이 8일 저녁 주경기장인 궈자티위창에서 성대한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과 북한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남·북한 아쉬운 따로 입장2008 베이징올림픽이 8일 저녁 주경기장인 궈자티위창에서 성대한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과 북한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훈

남북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 입장했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어제(8일) 밤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은 씁쓰레한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본다.

작년 10월 남북 정상이 남북 선수의 공동입장, 남북 공동응원팀 구성, 응원단이 평양을 통과하는 열차 이동 등을 합의했던 선언은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전환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10.4 선언의 의미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견해에 따라 엇갈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았던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10.4 남북선언만은 잘한 일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기억한다. 그러한 배경에는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첨예한 대립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원했던 세계 각국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은 최소한 이행되리라는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순진한 촌 노인의 착각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속하게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강산 문제, 국제사회의 외교 분쟁,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북에 대한 압박 등을 보며 이명박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제 밤 남북 선수들이 따로 입장하는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그래도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정상적인 역사발전 단계로 본다면 이제 남북은 단일팀이라도 구성했어야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가 보는 한마당의 자리에서 민족이 따로 기를 앞세우며 입장하는 장면을 보이다니! 세계는 자꾸 앞으로 발전의 길을 가는데 한반도의 시계는 거꾸로 돌다니!

남북 관계를 다시 10.4 선언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면 쉽지 않겠구나 하는 우려가 현실적으로 보여 답답하고 절통한 심정이 되고 만 것이다.

공동 입장 실패는 이명박정부의 몰역사적·반민족적 정책 결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이 동시입장하고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이 동시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남북한 간의 경제적인 격차는 정부 통계와 일부 학자들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GDP의 경우 한국이 최소 33배, 최대 100배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인당 GDP도 한국이 2만 달러 수준에 육박한다면 북한은 잘해야 900달러 그렇지 않으면 300달러도 못 된다는 통계가 있음을 본다. 아무튼 남북의 경제 격차는 이제 감출 수 없는 진실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경제적인 자신감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남북 관계를 유연하게 풀었다고 보는데,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의 남북 관계 기조는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여 붕괴시키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의 북에 대한 압박 정책은 당사자인 북쪽의 반발도 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미국과 일본의 극우파들 외에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북에 대한 압박이 실효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보는 학자들도 국내에서는 한나라당의 정책 입안에 관여하는 학자들과 미국의 보수주의 학자들 말고는 거의 찾을 수 없는 것 같다.

취임 6개월 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우왕좌왕이었다. 지난 10년간보다 더 많은 굴곡이 있었다고 본다. 무조건 노무현 정부가 했던 일을 반대하다 그렇게 되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나는 그보다 이명박 대통령 개인적으로 역사의식과 민족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 즉 올림픽에서 남북 선수 공동 입장의 실패는 이명박 정부의 몰역사적, 반민족적 정책이 빚은 당연한 결과였다는 말이다.

입장식은 끝났다. 세계는 한국을 싸늘하게 볼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의 미래다.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대로 북의 정권이 붕괴한다고 해도 지금 이 상태에서는 과연 한국이 북을 흡수 통일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을 버릴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미 거의 불가능하리라는 판단이다. 지금 상태에서 만약 김정일 정권이 붕괴된다고 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지원을 요청하기보다 중국에 기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를 자기들의 역사에 편입해버렸다. 그리고 북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 붕괴된 북쪽이 한국에 흡수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어떤 학자라는 사람은 한국과 미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점령할 시나리오를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 말은 일반 국민들도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한미 연합군이 북한으로 밀고 올라가는 상황을 중국이나 러시아가 그대로 두고 보지 않으리라는 예측을 도외시한 엉터리 가상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은 옛 중화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러시아는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국력을 키워가고 있으며, 일본은 아직 부동의 2위라는 경제대국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밖에 나가서는 남의 눈치나 보는 가장이 집안에서 처자식에게 호령이나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전근대적인 가부장의 모습을 보이는 것만 같다.

언제까지 애꿎은 국민에게 치사하고 못난 꼼수만 부릴 것인지,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꼴만 보일 것인지 묻고 싶다. 정말 한국 민족은 역사적 관점, 민족적 관점을 갖고 민족의 힘을 키워 세계를 상대로 국력을 과시하는 지도자를 만날 수 없는 것일까?

촌 노인의 가슴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남북 공동입장#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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