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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신태섭 전 KBS 이사와 양승동 PD연합회장이 바라본 '사장 정연주'.

 

[신태섭 전 KBS 이사 인터뷰]

 

 

- 그동안 KBS 이사로서 바라본 '정연주'는 KBS 사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다.

"사장이라는 역할에 충실했고, 성실한 사장이다. 방송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소신도 뚜렷했고, 그 소신을 충실하게 실천했다고 본다.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의 덕목을 갖춘 사람이다."

 

- 학자(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서 강제해직)로서, KBS 앞에서 켜진 촛불에 대한 소감도 궁금하다.

"이 시대의 중요한 역동성이자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잡으셨나?

"특별히 생각한 것은 없다. 당분간 소송(후임 KBS 이사 임명 무효소송 등)에 대처하는 것에 집중할 것 같다. 다만, 앞으로 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분들께 KBS 이사로서 보고 느낀 것을 전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생각이다."

 

[양승동 PD연합회장 인터뷰]

 

- KBS노조(위원장 박승규)는 '정치독립적 사장추천제'를 주장하고 있다.

"제도를 운운하기에 앞서, KBS 직원들은 노조의 진정성 없음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지 오래다."

 

- 기자와 PD들이 상대적으로 정연주 사장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PD연합회장인만큼 '사장 정연주'에 대한 평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이나 뉴스의 질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 정연주 사장이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기자와 PD들 역시 그 자율성을 충분히 확보한 것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 물론 '대팀제' 등에 있어 부작용이 다소 발생했고, 그 보완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 촛불 시민들께 한마디 해달라.

"60일 가까이 KBS 본관 앞에서 촛불을 들어주신 것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촛불'이 KBS의 내부 구성원들을 각성시킬 수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에 맞서 열심히 싸울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응원해주신다면 반드시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와 PD가 격렬히 저항하는 이유, 공영방송의 역할

 

KBS 앞에서 켜진 촛불의 목소리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하면서, 실제로 가장 격렬하게 '방송 장악 기도'와 맞서 싸우는 이들은 기자와 PD였다.

 

앞서 인터뷰한 양승동 PD연합회장을 비롯한, 전국언론노조 부위원장을 지냈던 현상윤 PD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들은 늘 촛불 현장에 나와 시민들의 촛불을 지켜보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촛불 시민들의 목소리는 "정연주를 지켜내자"에 집중돼 있다. 그들 스스로도 말한다. "반드시 정연주가 좋아서가 아니라, 임기가 보장된 방송사 사장을 정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 강제로 내쫓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이다. 그와 더불어, 정연주 사장이 재직하던 그동안의 KBS에 대한 신뢰의 목소리를 보이는 시민들도 더러 있다는 것이 특기할 사항이다.

 

실제로, 정연주 사장은 지난 6일에 있던 기자회견에서, "정연주가 있음으로써 KBS 방송보도가 편파적이고 좌편향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편향됐다면 KBS가 언론의 영향력과 신뢰도 측면에서 어떻게 1위를 기록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던 적이 있다.

 

'편향'이라는 말은 무척이나 애매하다. 자신의 입장에 맞지 않으면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비판하고 옹호해주지 않으면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 BBK 논란에서부터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목소리와 맞지 않으면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와 부합하면 "공정한 보도"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MBC에 대해서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대립하는 에리카 김과 라디오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모 당직자가 '민영화 협박'을 남긴 적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네들에게 있어 '편향'이란 말은 언제든 제기될 수 없는 표현이다. 단지, 지금의 사태가 유발된 것은 '편향'을 주장하는 그들에게 정권과 그에 따른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태섭 전 KBS 이사와 양승동 PD연합회장은 각각 정연주 사장에 대해 "'방송'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소신도 뚜렷했"으며 "정연주 사장이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기자와 PD들 역시 그 자율성을 충분히 확보한 것에 따른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방송 본연의 역할은, 권력과 그에 따른 '힘'에 대한 감시의 역할이며, 그 역할은 기자와 PD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만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럼으로써, 정연주 사장 본인은 오히려 "(좌우) 양쪽에서 다 얻어터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밝혔던 그의 소회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예전에는 참여정부로부터 '핍박'을 받았다. FTA 관련 보도나 이강택 PD가 제작한 NAFTA 관련 프로그램 등이 참여정부로부터 공개적으로 대단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 많았다. 경우에 따라 KBS 보도가 비판적인 내용이 많았다고도 한다.

 

결국 양쪽에서 다 얻어터진 셈이다. 우리 사회의 '오른쪽'에 계신 분들은 'KBS가 좌편향됐다'라고, '왼쪽'에 계신 분들은 '공영방송의 기계적 중립주의'나 'KBS의 보수화'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KBS가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때때로 어느 한 쪽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평가가 경도되는 경향도 있지만, 결국 양쪽에서 모두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이다."

 

그간 KBS의 뉴스 보도나 시사 관련 프로그램들을 '제대로' 지켜봤다면, 정연주 사장의 이 이야기를 그저 가볍게 바라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방송 본연의 임무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이며, 그 비판과 감시는 제작의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될 때 이뤄진다는 것, 그리고 KBS의 기자와 PD들은 정연주 사장이 제작의 자율성을 잘 보장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연주 사장은 그에 대해 "KBS의 영향력과 신뢰도 모두 1위"라고 이야기했다. 이 연결고리를 잘 판단해보길 바란다.

 

박승규 위원장과 KBS 노조, 그들의 '아이러니'

 

 

'정연주 사장 해임건의안'을 위해 KBS 임시 이사회가 열렸던 지난 8일 오전, KBS 노조는 물리력을 동원해 그를 저지하려고 했다. 동원된 경찰과의 몸싸움도 불사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보다 더욱 강경하게 '정연주 퇴진'을 이야기한 쪽은 오히려 KBS 노조였기 때문이다. 박승규 위원장이 이끄는 제11대 KBS노조는 '반 정연주' 성향의 노조다.

 

박승규 위원장으로부터는 신태섭 전 KBS 이사나 양승동 PD연합회장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시각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KBS의 신뢰도 1위 평가에 대해서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민의의 성숙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루어진 부수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율성 보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KBS가 빨갱이 방송이라는 이야기에 시달리고 있으며, PD들이 자율에 따른 책임을 다 하지 않아 송두율 교수 관련 <인물현대사>나 '노무현 탄핵 방송'과 같이 검증되지 않는 방송이 나온다"는 주장을 했다.

 

촛불 시민에 대한 평가도 정반대다. "노조를 반대하는 PD나 일부 기자들의 선전을 촛불 시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촛불 시민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선전선동 전술론'이라고 해야 할까? 박승규 위원장의 목소리가 이른바 '보수세력'과 큰 틀에서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보인다.

 

이사회 추천 인사가 과반 점한다? '정치독립적 사장선임제'의 허실

 

 

하지만, 박승규 위원장을 비롯한 KBS노조의 목소리가 '보수세력'과 같지만은 않다는 점을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정치독립적 사장선임제'를 주장한다는 것일 듯하다. 그들은 그 근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한다.

 

그래서 아이러니했다. '정연주 퇴진'을 위한 KBS 임시이사회는, 한편으로 '낙하산 사장 선임'을 위한 단계적 조치다. 그래서 '정연주 퇴진'을 주장하면서도 그것을 위한 임시이사회를 막기 위해 물리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하지만, 그 '정치독립적 사장선임제'의 내용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내용을 들어보면 그럴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꼬인 것 같다.

 

일단, KBS 이사회와 KBS노조가 방송 및 언론계 인사를 각각 10명씩 추천해 5명을 탈락시켜 15명의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그 이후에 다양한 절차를 통해 사장선임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이야기다.

 

'YTN 구본홍 사장 선임 사태'를 의식한듯, "정당 및 특정후보의 특보 활동 경력자는 응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연주 사장도 사장 공모 단계를 거쳐 선임된 사장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 속 '아이러니'는 현재의 KBS 이사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KBS 이사회는 언제든 정부의 방송 장악 기도 움직임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만인이 알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사회 추천 8명이 다수를 차지하는 일명 '사장추천위원회'가 과연 정치로부터 독립돼 사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권 → KBS 이사회 → 사장추천위를 거쳐 얼마든지, 정권이 다시 원하는 후보를 '밀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박승규 위원장도 이에 대한 의문을 수긍한 적이 있다. "완전히 독자성 있는 기구도 아니고 정부의 영향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독립적 사장선임제'의 취지 그 자체처럼 그에 대한 대비책도 다소 뜬금없이 들려온다. "정부나 이사회의 영향력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장추천위'에서 이사회 지분의 과반을 인정하면서 시작하는 이 제도, 게다가 KBS 이사회가 어떻게 정권에 의해 요리될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린 지금의 현실에서, 이 제도가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은 꺼지지 않는다.

 

'정치독립적 사장선임제'라는 말은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속의 내용에는 설득력도, 융통성도 없다. 이것이 바로 KBS 노조가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는 아닐까?

 

"부부싸움 멈추고 강도 잡아라"

 

언젠가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나와의 인터뷰에서 KBS 구성원들을 향해 "부부싸움을 멈추고 '강도'를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강도가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집을 겹겹이 포위한 상황에서 집안의 미래를 마음대로 처리해버린 상황이다.

 

KBS는 다시 한 번 진흙탕 싸움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 측에서는 신임 KBS 사장 선임을 위해 더욱 강력하게 가속도를 낼 것이며, 정연주 사장은 그에 대해 총괄적인 '법적 대응'을 거론했다.

 

그에 대한 언론인과 촛불 시민들의 반응도 결코 약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속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부부싸움' 논리가 외부의 강압에까지 영향을 미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난 상황이다.

 

과연, KBS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KBS 노조의 삭발식을 지켜보면서 온갖 '아이러니' 속에서 머리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연주, #KBS, #정치독립적 사장선임제, #언론장악, #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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