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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들어갈게요."

"안 됩니다."

"화장실도 못 가요?"

"KBS 안은 못 들어갑니다."

 

9일 오후 4시, KBS 본관 앞은 전경버스 6대와 100여명의 경찰 병력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경찰은 KBS 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시민들을 검문했다. 저녁 7시 30분부터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 행동'에서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전경버스로 본관 앞 계단을 막고 곳곳에 전경들이 순찰을 돌았다.

 

"땡박뉴스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촛불을 계속 들 것"

 

지난 1일부터 KBS 본관 앞 민주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날로 9일째를 맞았다. 갑작스런 소나기로 집회는 1시간 지연된 밤 8시 30분부터 시작됐다. 밤 9시부터는 종로, 보신각에서 온 시민들이 집회에 참가해 인원은 순식간에 200여명으로 늘어났다. 

 

밤 8시 40분.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최문순 민주당 의원 등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김현석 KBS기자협회장의 모두 발언으로 집회의 막이 올랐다. 

 

"지금 올림픽 기간인데 우리 선수가 금메달 하나 땄네요. 그러나 외신에 비춰지는 한국의 모습은 부끄럽습니다. 우리가 이런 나라였나요. 자괴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KBS 이사회 개최를 막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난 주까지 '미디어 포커스'를 진행했었는데 그만뒀습니다. 기자협회장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집회는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행동'에서 준비한 영상 감상과 자유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영상은 지난 8일 열린 KBS 이사회를 저지하는 시민과 경찰의 대치장면, 지난 두 달 간 촛불집회에서 찍은 시민들의 모습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시민들은 경찰과의 대치 없이 본관 앞 광장에 앉아 조용히 촛불을 들며 집회에 집중했다. KBS 집회 참가는 오늘이 처음이라는 이지영(35)씨는 "땡전뉴스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가 왜 언론장악을 막아야 하는지 다시금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며 "나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뉴스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계속 촛불을 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KBS 이사회가 이명박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어"

 

시민들은 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 가결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을 성토했다. 

 

경기 안산에서 3살 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집회에 참가한 박아무개(34·여)씨는 "시민들의 성숙도와 의식 수준이 상당하다"며 "정부가 이렇게 무식하고 비상식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을 보고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종로에서 KBS 앞으로 이동했던 변정목(32·남)씨는 "경찰이 살수차를 쏘기 직전에 여의도에 왔다"며 "사법부에서 KBS 정연주 사장의 이사회 결정 무효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홀로 피켓을 들고 있던 인하대 학생 김찬우(남·20)씨는 "친여권 인사로만 구성된 이사회 표결은 정당성이 없다"며 "KBS 이사회가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이날 KBS 앞 촛불 집회는 참석자들이 모두 KBS 본관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7일, KBS 앞에서 연행된 무송스님도 참가해 '삼보일배'를 했다. 지나가는 차량도 경적 소리를 울리며 가두행진을 하는 시민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집회에 참가한 KBS 품질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내일(10일) KBS 노조와는 별개로 'KBS를 사수하는 직원행동(가칭)'이 만들어진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이 정부로부터 '공영방송 사수'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김정욱 인턴기자, 정지은 인턴기자가 공동 취재 했습니다.


#KBS#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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