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매춘을 하는 사람은 부도덕적으로 인식되면서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다. 평범한 일반인은 물론 이름깨나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엔 이러저런 이유로 매춘이 횡행하고 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 실시되면서 공식적인 매춘장소인 집성촌, 일명 홍등가들이 대부분 철거되었다. 그러면서 겉으론 매춘행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춘은 다른 형태로 다양하면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구매경로 통계를 보면 집창촌의 비율은 8%에 불과한 반해 안마시술소나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이루어지는 성매매는 각각 36.8%와 17.1%로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이밖에도 고급 술집이나 퇴폐이발소 등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도 10%가 넘는다고 한다.
옛날엔 매춘이라는 것이 전문여성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다양해졌다.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대생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돈을 받고 자신의 몸을 파는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사설을 길게 쓴 이유는 로라라는 한 프랑스 여대생이 자신의 매춘의 기록을 담은 <나의 값비싼 수업료> 때문이다.
로라는 극빈층은 아니지만 가난한 집안의 딸이다. 로라는 19살이다. 대학에서 응용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그녀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꿈에 부푼다. 배움에 대한 갈망과 신념을 가진 그녀는 대학생활에서의 멋진 꿈을 꾼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몸을 팔아 돈을 벌게 된다. 대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녀의 고백을 들어보자.
"내 이름은 로라, 19살이고 응용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나는 학비를 벌기 위해 매춘을 한다. 나처럼 학비를 벌기 위해 매춘을 하는 여학생들이 4만 명이나 된다. 이러한 일을 하리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일에 빠져들어 버렸다."프랑스엔 현재 4만여 명의 여대생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매춘행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프랑스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대부분 학비가 없든가 매우 저렴하다고 한다. 그런데 학비를 벌기 위해 매춘을 하다니.
책을 읽다보면 로라가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팔았다는 말은 없다. 대부분 집세를 내고 전기세를 내고 책값을 벌고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1년 등록금이 천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 빈부격차는 심화되어 돈이 없으면 배움의 기회도 점차 박탈되어가는 시대, 우리나라 여대생들은 어떠한가. 아마 프랑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로라처럼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매춘을 하는 것만 아니다. 많은 여학생들이 좋은 옷과 화장품을 사고, 용돈을 벌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받고 몸을 파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점점 더 돈을 요구하는 이 나라에서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선 막다른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대생들이 매춘을 선택하는 이유는?로라는 자신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춘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행위를 부끄러워하고 도망을 치기도 했다. 그렇다고 로라의 이런 행위가 정당화되거나 무조건 이해될 수는 없다. 돈이 없으면 다 몸을 팔아야 하느냐 하는 반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여대생들은 매춘을 할까?
이 책의 부록에 실려 있는 '에바 끌로에'의 글 <인터넷을 통한 여학생들의 매춘 행위>란 글엔 '여대생들이 매춘을 선택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신들의 삶 안에서 크고 작게 겪었던 여러 가지 단절에 의해 매춘이라는 행위까지 간다고. 그녀의 말을 한 번 보자.
"로라의 경우처럼, 많은 여대생 매춘부들에게, 매춘이란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돈을 벌 실리적인 수단이다. 몇몇은 매춘으로 인해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성관계를 유지했던 남자들에 대한 '복수'로 매춘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비극적인 현실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화관계와 재정의 손실, 가족관계의 파멸 그리고 연인과의 관계의 파멸과 같은 것들이 원인이다. 분명한 것은 많은 여대생들이 이 세 가지 중 두 개 내지 세 개를 체험한다는 것이다."매춘은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돈이 필요해서, 도피를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환멸을 느껴서 매춘을 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매춘의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한다. 매춘을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자신의 정체성이나 나약함, 또는 사회로부터의 고립, 가정이 사회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경우, 성공의 모델에 대한 왜곡된 표현들 등 여러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매춘이라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한다.
매춘은 개인적인 행위이고 문제이다. 그렇게 보고 인식한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치부해버리기엔 뭔가 허전하다. 개인적인 문제로만 돌려버리기엔 사회적 인식이나 구조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열아홉 살의 아름다운 나이. 그 아름답고 꿈 많던 나이에 로라는 학업을 지속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팔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고백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더 이상 매춘을 하는 여대생들의 주위에 늘어서 있는 위선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불안정한 대학생들의 상황을 더 이상 덮어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라의 이야기는 단순히 프랑스라는 사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이야기고 좁게는 내 딸과 당신의 딸, 넓게는 우리 모두의 딸의 이야기다. 왜? 돈 때문에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당신의 딸도 로라처럼 자신의 몸을 팔지 않을 거라고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나의 값비싼 수업료 : 학업을 위한 19세 여대생의 매춘> 로라D. 지음 /박은희 옮김 /가격 :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