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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 덕유산 종주산행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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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북덕유산에서 남덕유산까지 덕유산 종주 1박 2일(8월 8-9일) 계획이다. 지리산 종주를 끝내고 하루 쉰 다음 시작한 덕유산 종주다. 기상대에서 날씨를 알아보니 한때 소나기가 온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종주길을 그만 둘 수 있으랴. 길을 나선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이라 하여 덕유산이라고 한다는 덕유산 탐방코스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북덕유와 남덕유를 잇는 종주 탐방로다.

덕유산은 경상남도 거창군과 함양군, 전라북도 장수군 경계에 솟아 있다.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시작해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에 올랐다가 동엽령, 무룡산, 삿갈골재를 거쳐 영각사로 내려서는 이 길은 26.3킬로미터 이상 되는 종주길이다. 우린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서 내려 20분 정도가 걸리는 향적봉까지 걸어서 올라간다.

향적봉 정상에 모여 든 사람들...
▲ 덕유산 종주산행 향적봉 정상에 모여 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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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 북덕유산을 찾은 이후 처음으로 와 본다. 겨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곤도라 탑승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고, 설천봉과 향적봉 정상 일대 또한 무더운 한여름에도 북적댄다. 곤도라를 타고 오를 수 있는 설천봉과 또 가까운 향적봉은 마치 유원지처럼 변한 모습이다. 참 사람들이 많다.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햇살이 가감 없이 내리꽂히는 무더운 여름, 오늘은 말복이다. 11시 10분, 향적봉에 도착, 쨍 하고 맑은 날씨더니 향적봉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안개 자욱해지고 멀리까지 조망이 안 된다. 향적봉 정상 표시석 앞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가득하다. 구름이 이리저리 바람 따라 몰려다닌다.

향적봉 대피소, 지난 겨울에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었지, 밤이 되면서 눈이 내리고 새벽엔 별이 초롱초롱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여름에 찾은 대피소는 또 다른 모습이다. 눈에 뒤덮여 있던 대피소 주변엔 덕유산에서 피고 지는 야생화들이 만발하다. 잠시 향적봉 대피소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여 준비해 온 김밥과 함께 먹는다.

"덕유산 종주를 하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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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유산 종주산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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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점심을 끓여먹고 있던 두 남자 중 덩치 큰 남자다. 가만히 있으려 해도 말하는 폼이나 하늘 말에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유쾌함이 실려 있다. 남편이 김밥 몇 개를 건네자 반가워한다. 그러다보니 서로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말문을 트고 이야기 한다. 이분들은 청주에서 왔다고 한다. 덩치 큰 남자는 지난주에 지리산 종주를 하고 덕유산에 왔다고 한다.

"우린 그저께 지리산 종주를 했습니다" 하고 말하자, "잘 했으면 만날 뻔도 했습니다"라고 예의 그 덩치 큰 남자가 말한다.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한 여름에 덕유산에 자생하는 꽃들이 수를 놓은 듯 눈길 닿는 곳마다 소소하게 피어 있다. 12시 50분, 중봉에 도착, 저만치 두고 온 향적봉이 조망되고 먼 산들, 그 아래 산이 에워싸고 도는 마을들이 조망된다. 바람은 차갑고 시원하다. 구름이 덮였다가 또 개였다가 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연출한다. 중봉에서부터 우리가 걸어가야 할 종주길이 보인다.

덕유 평전...
▲ 덕유산 종주산행 덕유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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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탄 가르마처럼. 그러나 정겹게 펼쳐져 있다. 사진 찍고 주변경치를 조망하는 동안 대피소에서 만났던 두 남자는 저만치 앞서 걸어가고 있다. 바람 따라 걷는다. 중봉 밑에서부터 평원 길은 덕유평전이라 한다. 사방으로 확 트여 있어 바람은 거칠 것 없이 사방으로 마음껏 불어대고 조망은 탁월하다. 눈을 들어 보는 곳, 시선이 닿는 곳마다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중봉 밑에서부터의 평원 길은 그야말로 하늘 정원길이다.

덕유산 야생화들, 구절초, 원추리꽃, 동자꽃, 산오이풀, 범꼬리 등이 서로 이웃하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눈길 닿는 곳마다 꽃들이 눈인사를 보내온다. 하염없이 이어질 것 같은 초원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1시 25분, 평원길이 끊기고 등산로가 시작된다. 1시 35분, 송계사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가져 온 사과 맛은 그만이다. 혼자 올라온 중년남자한테 사과 한 개를 내민다. 그는 해마다 여름이면 한 두 번씩은 지리산과 덕유산을 어슬렁거린다고 한다.

원추리 군락을 지나며...초원에 가득한 원추리꽃들....끝없이 걷고 싶어...
▲ 덕유산 종주산행 원추리 군락을 지나며...초원에 가득한 원추리꽃들....끝없이 걷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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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군락...
▲ 덕유산 종주산행 원추리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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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둘러보아도 막힘없이 펼쳐진 산과 하늘, 그 아래로 멀고 가까운 마을...하늘 정원길을 우린 지금 걷고 있다. 송계사 삼거리에서 동엽령으로 가는 길에 원추리 군락지를 만난다. 여기가 하늘 정원인가. 에덴동산인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샛노란 원추리 꽃들이 가득 수를 놓고 있다. 하늘 정원, 원추리 꽃밭이다. 지상은 아름답구나, 꽃길 따라 걷는다. 상쾌한 바람마저 불어 더욱 좋은 원추리꽃길, 아쉬워하면서 자꾸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원추리 군락지를 벗어난다.

오늘은 왠지 불온한 날씨다. 먹구름이 맑은 하늘을 가리고 주변 경관을 막는가 싶더니 서막처럼 빗방울이 떨어지다 다시 맑아진다. 햇살이 환하게 다시 퍼진다. 바람길 상쾌해 가을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동엽령(해발 1320미터)을 지난다. 2시 50분이다. 우리가 걷는 덕유산 종주 길에 가끔 맞닥뜨리는 몇몇 사람들 외엔 적요감이 감도는 산중 길은 조용하게 계속 이어진다.

한참동안 조망 탁월한 확 트인 능선 길로 이어지다가 좁은 숲길로 접어들면서 급경사 없이 완만하게 이어진다. 이곳엔 파리, 모기 등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염이 덜 된 모양이다. 동엽령에서부터 울창하고 빽빽한 숲, 좁은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밀림처럼 빽빽한 숲에 갇힌 듯한 느낌,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아주 좁은 길, 빽빽한 숲에서 갑자기 산짐승이나 사람이라도 튀어나올 듯 하다. 겨우 전망바위가 나타나 큰 숨 한번 내쉬며 주변을 조망하며 잠시 쉰다.

덕유산 설천봉과 향적봉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지만 이곳은 갈수록 적요감만 감돌고 괜시리 머리카락이 쭈뼛 쭈뼛 선다. 가림봉에 도착, 4시 5분이다. 그나마 조망이 트여 있어 안심이다. 저기 저 멀리, 우리 앞서 간 사람들이 멀리 보인다. 그들은 제법 멀리 가 있다. 남편이 '야~호!'하고 외치자 그쪽에서도 '야~호!'하고 대답이 돌아온다. 반갑다. 빨리 걸어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까.

먹구름이 덮였다가 하늘을 열었다가 불온하더니 마른하늘에 천둥이 간헐적으로 운다. 무룡산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무룡산 정상(1492미터)에 도착하자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벌써 4시 50분이다. 가림봉에서부터 마른하늘에 천둥이 울더니 무룡사 정상에 올라서자 안개비가 소낙비로 변해 쏟아진다.

갑작스런 소낙비...우중산행이 되고...
▲ 덕유산 종주산행 갑작스런 소낙비...우중산행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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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룡산에서 우리 앞서 간 두 남자 분을 여기서 다시 만나 삿갓골재대피소까지 함께 간다. 지나가는 비라 생각하고 비옷을 입지 않고 가다가 더 많이 쏟아지는 비에 중도에 서서 비옷을 껴입는다. 이제 네 사람이 함께 간다. 남편과 단 둘이서만 걷던 길에 두 사람을 중도에 다시 만나 비 내리는 산길을 함께 걸으며 마음이 든든해진다.

숲 속의 나뭇잎 위로 후드득거리는 비 소리, 좁은 산길을 따라 비안개에 갇혀 우리는 계속 걷는다. 비옷을 입었지만 몸은 젖고 등산화 안에도 물이 출렁거린다. 삿갓골재대피소는 우리가 예상하고 온 시간이나 거리보다 훨씬 멀게만 느껴진다. 가도 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몸은 흠씬 젖었지만 산행은 즐겁다. 예의 그 덩치 큰 남자가 앞서 걸어가다가 뒤 돌아보며 하는 말,

"이 비는 덕유산 종주 축하 세레머니네요."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그렇게 울'고, '간밤엔 잠도 오지 않았다'면 덕유산 종주 축하 세레머니로 천둥 울어 비가 되어 내렸나보다. 등산화 안에 물이 흥건하다. 지루해 질 즈음 또다시 원추리꽃들로 군락을 이룬 계단 길을 만난다. 내리막길 비탈에 비속에서 웃고 있는 샛노란 원추리꽃들, 반갑기도 하여라. 그 주변 또한 조망이 탁월한 것 같은데 비안개로 갇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남자 셋 앞서 걷고 나는 그들 뒤를 따라 걷는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1백 미터 앞도 채 보이지 않는다. 겨우 삿갓골재대피소에 도착, 젖은 몸으로 예약 명단을 확인하고 젖은 옷을 벗어 말리고 준비 해 온 여벌옷으로 갈아입는다. 삿갓골재대피소는 작고 아담하다. 다른 대피소에서 볼 수 없었던 슬리퍼와 방명록, 탈의실 등이 있어 인상 깊다.

취사장 안에는 식사하는 사람들 보인다. 적어도 나이가 40대 후반이나 50대 중반정도 되어 보이는 부부들이 산행을 함께 온 몇 팀을 본다. 참 아름답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밥을 지어서 먹다가 산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화기애애해져서는 대화가 점점 무르익어가는 모습이다. 참 고단했나 보다. 지정된 2층 자리에 눕자 잠이 쏟아진다. 비는 어둠 속에서도 계속 내리고 있다.

둘째 날,

새벽3시쯤 되었을까. 잠결에 누군가 고함치며 욕하는 소리에 잠이 깬다. 고단한 몸으로 잠을 청하고 있는데 밤을 잊은 누군가가 쿵쾅거리며 실내를 돌아다녔나보다. 단잠을 방해하는 사람을 향해 소리친 모양이다. 선잠에서 깬 나는 한동안 잠이 들지 못한다. 설핏 잠이 들고,  5시에 화장실로 갔다 와서 다시 눕는다. 취사장에서 간단하게 식사, 짙은 안개,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다.

원추리 군락지를 지나며...
▲ 덕유산 종주산행 원추리 군락지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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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룡산에서부터 마치 잘 돌아가던 필름이 끊긴 듯 모든 풍경이 안개로 지워져 100미터 앞도 채 보이지 않는 산길을 비 맞으며 걸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오전 8시, 어제 우리와 동행했던 두 남자는 새벽 일찍 출발했나보다. 대피소 2층에서 잠들었던 사람들도 다 가버리고 없다. 잘 개켜진 담요만이 그들이 있었던 흔적을 보여 주고 있다. 8시가 훨씬 넘은 시간인데도 안개에 갇혀 있는 산, 좀 맑아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오전 9시 20분, 꾸물대다가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 이제 출발이다. 모든 것이 안개에 싸여있다. 숲을 흔드는 안개를 머금은 바람만 불고, 적요감이 감돈다. 삿갓봉에서 잠시 휴식하며 우린 찬송을 부른다. '참 아름다워라~' 삿갓봉에서부터는 급경사 내리막길로 계속 이어진다. 삿갓봉,월성재를 잇는 갈림길 지나, 남덕유산 2.3킬로미터를 앞두고 육십령에서부터 올라오는 등산객을 만난다.

한적한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은 반갑다. 아직도 계속 되는 안개바다, 해는 날 듯 보이지 않고, 계속 가다가 이따금 마주 오는 등산객들과 맞닥뜨린다. 점점 사람들을 자주 본다. 11시 15분, 전망바위다. 햇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안개를 지우며 햇살 퍼지고 산, 산을 비춘다. 멀리 마을들까지 조망된다. 전망바위에서는 우리가 온 길 삿갓봉이 보이고 반대로 남덕유산이 조망된다. 날씨는 맑게 개였다가 다시 안개로 뒤덮였다가 한다. 전망바위 아래 월성재에 도착, 12시 5분이다.

남덕유산을 1.4킬로미터 앞두고 있다. 월성재에서부터는 오르막, 내리막 하던 길이 계속 경사 높은 오르막길만 거의 1시간동안 이어진다. 힘든 구간이다. 정각 1시, 공터가 나온다. 육십령과 서봉, 삿갓재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우리 반대방향으로 가던 사람들이 앉아 쉬고 있다. 서로 인사하고, 그들은 먹다 남은 포도를 내민다. 산중에서 먹는 포도 맛, 온 몸에 힘이 돋는 듯하다. 먼저 일어서 그들은 가던 길을 간다.

'우리 방 뺐어요'라고 하며 일어서는 여자, 우린 한바탕 웃는다. 우리도 다시 출발, 방 빼고(?) 간다. 누군가 또 여기 잠시 머물며 힘들게 올라온 긴 오르막길의 가팔랐던 숨을 쉬어 가겠지, 남덕유산을 300미터 앞두고 출발이다. 그런데 급경사 오르막길이 또 이어진다. '정말, 힘들다, 힘들어!'하는 말이 몇 번이고 산행길로 절로 나온다. 겨우 오른 안부, 남덕유산은 바로 100미터 앞에 있다.

덕유산...하늘과 맞닿을 듯한 하늘 정원길을 걷다...
▲ 덕유산 종주산행 덕유산...하늘과 맞닿을 듯한 하늘 정원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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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남덕유산은 북덕유산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다. 북덕유산은 산보하듯, 걸었던 하늘정원 길이었다면 삿갓재골대피소에서부터 계속되는 남덕유산 쪽 종주 길은 험로다. 굴곡이 아주 심한 급경사 산길로 시소를 탄다. 높이 올라갔다가 밑으로 추락하듯 내리꽂히듯 비탈진 내리막길, 다시 높이까지 올라가야 하는 힘겨운 험로의 연속이다.

남덕유산에 드디어 도착, 1시 25분이다. 우리가 도착하자, 차츰 안개가 걷히면서 주변 경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얗게 사물을 지웠던 안개가 걷히고 산과 산들, 멀고 가까운 마을, 맑은 하늘이 드러난다. 안개가 바람에 흩어진다. 남덕유산 뒷면은 아직도 아예 짙은 안개 속이나 한쪽은 완전히 드러난다. 안개는 다시 바람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사물을 지웠다가 드러냈다하기를 반복한다.

여러 표정을 연출하는 남덕유산의 면면을 보며 정상에서 조망하며 한참동안 쉰다. 햇볕이 바로 쏟아져 내리는 그늘 없는 정상에 다시 구름이 몰려들며 절로 그늘이 형성되고 바람불어 시원해진다. 2시 정각, 다시 출발이다. 암봉 구간의 시작이다. 아찔한 목재계단 구간을 지나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또 다시 철재계단이 이어진다.

위험천만 암봉구간...
▲ 덕유산 종주산행 위험천만 암봉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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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으로 내리꽂히듯 암봉 구간의 가파른 경사 높은 계단 길로 내려간다. 여기서 발을 헛딛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찔해진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남편은 평소의 행동과는 달리 여기서는 내게 스틱을 맡기고 계단에 엉거주춤 앉아서 겨우 한발씩 내딛는다. 계단 양쪽은 사정없는 바위 낭떠러지다. 암봉 구간을 겨우 지나, 또 다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여기도 계단길이다.

끝도 없을 것처럼 블랙홀처럼 내리뻗은 계단길이 계속된다. 다리가 후들후들, 계단 중간에서 쉰다. 비가 내린다. 어제처럼 앞서 몇 번 천둥이 울더니 비가 되어 내린다. 비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걷는다. 계속 내리막길이다. 평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끄러운 돌투성이 길로 내리꽂히듯 내뻗은 내리막길을 더듬더듬 걷는다.

어디가 끝일까. 비는 내리고 무릎은 시큰시큰 아파오고 졸음마저 쏟아진다. 목적지를 1.5킬로미터 앞둔 지점에서부터 조금씩 길은 완만해지고 계곡 물 소리도 들려온다. 4시 35분, 영각통제소에 도착한다. 휴~ 멀고 먼 길을 걸어왔다. 라면을 끓여먹고 이젠 우리 차를 세워 둔 무루지로트까지 가야 한다. 참으로 긴 여정이다.

영각통제소를 벗어나 넓은 길에 이르니 택시 한대가 선다. 걷기에 힘에 부쳐 무주리조트까지 얼마인지 물었더니 5만원이란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만 해도 8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며 겁을 준다. 우린 걸어서 내려가다가 지나가는 차를 세운다. 등산하고 돌아오던 사람들이다.

서상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장계까지 가서 장계에서 무주까지, 그리고 무주에서 무주리조트 셔틀버스를 타고 곤도라 탑승장 근처에서 내린다. 다행스럽게도 많이 기다리지 않고 차 시간대가 맞아 잘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1시, 파김치가 된 몸으로 깊이 잠들다.

ⓒ 이명화

* 산행수첩
2008.8.8(금)맑은 뒤 오후 늦게 소낙비/산행시간:7시간 45분
무주리조트(10:0)-설천봉(10:40)-향적봉(11:10)-향적봉대피소(11:25)-점심식사후출발(12:15)-중봉(12:50)-송계사삼거리(1:35-동엽령(2:50)-가림봉(1:05)-무룡산(4:50)-삿갓골재대피소(5:45);1박
2008.8.9(토)안개, 소낙비, 중간 중간 맑음/산행시간:7시간 15분
삿갓골재대피소(9:20)-삿갓봉(10:15)-월성재(12:05)-덕유산서봉 갈림길(1:00)-남덕유산 정상(1:25)-남덕유산 하산(2:00)-영각통제소(4:35)

*교통
남양산IC(6:35)-덕유산IC(09:25)-적상면 지나서 우회전-치목터널-구천동터널-무주리조트


태그:#덕유산,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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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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