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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를 하러 갔다. 물총, 튜브, 비치볼, 구명조끼 등 물놀이 도구도 충분히 챙겼다. 예슬이와 나는 너무 신이 났다. 차 안에서부터 물놀이로 입씨름을 했다. 물 속에서 누가 더 오래 있는지. 창밖의 풍경은 한 편의 멋진 그림이었다. 때 맞춰 날씨도 좋고, 구름도 흐릿함 없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도 들렀다.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저만치 보이는 산등성이에는 구름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차가 지리산 계곡을 따라 돌고 있었다. 바람이 여름인데도 상쾌했다. 드라이브 하는 재미도 있었다.

 

드라이브하면서 물놀이 할만한 곳을 찾았다. 지리산 달궁계곡이었다. 물이 깊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얕지도 않고 좋았다. 우리가 놀기 좋게 돌도 많이 없었다.

 

예슬이와 내가 먼저 물에 들어갔다. 정말 시원했다. 밖에서 본 것과 다르게 많이 차갑지도 않았다. 엄마는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까지 하시고도 쉽게 들어오지 않으셨다. 깊이가 내 어깨까지밖에 차지 않는데 엄마는 들어오지 못했다.

 

아빠와 수영시합도 했다. 난 수영을 그리 잘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수영을 잘 하고 싶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음... 수영 선수 박태환처럼 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난 수영 중에서 물 위에 누워서 헤엄치는 배영이랑 자유형은 할 줄 안다. 아빠께서는 배영을 못하신다. 다른 것은 다 잘하신다. 그 중에서도 아빠의 특기는 '개수영'이다.

 

개수영은 어떻게 보면 정말 웃기다. 물에서 목만 빼놓고 움직이는 게 웃기다. 물 속에서 보면 다리와 팔을 젓고 있는 것도 웃기다. 난 아빠께 개수영을 배웠다. 웃기지만 그래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잘은 못하지만 짧은 거리는 할 수 있게 됐다.

 

 

난 시체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사람들은 '시체놀이'라고 하면 그냥 쓰러져 있는 것인 줄 안다. 내가 하는 시체놀이는 다르다. 물 위에 떠서 천천히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물살이 쌘 곳에서는 하기 위험하다. 하지만 우리가 물놀이를 한 계곡은 물살이 쌔지 않았다. 아빠와 예슬이는 가만히 있으면 물 위에 뜨지 않는다며 하지 않았다. 결국 나 혼자만 시체가 됐다.

 

잘 놀고 있는데 아빠께서 튜브 위에 앉으라고 하셨다. 재미있게 해주겠다면서. 난 의심하지 않고 튜브에 올라탔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께서 튜브를 뒤집을 듯이 무섭게 흔드시는 것이었다. 난 튜브 위에서 휘청휘청했다. 그러다가 결국 엎어져서 물을 왕창 마셨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내가 또 튜브위에 올라타서 아빠께 흔들어달라고 했다. 이제부터는 물에 빠지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했다. 계속 흔들고 또 물에 빠졌다. 그러나 물은 먹지 않았다. 재미있었다.

 

한번은 튜브에서 떨어져 물속으로 잠기다가 머리를 바닥에 찍은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물에 던져진 통나무같이 거꾸로 서버렸다. 아빠께서는 그런 나를 보고 통나무가 됐다고 하셨다. 치! 나쁘다.

 

그래서 나와 예슬이가 작전을 짰다. 그것은 아빠를 튜브 위에 태우고 예슬이 혼자 엎으려고 하다가 힘을 모아 아빠께 물을 먹이자는 것이었다. 결국 아빠가 걸려드셨다. 속이 후련했다. 메롱!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있어요. 우리가 아무리 어려도 그렇게 방심하시면 안 되는 법.

 

예슬이와 비치볼을 가지고 배구도 했다. 한번은 예슬이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내가 던진 볼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내가 시치미를 뗐더니 예슬이는 아빠께서 친 것으로 생각했다. 아빠께서 예슬이한테 비치볼로 불나듯이 맞았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지는 법! 예슬이한테 많이 맞은 아빠께서 고자질을 하셨다. 난 웃음으로 그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예슬이는 아빠께 화를 다 푼 터라 나에게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저럴 때는 왜 그렇게 천사 같은지 몰라^-^

 

물놀이를 많이 했더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물밖으로 나가 차 옆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차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먹는 모습이 웃겼다. 노숙자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컵라면 맛은 끝내줬다. 이 맛있는 라면! 몸속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컵라면을 먹고 조금 앉아있었더니 몸이 닭살이 싹 돋았다. 추워졌다. 그래서 또 물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했다. 그날 하루 지겨울 만큼 물놀이를 했다.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태그:#물놀이, #달궁계곡, #시체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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