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 기자협회·PD협회·경영인협회 등 직능단체들로 구성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 소속 현업 방송인 400여명은 11일 낮 12시 본관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정연주 사장 해임을 규탄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날 오전 전격 결정된 정연주 사장 해임에 대해 격앙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언론장악 저지, 언론독립 수호"를 외쳤다. 또 지난 8일 KBS 본관 3층 이사회장 앞에서 정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을 막기 위해 경찰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동료들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브라운관에 비춰지자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출범선언문을 통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에 대해 끝까지 싸워 막아낼 것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투쟁하는 사내외 모든 세력과 연대할 것 ▲KBS 노동조합이 공영방송 사수투쟁의 선봉에 나서줄 것 등을 결의하고, KBS 정문 앞에 배치된 경찰과 본관 3층 이사회장을 방문해 지난 8일 무단 난입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했다.

 

사원행동의 항의는 즉각 KBS 내에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KBS 정문 앞에 배치돼 있던 전경 버스는 뒤로 물러났고 다시 촛불 시민들의 공간이었던 본관 앞 계단이 열렸다. 이사장실과 이사회장의 문은 '사원행동'이 만든 특보와 테이프로 도배질됐다.

 

"정연주 사장 해임이 문제 본질 아냐... 방송인 스스로 싸워야"

 

그간 'KBS 방송장악 시도 과정'을 정리했다는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정리하다보니 참으로 참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심장인 KBS를 유린하는 적들의 모습이 보였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 8일 경찰의 KBS 난입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를 표했다.

 

KBS 1라디오 국은주 PD는 "지난 8일 KBS에 깔린 사복경찰을 보고 공포와 함께 그보다 더한 분노가 있음을 깨달았다, 지난 90년 방송민주화 투쟁 때 입사3년차로 열심히 싸웠지만 18년이 지나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국 PD는 "이 문제는 정연주이기 때문에 해임해도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정권의 마음에 안 들면 얼마든지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 본질"이라며 "KBS인으로서, 방송인으로서 스스로 나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시사보도팀 나신하 기자는 "개인적으로 정연주 사장이 빨리 사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지만 KBS 안에 경찰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많이 울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나 기자는 이어, "스스로 걸어나가는 것과 끌려나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제 보도국장, 앵커, 팀장, 기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연주 사장 밑에서 덕을 본 것도 없지만 방송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방송이 위협을 받는다면 선후배와 손을 잡고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원행동 "노조가 행동으로 진정성 보이면 우리가 투쟁 동력될 것"

 

특히 사원행동 집행부와 연대에 나선 이들은 이날 출범식에 참여하지 않은 KBS 노조 집행부에게 정 사장 해임 등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사원행동 공동대표로 추대된 양승동 KBS PD협회장은 "지난 8일 경찰의 KBS 난입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치욕적인 일이었지만 그와 함께 희망을 발견한 날"이라며 "이제 침묵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KBS 노조가 말과 달리 행동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사원행동'이 출범한 것"이라며 "KBS 노조가 행동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사원행동은 노조의 중심적인 투쟁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 협회장과 같이 사원행동 공동대표로 추대된 이광규 전국언론노조 KBS 충북지부장 역시 "지금 KBS 노조가 산별노조 탈퇴 사안을 놓고 투표를 진행할 때가 아니다. 한 곳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현 KBS 노조 집행부를 비판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정 사장이 그냥 물러났다면, MBC가 'PD수첩' 문제를 그냥 수용했더라도 이 정부는 계속 언론을 장악하고자 했을 것"이라며 "정연주 사장 해임은 언론탄압의 고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언론독립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언론계 선배들의 피와 살을 먹고 이뤄진 것"이라며 "언론독립은 민주주의 그 자체이고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인 만큼 여러분이 주체가 돼 싸워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초대, 2대, 3대 위원장을 역임했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도 "지난 80년대 KBS에 다니는 선배들은 옆집에 사는 이웃에게 부끄러워 자신이 KBS에 다닌다고 밝히지 못했지만 지난 90년 방송민주화 투쟁을 통해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방송사로 거듭났다"며 "다시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싸워달라, 여러분들이 참는 것은 KBS가 죽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KBS 노조는 '자신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형성시키기 위해 만든' 노동조합의 취지를 어기고 있다"며 "80년대의 KBS처럼 정권의 하수인이 되면 다시 사회적 지위가 낮아진다, 노조와 사원 여러분 모두가 하나가 돼 국민의 방송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언론장악, #KBS, #정연주, #KBS사원행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