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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큰 소리로 울던 매미들이 일시에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마침 지나가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때문일 수도 있고, 매미들만의 쉬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갑자기 만나는 이 시간은 적잖은 당황스러움을 안겨준다.

 

아이들의 정적이 그랬다. 물놀이를 다녀온 이야기, 앞으로 다녀올 여행 이야기로 재잘거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일순간 멈췄다. 무슨 일인가 돌아봤더니 방금 전까지 함께 웃던 한 아이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가지 않는 여행'과 '가지 못하는 여행'의 차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우는 아이도, 웃던 아이도 대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어쩐지 짐작이 갔다. 이번 주말에 있을 친구들끼리의 여행계획이 오가던 중이었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는 여행지에 대해 계속 불만을 얘기했다.

 

"거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우리 그냥 가까운 ○○으로 놀러가자. 거긴 페이스 페인팅도 해 주고, 타로점도 볼 수 있대. 나 벌써 이번 달 용돈 다 썼단 말야."

 

친구들과의 여행을 고려해야 할 만큼 부족한 가정형편이 서러웠을까, 사정을 봐주지 않는 친구들이 서운했을까. 나는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다.

 

아이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어른들이 상당수다.

 

그동안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지만, 상대방에게 절대적인 공감을 주기란 하늘의 별따기란 것을 안다. 하지만 가만히 둘 수만은 없어 일단 교실 밖으로 함께 나왔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짜 이긴 사람

 

"무슨 일 때문에 우는 거냐고 캐묻진 않을게.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만약 털어놓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든지 얘기해도 좋아."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부를 잘 하지도, 특별히 끼가 많지도 않은 평범한 아이였다. 한 때는 '난 교실의 물주전자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볼 정도로, 어느 면으로나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다. 있어도 드러나지 않고,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아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이게 다 동생과 연년생으로 자란 탓이라고 불평했다. 가정형편이 좋았더라도 두 명의 아이를 기르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나와 동생은 어머니만 둔 한부모가정에서 자랐다. 친구들처럼 학원을 많이 다닐 수도 없었고, 인기를 끌 만큼 돈을 펑펑 쓰지도 못 했으니 내 평범함을 가정형편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 때 나도 참 많이 힘들었어. 인문계 고등학교를 간 것 자체를 미안해 했으니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해.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짜 이기는 사람이란 것만 명심하자. 화이팅! "

 

결국 아이의 눈물의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용기를 북돋은 이야기가 됐길 바란다. 물론 이런 바람도 나만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언제 울었냐는 듯, 아이들은 다시 뭉쳐 주말여행 계획을 짜기위해 머리를 맞댄다. '방학 보충수업을 한번쯤 빼먹고 여행을 다녀와야, 여름방학을 잘 보냈다고 얘기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아이들. 해맑게 웃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시원한 대답이 돌아온다.

 

" 쾌감! "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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