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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 산길
▲ 오봉산 오봉산 산길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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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숨이 막히는 여름, 바람한 점 없고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는 불가마를 연상케 한다. 잠시라도 그곳에 서 있으면 뜨거운 열기로 쓰러질 것만 같다. 이 찜통 같은 불 볕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집 근처에 있는 이 산은 맨발 등산로로 이름이 나 있는 연기군에 위치한 오봉산이다.

오봉산은 계절에 관계없이 연기 군민들이 자주 찾는 조그마한 산이다. 이 산은 맨발로도 산에 오를 수 있도록 숲길이 잘 정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운동시설이 설치 되어 있다. 산길 곳곳에는 편안히 쉴 수 있는 쉼터가 마련돼 있고 시원한 약수터가 있어 더운 여름날 찾기엔 안성맞춤이다.

두꺼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청솔무가  먹이를 찾고 있다
▲ 청솔무 두꺼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청솔무가 먹이를 찾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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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입구로 들어서자 청솔모 한 마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닐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처음에는 친구인양 멋진 포즈를 취하는가 싶더니 이내 도망가고 만다. 무슨 올림픽 게임이라도 하듯 나무 사이를 뛰어서 멋지게 옮겨 다닌다. 나뭇잎 뒤에 숨어 엿보는가 싶더니 잠시 후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아쉬운 생각에 청솔모가 사라진 그곳을 한 참을 바라보았다. 허지만 그 녀석은 다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숲속을 천천히 걸어올라 갔다. 나무 잎 사이로 밝게 떨어지는 햇빛은 숲속을 시원히 열어젖힌다. 매미들은 나무 뒤에 숨어서 즐거운 여름노래를 합창 하고 있다. 그들은 무슨 발성연습이라도 하듯 목청껏 울어대고 있는데, 찌르르~ 찌르르~, 끼익~ 끼익~, 삐용~ 삐용 등 그 음이 너무 다양해 흉내 내기 쉽지 않다. 숲속 긴 의자에 앉아 한참동안 그들의 노래 소리를 들어 보았다. 그들은 쉬지도 않고 서로 경쟁을 하듯 열심히 울어 대고 있다. 그 소리는 어찌나 요란한지 잠시 생각을 하는 나에게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의자가 있는 오봉산 숲길
▲ 오봉산 숲길 의자가 있는 오봉산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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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그림자
▲ 그림자 소나무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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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그림자로 그늘이 짙게 드리운 산속은 시골 정자나무 아래 처럼 시원하다. 그 나무 사이를 이름 모를 나비와 잠자리가 그림처럼 날고 있다. 나비는 어느 나뭇잎에 앉았다 날기를 반복하는데 쉴 자리가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주변의 여러 나뭇잎을 돌아다니며 탐색을 하다가 그늘이 엷게 드리운 나뭇가지에 앉고 만다. 그곳에 앉아 날개를 연신 접었다 폈다 반복하며 자기의 멋진 자태를 뽐낸다.

나비가 풀에 앉아 쉬고 있다
▲ 나비 나비가 풀에 앉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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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걸어올라 갔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중년 넘은 사람들이었는데, 신발을 싣지 않고 걷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숲속을 걷는 그들은 그렇게 오래 걸은 사람처럼 편안히 걷고 있다. 마치 밀림에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 오봉산에는 발바닥을 마사지 할 수 있는 일명 마사지 길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는 둥글고 하얀 돌이 몇 십 미터 깔아져 있는데 맨발로 걸으며 숲속에서 지압을 받을 수 있다. 이 위를 신발을 벗고 걷노라면 뼈속같이 시원 한 느낌이 든다.

안내판에 붙어 있는 벌집
▲ 벌집 안내판에 붙어 있는 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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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등산로가 있는 이곳 표지판에서 색다른 무언가를 발견했다. 표지판에 기다랗게 생긴 벌집이 하나 달려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벌들이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다. 마치 기다란 오이 모양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지어져 있음에도 온전히 잘 보존되고 있었다. 그 생긴 모양이 표지판의 설치물과 혼동돼 사람들에게 잘 눈에 띄지 않은 모양이다.

산길에는 여러 나무 그림자가 그려져 있다. 등이 굽은 소나무 그림자도 있고 짝이 있는 나뭇잎도 그려져 있다. 어찌 보면 그림자를 통해서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 모습 또한 변해간다. 매일 우리의 마음이 변해가듯이 말이다.

산모퉁이를 돌아 그늘이 짙게 드리운 나무 의자에 걸터 앉았다.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댄다. 나뭇잎 사이로 거미가 먹이를 잡기위해 쳐 놓은 거미줄이 있다. 그 거미줄 아래에는 두꺼비 한 마리가 더위를 피해 배를 벌름거리며 앉아 있다. 그 잘 생긴 두꺼비를 살피러 다가갔다. 그 두꺼비는 미동도 않고 그대로 앉아 있다. 무얼 잡아먹었는지 배는 잔뜩 불러 있는데 표정이 매우 편안하고 우스꽝스럽다.

숲속에서 두꺼비도 휴식을 학 있다
▲ 두꺼비 숲속에서 두꺼비도 휴식을 학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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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 전망대에 올라서자 시원한 산바람이  볼을 스친다. 그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마음속까지 시원하다.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서쪽으론 멀리 연기군의 명소 고복저수지가 그림같이 펼쳐져 있고, 동쪽으론 조치원 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전망대에는 정자가 지어져 있는데 이곳 쉼터의 그늘에 앉아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보니 신선이 된 듯 마음이 평화롭다.

요즈음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에 우리나라 선수들의 승전보가 잇따라 날아오고 있다. 유도, 수영, 양궁 등 쉼 없이 들려오는 승리의 함성소리에 매미들도 덩달아 야단을 떨고 있다. 폭염이 강하게 내리쬐는 8월, 숲속의 시원한 그늘을 찾아 숲속의 친구들과 함께 더운 여름을 보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오봉산,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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