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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현장 취재 : 이경태 기자, 박유미 인턴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동영상 : 김윤상 김호중 기자/ 총괄 이종호

KBS 새사장 선임 이사회 앞두고 마포가든 호텔로 기습적으로 장소 변경한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KBS 노조원들이 공영방송 파괴하는 이사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새사장 선임 이사회 앞두고 마포가든 호텔로 기습적으로 장소 변경한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KBS 노조원들이 공영방송 파괴하는 이사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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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3일 저녁 8시 50분]

KBS 이사회, "후임 사장 임명제청 방법·자격 합의"

저녁 7시 45분 KBS 이사회가 이번 제590차 임시이사회를 통해 후임 사장 임명 제청에 관한 방법과 절차 자격요건 등을 합의했다고 알렸다.

KBS 이사회는 "사장 후보자는 이사회 내외의 추천을 통해 공모방식으로 모집하고, 서류심사를 거쳐 3~5배수로 압축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해 최종 후보자 한 명을 선정해 임명권자에게 임명제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는 "이번 사장 임명제청 과정에서 사내의 다양한 의견과 여론을 반영할 것이며, 일체의 외부 관여나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선정한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S 이사회는 오는 14일부터 사장 추천 공모를 받기로 했다.

유재천 "부사장이 장소를 옮겨달라고 공식 요청"

유재천 KBS 이사장이 13일 기자들로부터 이사회 장소 변경 이유 등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있다
 유재천 KBS 이사장이 13일 기자들로부터 이사회 장소 변경 이유 등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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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천 이사장은 저녁 8시 방송사 카메라가 모두 철수한 직후 마포 서울가든호텔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유 이사장은 "보도자료에 나온 그대로다, 질문 받을 것도 없다"고 말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진 못했다.

유 이사장은 "이사회를 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보도가 여러차례 나와서 예비로 장소 몇 군데를 정해놨고 그 중 한 군데가 여기였다"고 설명했다. 또 "오후 3시경 이원곤 KBS 부사장에게 회의를 열 수 있도록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부사장이 '그런 환경을 만들수 없으니 가능하면 다른 곳에서 회의를 열어달라'고 공식 요청해 자리를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이사들에게 회의장소 변경 통보가 이사회 개최 10여분 전에 전달된 것에 대해서는 "이사회 사무국장이 이사들에게 구두로 전달했다"며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결국 기자들이 질문을 멈추지 않자 유 이사장은 "이사회 정관에 다 있다"는 짧은 답변만 남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리를 피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사회 관계자는 "계속 그런 질문을 하니깐 이사회가 인터뷰를 피하는 것이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막아서기도 했다.

회의 불참 이사들 "변경 장소도 통보받지 못했다"

한편, 이번 이사회 결과를 놓고 KBS 구성원들과 다른 이사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유 이사장은 "'이번 사장 임명 제청 과정에서 사내의 다양한 의견과 여론을 반영할 것'이란 문구 속에 노조가 요구하는 부분들을 채울 수 있다, 노조가 후보를 추천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방법이 적시돼 있지 않다.

또 이번 이사회 개최와 관련해 회의 장소 긴급 변경 등 무리하게 이사회를 진행한 점 역시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남윤인순 이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머지 이사들은 변경된 이사회 장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통보받지 못했다"며 "그것은 제대로 통보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이사가 과반수가 넘어 의결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절차를 무시하고 이사회를 강행하는 것은 독주"라고 말했다.

또 "지난번 사장 선임 때 사장추진위원회(이하 사추위)를 구성해 사장을 선출하려고 하다가 진행상 문제가 생겨 실패했다, 다른 공공기관들도 사추위를 하는 만큼 이번에는 사추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사추위도 아닌 추천공모제를 하는데다 이렇게 무리하게 회의를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도 "다른 이사에게 회의 장소도 제대로 통보하지 않는 등 절차를 이렇게 무시하고 진행된 이사회는 원천무효라 생각한다"며 "앞서 말했듯이 KBS 사원들은 이번 이사회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주 해임 제청안 의결에 반대했던 이기욱, 박동영 KBS 이사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일방적으로 장소가 변경됐다"는 연락을 받고 돌아가고 있다.
 정연주 해임 제청안 의결에 반대했던 이기욱, 박동영 KBS 이사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일방적으로 장소가 변경됐다"는 연락을 받고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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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신 : 오후 6시30분]

"KBS 이사 7명은 부끄러운 역사 만들었다,
낙하산 올 기미 보인다면, 즉각 파업 돌입"

오후 5시 50분 마포 서울가든호텔 앞에 있던 KBS 사원들은 구호와 함께 이사회 개최 저지 투쟁을 끝냈다. 이날 예정된 KBS 기자총회와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총파업 투표 준비 때문에 더 이상 호텔 앞에서 이사들을 기다릴 수 없었다.

KBS 사원들은 끝내 유재천 이사장 등 이사 6명이 기습적으로 변경한 이사회 장소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뒤늦게 이사회에 합류한 이춘발 이사를 포함한 이사 7명이 마포 서울가든호텔에서 독단적으로 '신임 사장 선출 방법' 등에 대한 안건 논의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이원군 KBS 부사장이 호텔에 들렀다가 빠져나간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승규 KBS 노조 위원장은 "비록 이사회를 저지하지 못했지만, 오늘 우리의 집회로 이사회가 엉터리라는 사실을 알려냈다"며 "뒤늦게 이사회에 합류한 이춘발 이사를 포함한 이사 7명은 부끄러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강동구 KBS 노조 부위원장은 "총파업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낙하산이 올 기미가 보인다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더 이상 정부와 이사회의 속전속결식 전략에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도 "낙하산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에는 사원행동도 적극적으로 노조와 연대할 것"이라는 뜻을 비쳤다.

PD, 기자 등 KBS 사원들로 구성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방송인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공영방송 파괴하는 이사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PD, 기자 등 KBS 사원들로 구성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방송인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공영방송 파괴하는 이사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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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신 대체 : 오후 5시30분]

"KBS 이사회는 대체 어디서 하는 거야?"
사원들, 마포가든호텔로 달려갔지만... 행방 묘연

KBS 이사회의 행방이 묘연하다.

남윤인순 이사 등 KBS에 남아있는 이사들조차도 기습적으로 변경한 이사회 장소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마포가든호텔에서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서둘러 이동한 KBS 사원들도 사복경찰들이 호텔 곳곳에 배치된 것을 통해 '이곳에서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라고 예상하고 있을 정도이다.

60여 명의 KBS 노조원과 사원들은 현재 마포가든호텔 로비에서 핸드마이크를 들고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또 '님을 위한 행진곡' 등의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 노조원은 핸드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 두 가지 상징적인 기사가 나왔다. 방상훈과 김승연이 사면됐다는 기사이다. 그런데 KBS 정연주 사장은 어떤 이유로 구속됐는가. 정권이 이렇게 탈법적인데 누가 이것을 비판하고 올바른 공동체가 되도록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바로 우리 공영방송이다. 공안정국 이명박 정부는 물러나라."

이어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내가 나름대로 취재해 보니 "4명의 이사는 이사회 장소조차 제대로 통보받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제대로 장소도 통보되지 않은 이번 이사회는 떳떳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8월 8일 이사회가 불법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원천무효다. 오늘 사장 공모절차를 논의하는 것도 무효"라며 "우리나라는 법과 원칙이 존재하는데 MB정권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KBS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마포가든호텔 곳곳에는 사복경찰들이 통로 등을 막고 있다. 노조원들은 처음에는 40여 명의 사복경찰이 4겹으로 막고 있는 로비 옆방에서 이사회가 열리는 줄 알고 그 앞에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2층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는 정보가 나왔지만, 확인 결과 이 회의실은 텅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사장 체포 규탄과 무자격 KBS 이사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사장 체포 규탄과 무자격 KBS 이사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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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수정 : 13일 오후 4시]

KBS 이사회장, 기습 변경? "친여 이사 6인이 간 곳으로 이동하자"

이지영, 박동영, 남윤인순, 이기욱 KBS 이사가 본관 3층 제1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청원 경찰은 3층 우측계단 입구에서부터 두줄로 통로를 만들어 이사들을 이사회장 앞으로 인도했다. 그러나 KBS 사원들은 이들 네 명의 이사 앞을 빈틈없이 막아섰다.

약 3분간의 대치 이후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가 긴급 소식을 알렸다.

"알아본 결과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친여이사 6명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지금 오신 분들은 이사회가 원래 예정됐던 장소에서 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이곳으로 그대로 왔다고 한다. 이들 이사는 이사회장으로 들여보내주자."

이에 다른 사원들은 "친여 이사 6명이 이동한 곳으로 우리도 이동하자" "이사회 장소변경은 48시간 전에 공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쏟아냈다. 결국 KBS 노조 집행부만 이사회장에 남아있고, 다른 사원들은 기습적으로 변경된 이사회장소로 알려진 마포가든호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연주 해임 반대한 이사들 "장소 변경, 15분 전에 들었다"

현재 남윤인순, 이기욱, 이지영, 박동영 등 정연주 해임 제청안 의결에 반대했던 이사들은 KBS 이사회 사무국에 모여 향후 행동에 대해 어떻게 할지 논의하고 있다.

남윤인순 이사(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사회 장소 변경을 15분 전에야 들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윤 이사는 이어 "이사회 규정에 의하면, 이사회 장소나 안건의 변경이 있을 경우 이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그 변경에 관련해 의결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며 "우리가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6명의 이사가 일방적으로 장소를 변경한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3신 : 13일 오후 3시 20분]

"KBS는 결코 권력의 노리개가 될 수 없다"
베이징 올림픽 취재팀, 격문의 성명 발표

KBS 노조원들이 13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권력 난입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 결의대회'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노조원들이 13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권력 난입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 결의대회'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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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취재, 제작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우리에게 정연주 사장의 해임 소식은 마치 자식들이 집나간 사이 집안이 털린 것 같은 충격과 허전함, 그리고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사장을 체포한 검찰의 기민성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KBS올림픽 취재팀이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 KBS 올림픽 취재팀은 13일 'KBS는 결코 권력의 노리개가 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격문이다.

이들은 특히 "지난 8일 올림픽 개막에 맞춰 진행된 이사회의 폭거로 권력의 벌거벗은 만행이 예상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수많은 비판과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올림픽 방문에서 돌아오자마자 정 사장 해임을 강행하고, 검찰은 또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민국 최대 언론사의 사장을 백주 대낮에 체포했다"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토록 치졸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한 것이었던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또 "더구나 그런 불법적인 만행을 자행한 자들이, 우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 송출하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TV로 지켜보면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슬픔과 울분이 뒤섞인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다음과 같은 절절한 심정을 피력했다.

"우리는 당장 돌아가고 싶다. 당장 가서 민주광장에서, 거리에서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음모를 폭로하고 KBS를 목졸라 죽이려는 저 만행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 하고 싶다. 정녕 이대로 돌아가고 싶다."

이들은 또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사장 정연주를 해임했기 때문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진정 분노하는 것은 그 비수 속에 숨어 있는 권력의 더러운 욕망, KBS를 장악하면 국민을 허수아비처럼 갖고 놀 수 있다는 그 시대착오적 욕망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이사회를 향해서도 "권력의 망동을 견제하고 KBS의 독립을 위해 목숨이라도 받쳐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어느새 권력의 푸들이 되어 법에도 있지 않은 '사장 해임 제청'이라는 폭거를 자행한 데 대해, 그것도 경찰을 스스로 불러 들여 KBS인들의 의로운 항거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자행한 데 대해, 언론자유 수호 차원에서 결코 용서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 방송 KBS, 공영방송 KBS가 아직 미흡하고 부족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좀 더 객관적이고,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균형있는 보도와 제작을 해 달라는 질책과 격려이었지 ‘권력의 개’가 되어 ‘정권의 홍위병’이 되어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라는 질책은 결코 아니었다"고 성토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는 다시한번 천명한다. KBS는 정권의 노리개가 아니다. 우리는 결코 정연주 사장 해임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출범 6개월만에 노망한 정권의 KBS 장악 음모에 맞서 가열차게 싸워나갈 것이다."

다음은 KBS 올림픽 방송단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KBS는 결코 권력의 노리개가 될 수 없다
참담하고 허탈하다. 베이징 올림픽 취재, 제작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우리에게 정연주 사장의 해임 소식은 마치 자식들이 집나간 사이 집안이 털린 것 같은 충격과 허전함, 그리고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사장을 체포한 검찰의 기민성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지난 8일 올림픽 개막에 맞춰 진행된 이사회의 폭거로 권력의 벌거벗은 만행이 예상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수많은 비판과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올림픽 방문에서 돌아오자 마자 정사장 해임을 강행하고, 검찰은 또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민국 최대 언론사의 사장을 백주 대낮에 체포했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토록 치졸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한 것이었던가?

더구나 그런 불법적인 만행을 자행한 자들이, 우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 송출하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TV로 지켜보면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슬픔과 울분이 뒤섞인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 젊은 선수들의 선전을, 이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마치 자신들이 잘하고, 이에 대해 국민들이 성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렇게 만들어가려는 듯한 저 미련함과 교활함에 전두환 폭압정권의 국민우민화 정책, 3S 정책(sports, screen, sex)의 부활을 예감한다.

우리는 당장 돌아가고 싶다. 당장 가서 민주광장에서, 거리에서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음모를 폭로하고 KBS를 목졸라 죽이려는 저 만행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 하고 싶다. 정녕 이대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국가기간방송이라는 공영방송의 임무 또한 그 무게가 적지 않음에 눈물을 머금고 취재, 제작에 매진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선전과 투혼을 혼신의 힘을 다해 렌즈에 담아 무단 정치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 선량한 국민들에게 전달해 조그만한 희망이라도 주고자 한다.

허나 우리의 마음은 이미 민주광장에 가 있다. 불의에 항거하고 우리의 삶터 KBS를 지키고자 하는 동지들의 주먹위에 우리의 함성을 보낸다. 올림픽이 끝나는 그날 우리는 그 현장에 곧바로 합류해 동지들과 뜨거운 연대로 반드시 무도한 정권의 공영 방송 장악 음모를 분쇄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사장 정연주를 해임했기 때문이 아니다. 언론인 정연주를 체포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 분노하는 것은 그 비수 속에 숨어있는 권력의 더러운 욕망, KBS를 장악하면 국민을 허수아비처럼 갖고 놀 수 있다는 그 시대착오적 욕망 때문이다.

5년 내내 KBS를 흠집내고, 색깔 공격으로 KBS를 매도하고, 온갖 비열한 수단을 통해 정연주 사장을 제거하려던 그 작태가 만천하에 공개되었음에도 이 정권은 ‘방송 장악의 의도가 없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는 소가 웃을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또한 권력의 망동을 견제하고 KBS의 독립을 위해 목숨이라도 받쳐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어느새 권력의 푸들이 되어 법에도 있지 않은 ‘사장 해임 제청’이라는 폭거를 자행한데 대해, 그것도 경찰을 스스로 불러 들여 KBS인들의 의로운 항거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자행한데 대해, 언론자유 수호 차원에서 결코 용서할 수 없음을 밝힌다.

국민의 방송 KBS, 공영방송 KBS가 아직 미흡하고 부족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시청자들의 따가운 비판이 있다는 점 잘 안다. 그러나 그것은 좀 더 객관적이고,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균형있는 보도와 제작을 해 달라는 질책과 격려이었지 ‘권력의 개’가 되어 ‘정권의 홍위병’이 되어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라는 질책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는 다시한번 천명한다. KBS는 정권의 노리개가 아니다. 우리는 결코 정연주 사장 해임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출범 6개월만에 노망한 정권의 KBS 장악 음모에 맞서 가열차게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올림픽이 끝나는 날까지 취재, 제작에 더욱 매진하여 공영 방송 KBS의 품위와 위상을 지켜나갈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그 보도와 프로그램 하나 하나에 권력의 방송 장악 음모를 규탄하는 KBS인들의 분노와 경고가 하나 하나 담겨 있음을.

비록 우리가 좀 더 나은 뉴스, 좀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해 분초를 쪼개가며 방송 제작매달리고 있는 분주한 상황이어서 모든 사람들의 뜻을 모으지는 못했다. 그러나 스포츠취재팀, 외곽취재팀, 영상제작팀, 중계기술팀, 스포츠중계팀, 아나운서팀, TV제작팀, 라디오팀 등 베이징에 출장중인 각팀별로 성명서 제안에 대한 참여 여부와 내용에 대한 대표자 토론을 통해 'KBS 올림픽 방송제작 요원 대다수'는 정권의 KBS 강탈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KBS인이 하나되어 이같은 폭압을 분쇄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함을 확인했다.

2008년 8월 13일

KBS 올림픽 방송단원 중 정권의 KBS 유린을 용납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하는 KBS인 일동

[2신 : 13일 오후 3시10분]

유재천 이사장 등 '정연주 적출 6인'은 "쓰레기"

박승규 KBS 노조 위원장이 13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권력 난입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 결의대회'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승규 KBS 노조 위원장이 13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권력 난입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 결의대회'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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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KBS 사원들이 '이사회 사퇴·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오후 1시부터 이사회 개최 저지 행동에 나선 KBS 사원행동에 이어 KBS 노조도 KBS 본관, 신관 등지를 돌며 선전전을 가진 후 오후 1시 50분께 KBS 사원행동과 결합했다.

사원들의 가슴에는 '공영방송 사수'라는 글이 적힌 검은 리본이 달려 있다. 이들 앞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하고 공권력을 불러들인 유재천 이사를 포함한 6명의 이사들은 "쓰레기"로 불렸고, "사이비"가 됐다.

현재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본관 3층 제1회의실에 모인 KBS 사원 200여 명은 지난 8일 경찰을 KBS로 불러들인 이사회와 언론장악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는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또 자유발언 중간마다 '광야에서' '흔들리지 않게' 등 민중가요를 부르거나, 북을 치며 이사회 저지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KBS는 우리 밥그릇 아닌 사회적 약자의 공익수단, 포기할 수 없다"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KBS 3층 회의실 앞에서 농성중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KBS 3층 회의실 앞에서 농성중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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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에 나선 사원들은 한 목소리로 KBS 구성원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사회를 맡은 오태훈 아나운서는 "현재 베이징에 가 있는 아나운서 동료들도 방송 장악을 막아내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우리들을 지지하기 위해 성명서를 내놓았다"며 "이미 다 보셨겠지만, 지금 현재 이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아내기 위한 열기는 KBS 본관에서부터 베이징까지 퍼져있다"고 말했다.

KBS 기술본부의 한 조합원은 "오늘 아침 기술본부 조합원들이 총회를 열어 공영방송 사수투쟁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모든 투쟁에 최선봉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며 "지금도 기술본부 조합원들은 낮 12시 노조집회와 오후 1시 사원행동 집회에 모두 참여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원은 "정확히 5년 전 노무현 정부가 서동구를 KBS 사장으로 선임하려 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었다, 그런데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저들이 얼마나 우리를 허약하게 봤는지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번에야말로 KBS 사원들이 얼마나 강인한지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박승규 KBS 노조 위원장도 "지난 8일 노조가 경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것,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노조의 입장이 어정쩡했던 것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낙하산 사장 문제는 11대 노조가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며 이사회 개최 저지와 낙하산 사장 저지에 사원행동과 함께 움직일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이번 투쟁의 중요성을, 투쟁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승윤 KBS PD는 "KBS는 우리의 밥그릇만이 아니다, 지금 단식을 하며 천일야화를 쓰고 있는 기륭전자 노동자들과 같은 핍박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리 사회의 공익수단이다"며 "지금 정권은 KBS를, 현 공영방송 구조를 조·중·동과 같은 재벌방송으로 바꿔 영구집권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PTV 사업과 관련해 일하고 있는 KBS 사원은 "KT 등 거대통신사들은 '돈만 있으면 방송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들 통신사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KBS 2TV, MBC 민영화 등 이 정권의 거대한 시나리오에 맞서는 긴 안목을 갖고 싸우자"고 호소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예정됐던 대로 KBS 본관에서 열 계획이다.

[1신: 13일 오후 1시 20분]

KBS 임시이사회, 오늘 오후4시 ... KBS사원들 "저지하겠다"

KBS 노조원들이 13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권력 난입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 결의대회'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노조원들이 13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권력 난입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 결의대회'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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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내에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KBS 이사회가 13일 오후 4시 여의도 KBS 본관 3층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선출 방식 및 후보들에 대한 논의를 벌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을 결정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이에 대해 KBS 구성원들은 이사회 저지 행동에 나설 것을 공언했다.

특히 지난 8일 지난 1990년 4월 방송민주화 투쟁 이후 18년 만에 공권력을 KBS 내로 불러들인 이사회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공분이 커 8일에 이은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또 그동안 정 전 사장 해임 문제와 관련해 입장차를 보인 사원행동과 노조가 이번 이사회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 입장을 밝히고 협의 중이기 때문에 협의 결과에 따라 8일보다 충돌이 더 격해질 가능성도 있다. 

KBS노조·사원행동, 한 목소리로 "공권력 불러들인 이사회 사퇴해야"

KBS 노조원들이 13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권력 난입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 결의대회'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노조원들이 13일 낮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공권력 난입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 결의대회'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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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기자 등 KBS 사원들로 구성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은 오후 1시부터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본관 3층 1회의실 앞에서 '이사회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현재 100여명의 KBS 사원들이 본관 3층 제1회의실 복도에 길게 늘어서 "경찰 난입 지시한 유재천은 물러가라" "공영방송 파괴한 이사회는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청원 경찰 60여명이 제1회의실 앞에서 대기중이고 KBS 노조도 곧 사원행동과 함께 이사회저지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사원행동은 이날 특보를 발행해 "우리가 이사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내리는 그 어떤 결정도 원천무효임을 밝힌다"며 "이명박과 그 주구 유재천 일당들에게 결코 사랑하는 KBS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가 권력 최상층부의 지시에 맹종하는 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다면 어차피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며 "KBS를 욕보인 6적은 당장 KBS 이사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사원행동은 지난 11일 출범식에서도 정 전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한 유재천 현 이사장을 포함한 6명의 이사를 'KBS 6적'으로 규정하고 즉각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KBS 노조도 이날 낮 12시 본관 2층 민주광장(현 시청자광장)에서 '공권력 난입 규탄 및 낙하산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특보를 통해 "군사 독재 시절에도 일어나지 않았던 공권력 난입을 초래한 책임은 이사회에 있다"며 "KBS에 공권력을 불러들인 이사회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권력 투입의 최종 책임자는 이명박 정권이다, 이명박 정권은 그들의 실정을 방송의 탓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이제는 공권력까지 동원해 KBS를 장악하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합은 KBS의 정치 독립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KBS 구성원들의 이사회 저지 방침에도 이사회는 예정대로 임시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성오 KBS 이사회 사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은 후보들의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신임 사장 선출 방법, 절차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고 보고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전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는 여의도 KBS본관에 사복경찰 수백명이 노조원들을 밀어내며 투입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는 여의도 KBS본관에 사복경찰 수백명이 노조원들을 밀어내며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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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KBS, #언론장악,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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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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