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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손아귀 벗어나 해방될 생각해야 하는데, '건국'이라니 말도 안된다!"

 

흰 두루마기를 입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조용하던 기자회견장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8·15 기념행사나 하고 앉아있을 게 아니라, 진정한 해방운동을 일으키라"고 호되게 다그쳤다. 각계 대표와 원로들은 민족자주와 통일의 정신을 바로 잡고자 하는 그의 목소리에 박수를 보냈다.

 

14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광복 63주년 8.15 민족자주선언식'이 열렸다. 오늘 선언식에는 박순경 한국진보연대 고문, 문대골 예수살이 상임대표, 김동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등 60여 명의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광복 63주년 기념 8·15민족통일대회 추진위원회'(이하 통일대회 추진위)는 15일 진행될 광복 63주년 기념행사들에 앞서 각계 대표, 원로들과 오늘 선언식을 열었다. 통일대회 추진위는 15일 오전 12시 탑골공원에서 '일제 규탄 집회'를 하고, 오후 4시 대학로에서 문화제를, 5시에 본대회를 벌인다. 본대회에서는 민족자주와 반전평화, 공안정국규탄 등의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다.

 

오종렬 통일대회 추진위 공동대표는 선언식을 시작하며 "통일이 되어야 해방이지 그렇지 않다면 해방은 거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공동대표는 "근로인민대중이 차별당하지 않고 살려면 통일을 해야만 한다"며 "통일이 안 되면 미국의 초국적 자본 속에서 민족해방은 영원히 다가올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민족의 자주통일과 민중해방은 한 길"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도 이를 위해 총력을 다해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우리 아버지가 8·15 해방당시 만세를 부르다가 변소에 빠지셨다"고 천진하게 웃었다. 이어 "얼마 후 총소리가 들리며 여운형, 백범이 운명하자 아버지께서는 '8·15의 감격은 이제 죽고 분노만 남았다'고 통곡하셨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8·15는 싸워서 쟁취해야지 감격만 부르짖어서는 안 된다"며 "'건국' 따위는 전두환, 노태우가 만든 유물이니 진정한 해방을 향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고 말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우리 국민 다수는 남북협력의 진전을 갈망한다"며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조속한 이행으로 항구적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발전시키라"고 이명박 정부에 주문했다.

 

이어 박정곤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외세로부터 정치의 자주권, 국방의 자주권이 빼앗겼는데 이제 경제의 자주권도 빼앗길 위기"라며 "이러한 고통을 없애려면 분단된 조국을 통일시키고 하나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6·15 기치를 움켜쥐고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노동자가 통일조국을 이뤄내야 한다"며 "우리 아들딸들이 외세에 착취당하지 않도록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종교계도 민족자주와 통일을 위해 발언에 나섰다. 정상덕 원불교 사회개혁교무단 공동대표는 "해방 이후에 놀랍게도 이승만이 정권을 잡았고, 그는 기독교화 정책으로 민족종교들을 탄압했다"며 "그 음모의 배후에는 미국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방 이후의 폭압과 함께 현재 이명박 정부의 종교탄압도 엄청나다"며 "민족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종교차별을 엄중히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삼태 통일대회 추진위 공동대표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대표,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비롯한 3419명의 동의를 얻은 민족자주선언을 낭독했다.

 

"미국산 쇠고기 굴욕협상으로 시작된 맹목적 한미동맹추종정책은 나라와 민족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과주권마저 팽개치고 있다. 남북관계는 날이 갈수록 얼어붙어 적대와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이 없듯이 자주와 평화, 통일과 민주주의를 향한 시대의 도도한 흐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8.15 광복 63주년을 맞아 우리는 선열들이 피흘려 되찾은 이 나라를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이 올곧게 선 평화롭고 통일된 나라, 민의가 온전히 실현되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빛내나가기 위해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유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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