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승호의 재치 만점 <말놀이 동시집>(비룡소 펴냄)
이 책은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 아기들에게 들려주기 좋은 시집입니다. 또, 동음이의어로 말장난에 재미를 붙인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동시집입니다. 시인 최승호의 '말놀이' 시리즈는 우리 말의 재미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귀여운 동시 모음집입니다.
익숙한 사물조차 시를 쓰는 사람들의 눈에 비치면 새로운 옷을 입게 되지요. 짧은 동시들로 엮은 이 책이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관찰력을 높여주기에 좋을 것 같다면 책 한 권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독자로 보이겠지요? 그런 알뜰한 아줌마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권부터 3권까지 꽉꽉 채워주는 책입니다.
"배 먹자"고 하면 "엄마 검피 아저씨(그림책 주인공)의 배를 어떻게 먹어?"라고 대꾸하거나, 제 배를 두 손으로 가리며 "안 돼, 안 돼. 내 배 먹으면 안 돼!"하고 말장난을 시작한 세 살 쿠하에게 읽어주기 좋은 동시집입니다.
전작 '말놀이 동시집 1, 2'를 통해 유감없이 보여준 시인의 재치와 귀여운 그림이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1편 모음 편, 2편 동물 편에 이어 세번 째 책에서는 우리말 자음을 가지고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한 아이들이라면 자음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자음 부분만 예쁜 색으로 색칠돼 있어 좋습니다.
퇴임하시는 선생님의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창비 펴냄)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은 이번 여름, 모교인 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40여 년간의 교단생활을 마치고 퇴임하십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는 김용택 시인이 교사로서 펴내는 마지막 동시집이 되는 셈입니다. 한평생 '꽃, 풀, 새 그리고 어린이와 함께' 살아온 선생님 시인이 고향 마을과 산골 학교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한 권에 담았습니다.
시골 촌놈이자 마을 아재, 선생님이자 동무로 산골 아이들과 살아온 김용택 시인은 도시인의 향수로 바라보는 시골 풍경이 아니라, 흙길에 두 발을 꼭 붙이고 사는 생활인으로서 시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표백한 이미지의 어린이가 아닌 현실에서 부대끼며 고단하게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삶도, 독자들이 불편해 하든 말든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요.
51편의 동시들은 아이들의 눈높이로 발견한 생명 이야기, 산골 아이들의 일상과 외로움, 산골 아이들의 일상을 다양한 풀꽃들의 모습에 투영한 시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이들을 놀게 하자"는 <께롱께롱 놀이노래>(보리 펴냄)
10년 넘게 우리 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전래 놀이와 노래를 수집하고 다듬는 데 공들여온 저자가 아이들 노래 50곡을 골라 담은 그림 동요책입니다. 저자 편해문은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라는 놀이터 기행 책으로, 우리 아이들이 잃어 버리고 사는 놀이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자란 옛날 아이들의 놀이와 노래는 도시에 사는 바쁜 아이들에게 같이 놀자고 부릅니다. 부록으로 실린 CD가 있어 책에 나온 동요를 따라 배울 수 있습니다.
입말을 잘 살린 이 책에는 "아가리 딱딱 벌려라~ 열무김치 나가신다. 아가리 딱딱 벌려라~ 열무 김치 나가신다"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않는 그러나 어른들이 어려서 즐겨쓰던 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잘 모르는 놀이나 노래가 나오면 책의 뒷 부분에 나오는 '이렇게 놀아요'를 보면서 놀아주면 됩니다.
옛 그림과 함께 읽는 짧은 시, <그림 잔치를 벌여 보자>(대교출판 펴냄)
이 책은 '우리나라 바로 알기' 여덟 번째 책입니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말기까지의 우리 그림을 짧은 글과 동시와 함께 담았습니다. 조선 시대의 산수화, 풍속화, 인물화 등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한 컷 한 컷 우리 그림을 크게 펼쳐 놓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보여주는 형식입니다. 그림 밑에는 간단한 그림 설명이 담겨 있어서 처음 보는 그림이라도 당황하지 않게 합니다. 옛 그림을 엮어 보여주는 책은 아이보다 엄마가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함께 읽어요-우리 그림 이야기'에는 조선 시대 그림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했는지 풍부한 그림 자료와 함께 미술사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마지막에는 조선 시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조선 시대 왕 연표를 구성하고, 앞에 나온 그림들을 초기부터 말기까지로 나누어 담아 역사 공부에도 도움을 줍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서당, 신윤복의 미인도, 김정희의 세한도 등 익히 우리가 알고 있던 그림과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감상해 보세요.
시인 오규원의 동시집 <나무 속의 자동차>(문학과지성사 펴냄)
지난해 영면하신 시인 오규원 선생님이 1995년에 등단 30주년을 기념해 펴냈던 동시집이 다시 나왔습니다. <나무 속의 자동차>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동시집입니다.
40여 편의 시들을 통해 선생의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데,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은 선생이 20대와 30대 초반에 썼던 것들입니다.
젊은 시인이 쓴 동시에는 하나의 사물을 여러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유희가 담겨 있습니다. 그는 산, 들, 새와 나무, 계절, 밤 등 우리가 주변에서 늘 보아 오는 자연을 아주 세밀하고도 정교하게 관찰합니다.
오랜 시간 관찰하고 다듬어 정리한 동시는 가만히 앉아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별다른 수사 없이 순수하게 쓴 시들은 새로운 영상으로 떠오르게 합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아이들과 함께 짧지만 오랜 여운을 주는 동시를 읽어보세요. 아직 오지 않은 가을 하늘의 여유로움을 좀더 빨리 만날 수 있을런지도 모릅니다. 천진함으로 그려낸 명확하고도 따뜻한 세계는 지친 일상을 쉬어 가게 하는 휴식을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