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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물론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이미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는 것은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게다가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주택 관련 금융 뿐 아니라 아파트 분양권 되팔기(전매) 제한, 재건축 등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이처럼 부동산을 통한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 혜택은 서민층보다는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주택 투기 수요를 일으켜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또 부동산 시장이 다시 투기 광풍에 휘말릴 경우 '물가와 민생안정'이라는 현재의 정책기조는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계층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면서 민심 이반도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서울 사당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서울 사당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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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초부터 '분양권 전매' 등 규제 풀 듯

국토해양부는 지난 17일 청와대 쪽에서 나온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어떤 규제를 언제 어떤 내용으로 풀 것인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향후 2~3년 사이에 일부 공급부족 전망도 있는 만큼 여러가지를 고려해 (규제완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의 경우) 분양권을 10년씩 팔지 못하도록 한 것 등의 규제는 현재 상황에 비춰봤을 때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다"면서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석 전인 다음달 초께는 분양권 되팔기(전매) 제한을 포함해,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손보는 방향으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등 정부 쪽에선 이미 구체적인 추진 내용에 대해 한나라당과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청와대도 직간접적으로 관련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금·분양금] 2가구 소유자에 양도세 완화, 종부세 기준도 9억으로 인상 예정

문제는 규제완화의 내용이다. 우선 부동산 관련 세금이 전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나라당에선 재산세의 과표 적용률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그리고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도 재산세 부담을 깎아줬다.

양도소득세 역시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가구 1주택자뿐 아니라 집 2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주택을 팔 때 내는 세금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정부 쪽에서 내용을 가다듬고 있다.

논란이 됐던 종합부동산세의 경우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폭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대다수 서민과는 상관없이, 일부 부동산 부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사회적 비판 여론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따라 결국 현행 6억원의 부과 기준이 9억원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규제와 관련해선, 아파트 분양권 되팔기(전매) 제한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의 경우 공공택지에 대해 많게는10년(전용 85㎡ 이하), 적게는 7년(85㎡ 초과)까지 분양권 되팔기가 제한됐었다. 물론 민간택지의 경우 이보다 약간 낮아 85㎡ 이하는 7년, 85㎡ 이상은 5년간 전매가 제한됐었다.

지방은 이미 규제가 많이 풀려 공공택지에서만 1년간 제한되고, 투기과열지구라도 공공택지는 3년간 되팔기가 제한돼 있다.

따라서 관심은 정부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수준이 수도권에 얼마나 적용되느냐다. 주택업계 쪽에선 지방은 전매 제한 기간을 완전히 풀고, 수도권도 최대한 기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 쪽에선 지방은 최대한 전매제한 기간을 풀 수도 있지만, 수도권은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공택지의 10년과 7년 전매제한 규정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서울 강남은 '폭탄'... 조합원 지위 사고팔까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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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재건축 규제 완화 여부도 부동산 시장을 흔들 수 있는 '폭탄'이다. 국토부는 재건축 관련 불합리한 절차를 개선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부 규제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재건축 관련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규정을 손댈 가능성이 크다. 이 규정은 조합원이 지위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웃돈이 크게 붙어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따라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 인가가 난 뒤에는 조합원의 지위를 사고 팔 수가 없다.

또 재건축 때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할 비율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건축으로 얻어지는 개발이익을 일정하게 환수하는 기능을 해왔다.

현재 수도권 과밀억제 권역에서 재건축할 경우에는 전체 건설예정 가구수의 60% 이상을 전용 85㎡ 이하로 건설해야 하며, 또 재건축으로 증가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세워놓지 않고, 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 경우 이에 따른 집값 폭등의 후폭풍은 아무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부분을 보고 있다"면서 "재건축, 재개발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 입장은 여전하며,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한 방안을 여러 가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금융] 집값 60%까지 대출 가능... 규제 있으나마나

이와 함께 주택 관련 금융규제도 완화쪽으로 기울고 있다. 주택을 구입할 때 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무차별적으로 빌려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각종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규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동시에 적용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쪽에선 이 가운데 DTI는 없애고 LTV만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쪽에선 아직까지 둘 다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DTI가 폐지되면 자신의 소득 수준에 큰 상관없이 집값의 60%까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주택업계 쪽에선 DTI 폐지 뿐 아니라, LTV도 8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주택 금융규제는 사실상 있으나마나하는 수준이 된다.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 계약금 대출 상담 장면.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 계약금 대출 상담 장면.
ⓒ 오마이뉴스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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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강부자 정권'이 부동산에 손을 댄다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문제는 침체된 경기를 부동산 세금 무력화를 비롯해 재건축 완화 등으로 살리려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이어 "하지만 정부가 규제완화에 나서더라도 경기가 얼마나 살아날지는 의문"이라며 "물가폭등 등으로 부동산 구매력이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고, (정부 규제 완화에도) 현재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값 하락은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거품이 빠지고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만 경기부양 목적으로 다시 부동산을 건드리게 되면 훗날을 기약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과거 정권을 통해 부동산 경기부양의 폐해가 얼마나 심한 것인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재건축규제#종합부동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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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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