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집을 제가 소개하려고 하니 좀 쑥스럽습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제 시집 좀 신문에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기는 더 염치없는 노릇 같아 그냥 제가 잠깐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23년 전에 첫 시집을 상재했으니 문단에서 중견시인 소리를 들어야 마땅한 것인데 아무도 저를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 그간 시인으로서 내가 얼마나 나태하고 무성의 했나 금방 알 수 있는 노릇입니다.
인천문단에 적을 두고 그냥 조용하게 문단의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렇지만 항상 문학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적은 없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오로지 문학에만 매달릴 수 없는 여건이 문학에 소홀한 한 원인이라 하면 금세 어떤 변명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낌새가 저도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아마 평생 식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그 좋은 문학의 열매를 맺어 독자에게 아니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면 그것은 개인으로서도 큰 영광이겠지만 이제 나이를 먹고 보니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 좋은 시인들을 보면 힘차게 박수라도 치고 싶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고 있는 시인들 멋지지 않습니까?
저는 사실 이번 시집이 일곱 번째 시집입니다. 그런데 매번 시집이 변변치 못하다 보니 저를 아는 독자도 별로 없고 문단에서 그 이름이 미미하여 아무도 눈 여겨 봐주질 않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끔 제 작품을 놓고 제가 곰곰이 생각하면 이만하면 독자들이 흥미 있어 하고 관심도 가져줄텐데 하고 혼자 아쉽게 생각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메추리도 제 자식은 예쁘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 작품에 제가 도취하는 것은 흔히 범하는 오류일 뿐 작품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여튼 이번 시집은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괜히 말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제 시집을 사서 보시지 않아도 오마이뉴스 검색창에 제 이름 ‘최일화’만 딱 치면 시집 세권 분량의 시가 좌르르 쏟아져 나올 것이니 그냥 아무거나 몇 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요새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졌습니다. 아직 더위가 물러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막바지 더위 잘 넘기시고 풍성한 가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시집 속의 짧은 시 한 편 소개하겠습니다.
그해 봄
너의 편지를 잘게 찢어 꽃잎 뿌리듯 봄길 위에 뿌리니 복사꽃 잎 흩어지듯 네 추억
우수수 바람에 날렸네
세상 어디에도 꽃 한 송이 피지 않았지 산에도 들에도 꽃이 피지 않았지 그해 봄엔
2008.8.19
인천 만수동에서 최일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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