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논란이 법원에서 판가름 난다. 핵심 쟁점은 해임의 적법성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낸 해임무효 확인 및 집행정지 신청 소장에서 "방송법에서는 '임명'과 '임면'을 명확히 구별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은 KBS 사장을 임명할 수 있을 뿐 해임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면'하던 방송법 규정은 2000년 개정 때, '임명'으로 바뀌었다. '임명과 해임'을 뜻하는 '임면'이 아니라 '임명'인데, 거기에 '해임권'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대통령의 정연주 KBS 사장 해임의 불법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00년 방송법 개정 당시의 상황이 중요하다. 개정안을 발의하고 논의한 국회 문화관광위 간사였던 신기남 전 민주당 의원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다. 19일 신기남 전 의원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신 전 의원은 "한나라당은 그 때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때 오히려 '국민회의' 내부에서 반대가 있었다"면서 "정연주 사장이 사표를 내지 않으니까 억지로 밀어내려고 그렇게 한 것이다, 정치적 압력넣어서 KBS사장을 아무 때나 대통령이 해직시키는 것이 말이 되나? 그건 무효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임면'을 '임명'으로 왜 바꿨을까

 

- KBS 사장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해임권'을 놓고 논란이다. 원래 대통령에게 있던 '임면'권을 2000년 통합방송법 개정 때 '임명'으로 바꾸었다. 문제는 이 '임명'에 해임권이 있느냐 없느냐다. 그때 통합방송법 개정을 발의했고, 문화관광부 상임위 간사였다. '임면'을 '임명'으로 바꾼 이유가 있나?

"임기제와 장관같은 정무직(선거에 의하여 취임하거나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특수 경력직)은 다르다. 정무직 임명은 당연히 면직이 되지만 임기제 직책은 다르다.

 

KBS 사장은 정무직이 아니라고 봤다. 그게 옳은 것이다. 따라서 면직을 자의적으로 하지 못하고 특별히 비위적 행위가 있어야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자의적인 임면권자가 될 수 있는 것과 분명 차이가 있다. 그때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

 

통합방송법을 제정할 때 여야 정당만 의견을 낸 게 아니라 언론노조, KBS 노조도 많은 의견을 냈다. 시민단체도 냈다. KBS 사장의 정치적 독립성, 안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를 많이 해왔다. 그때 '임면'은 말도 안 된다, '임명'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올라왔다. 정권 잡은 우리 입장에서는 옛날 그대로 둬도 좋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 의견들을 수렴해 법을 만든 것이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중립적으로 구성했다. (방통위 위원들을) '공무원'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우리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 당 내부에서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국민의 정부가 그 당시 내린 결단이었다고 자부한다."

 

- 방송통신법 개정에 대해 한참 논의하던 1999년,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도 신기남 전 의원과 함께 문화관광부 상임위 간사였다. 그런데 이경재 의원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임면'을 '임명'으로 내놓은 건 사실이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임면'이란 용어가 다들 '임명'으로 바뀌고 있어 자연스럽게 바뀐 것이라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다. '임면'을 '임명'으로 바꾼 건 인정하니까 반은 인정했네. 그렇게 바꾸는데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한나라당은 그 때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때 오히려 '국민회의' 내부에서 반대가 있었다니까. 하지만 ('임면'을 '임명'으로 바꾸는 걸) 우리가 먼저 요청했다. 시민단체와 언론사 직원들의 강력한 요구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 조항을 눈여겨 본 듯했다."

 

'임명'도 해임권 있다면, '임면'을 뭐하러 바꾸었겠나?

 

- 하지만 그때 같이 문화관광부 상임위 간사였던 이경재 의원은 자연스럽게 '임면'이 '임명'이 됐다. '임명'으로 용어가 자연스럽게 바뀐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경재 의원이 '임명'이 별 다른 의미 없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임명'으로 용어를 통일한 것처럼 말하는데, 그 당시 상황과 '임명'으로 바꾼 이유를 너무 왜곡한 것이다. 대통령이 '임면'을 하면 정무직화 되는 것이다."

 

- 그런데 대통령의 KBS 사장 '임면'을 '임명'으로 바꾼다는 내용과 바꾼 이유를 그때 국회 상임위 속기록에서 찾을 수가 없다. '임면'을 '임명'으로 바꾼 논의 과정이 있을 것 아닌가?

"'임명' 이야기는 속기록을 적는 정식 법안 심사 때 논의한 게 아니다. 속기록으로 작성되는 건 정식 의제로 올라왔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건 논쟁 대상이 안 됐다. 막후 접촉이 중요했다. 소위에서 결정된 걸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거니까.

 

한나라당도 '임면'을 '임명'으로 바꾼 게, 별 의미 없이 바꾸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거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그렇다. 비정무직은 법적 사유가 있을 때야 면직된다. 논리적으로 판단해 봐라. 이경재 의원은 정무직과 비정무직을 혼동한 것 같다."

 

- 통합방송법에서 대통령이 KBS 사장 '임면'을 '임명'으로 바꾸면,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이 사라진다는 것을 그때 국회의원들이 알았다는 말인가?

"'임명'에 해임권이 있다고 생각하면 뭣 하러 '임면'을 '임명'으로 바꾸었겠나? 법률 문구가 얼마나 중요한데? 신분이 보장된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 임명직 기관직으로, 정무직이 아닌 사람은 법률적 해직 사유가 있거나 본인이 사표를 내야 한다. 정연주 사장이 사표를 내지 않으니까 억지로 밀어내려고 그렇게 한 것이다. 정치적 압력 하에 아무 때나 대통령이 해직 시키나? 그건 무효다."

 

- 이경재 의원이 또 그랬다. 통합방송법에 부사장, 본부장도 '임명'한다고 돼 있는데, 그러면 사장이 부사장, 방송 본부장을 해직할 수 없다는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부사장이 법적 신분이 보장돼 임명되는 건 아니잖나? 내부적 신분 아니냐? 왜 그것과 혼동하는지 모르겠다."

 

"KBS 사장은 정무직 아냐... 법적 임기 보장 신분"

 

- 그런 말도 있다. 공무원법과 헌법상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은 전부 '임명'과 관련이 있다. '임면'이란 말은 거의 다 없어졌다. 자연스런 추세로 그리 됐다. 또 국어사전에도 임명은 임명과 해임권, 징계권을 포함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니까 통합방송법에 적힌 대통령의 KBS 사장 '임명'이란 말도, '임명'에 해임권을 포함한다라는 주장이다.

"방송법에 '임면'으로 해놓으면 대통령이 KBS 사장을 면직할 수 있다. 그걸 못하게 한 거다. 해직의 사유는 법률적 사유가 있거나 본인이 사퇴하거나 할 때 밖에 안 된다. 경영 수완이 모자란다고 해서 장관 자르듯이 잘라서 안 된다. KBS 사장은 정무직이 아니니까.

 

말도 안 된다. 만약 '임명'에 해임권이 있다면, ('임면'을 '임명'으로 바꾸는 걸) 우리가 고민을 왜 했겠나?"


태그:#KBS, #정연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