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일상적인 삶이지만, 어렵고 해답이 없다. 어떻게 하면 잘사는 것일까. 그러던 차에 이정희 국회의원의 사는 법이 궁금했다. 가끔은 이렇게 누군가를 찾아나설 생각이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국회의원 신분으로 강제 연행되는 사상초유의 사건과 1000여일이 지나도록 해결기미가 없는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문제를 위해 직접 단식농성과 중재에 나선 이가 있다. 바로 18대 국회의원인 이정희(40) 민주노동당 원내부대표다.
이정희 의원은 2000년 사법연수원 제29기를 수료하고 법무법인 덕수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2001년부터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및 여성복지위원회 등의 활동을 함께 병행하며 관련 소송을 해왔다. 그 활동을 근간으로 2008년 민주노동당 18대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녀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으로, 단식 등의 과감한 활동을 할 때는 국회의원으로, 중재를 할 때는 변호사인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변호사로 활동할 때와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할 때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변호사나 국회의원 둘 다 비슷한 점이 많다. 피해자를 대변하고 정책을 만드는 데는 변호사로의 경험이 많이 작용하고 또 도움도 된다. 그러나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 결단을 하거나 행동을 해야 할 때는, '제3자'로서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변호사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그녀가 사는 법'이 내심 궁금했다. 다음은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인터뷰한 것과 20일 서면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일문일답.
- 민변으로 활동할 때 보다 오히려 국회의원인 현 신분이 활동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을 것 같은데. 장단점이 있는지.
"장점은 소송이나 현행 법률 하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여론을 만들고 법을 직접 개정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이라기보다는 풀어야 할 과제인데, 국회의원은 혼자서 판단하고 일해야 하는 변호사와는 달리 많은 사람을 만나 설득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 이정희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면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어떤가, 민주노동당 이외의 국회의원들 중 진심으로 동조하고 함께 하려고 하는 이가 있는지.
"오히려 내가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면 함께 할 좋은 의원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는 것을 이번 기륭전자 문제 동행 단식을 하며 느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여성의원 15분이 1000일 넘게 싸워온 기륭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의원들이 찾아와 격려하고 걱정해 주시기도 했다. 당적을 떠나서 우리 주변의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고통 받는 현실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공감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 이정희 의원의 관련 검색어는 당연 연행, 민노당, 강기갑, 촛불집회로 나온다. 당선이후 많은 일들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기륭전자 사태까지. 계속적인 집회 및 활동 외에 실질적인 입법 활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추진 중인 법안이 있는지.
"지난 7월 '통상협상의 체결절차에 관한 법률안'(통상절차법)을 발의했다. 한미FTA와 같이 국민 생활에 큰 영향과 피해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조약을 체결할 때 정부가 미리 계획을 세우고 국회과 국민에게 보고하고 체결 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다.
서민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상가임차인인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도록 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주택 임차인에 대한 안정적인 임차기간 보장, 임대료율 상한제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대형마트에 대한 합리적 규제로 재래시장을 포함한 중소유통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유통산업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안을 준비 중이다.
또 호주제가 폐지된 것은 다행이지만, 가족관계등록부의 정보가 여과 없이 노출되는 등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족관계등록법도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성희롱을 차별로 간주하는 규정을 추가한 국가인권위법 개정안도 발의할 생각이다.
군용비행장과 사격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음 피해도 심각하다. 방지책을 마련하고 적절한 피해보상을 하도록 하는 법안도 제정할 계획이다. 특히 촛불과 소통하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5공식 공안탄압을 하고 있다. 집시법을 바꿔 집회 원천금지 조항을 폐지하고 경찰관 직무집행시 지켜야 할 인권보호 의무를 명시하는 쪽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도 개정안을 내려고 한다."
- 민변 시절 중요하게 다루었던 일과 국회의원 비례를 받아들이게 된 이유, 국회의원이 된 후 관심 있게 다루어낼 일 등이 궁금하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왜곡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일을 많이 했다. 민변 여성복지위원장을 하며 호주제 위헌심판제청사건을 담당했다. 국회의원이 된 이유는 진보세력이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려면 많은 실력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를 쌓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국회를 받아들였고, 그래서 비례후보 제안을 받아 들였다. 국회의원이 돼서도 이런 활동을 계속 할 생각이다.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편 상임위로 정무위를 맡게 됐는데, 이명박 정부의 무분별한 금융산업화 정책이 초래할 피해를 파고들며 서민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국회에서 속이 후련하게 대변하고 싶다."
- 민심을 대변하는 일은 국회의원이나 변호사나 똑같은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법률인들의 국회입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행 법 테두리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바꾸는 일이, 서민의 편에서 이뤄진다면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변호사가 다 그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가진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누구를 위해 쓰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 당장 어떤 일에 집중할 계획인지.
"상임위 활동, 한미관계 문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일,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노동당이 거리에서는 제1당이나 다름없었지만 국회에서는 5석짜리 소수정당이다. 모든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여러 명의 몫을 해야 하고 저 또한 그렇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피해 받는 서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원칙을 늘 지키겠다."
- 마지막으로 변호사와 국회의원에 대해 각각 정의를 내린다면.
"변호사는 '제 3자'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제3자로서 거리두기를 하면 올바른 일을 하기 어렵다. 옆에서 마음을 나누고 사람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게 국회의원의 일이고, 특히 피해 받는 서민들과 소통하는 게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지금이 어쩌면 생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때입니다. 기나긴 단식으로 나머지 삶이 온통 무너져 버릴 수도 있는 순간입니다. 이 순간, 이 분들의 옆에 있고 싶습니다. 같이 울고 싶습니다. 1000일이 넘게 한뎃잠을 자고 그것도 모자라 55일이나 단식을 이어와야만 했던 이 분들의 삶을 외면할 방법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이 분들의 문제를 지나친 채, 국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이라고 떳떳히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 8월4일 국회정론관에서 이정희 의원은 기륭전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기자회견을 한 뒤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8월14일 11일간의 단식을 마칠 때까지 수많은 사람이 이정희 의원을 찾아왔고, 이정희 의원은 기륭전자 사장 등 많은 사람을 찾아 나섰다. '피해 받는 서민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길을 찾아 나서고 있는 이정희 국회의원이다.
구태여 긴 말 하지 않고, 실천으로 입법 활동을 묵묵히 진행하고 있는 그녀의 길에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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