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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여 외나무다리 건너기 전설처럼 추억하고 있는 상여 외나무다리 건너기기가 괴산청결고추축제에서 재현되고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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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경험해보기 힘들 것 같아 전설처럼 기억하고 있는 하나의 추억이 있습니다. 한사람이 걷기에도 조붓해 보이는 논두렁길을 상여를 멘 12명이 일렁일렁 발맞추며 걸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 길 만큼은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 구불구불한 논두렁길이었기에,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영락없이 관을 떠안고 넘어질 수밖에 없는 길이었기에, 마음 졸이며 메던 상여였습니다. 

20여 년 훨씬 이전, 군대를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향에서 상여를 멜 일이 생겨 경험한 소중한 추억입니다. 지금이야 상여를 쓰더라도 알록달록한 종이꽃으로 장식을 한 일회용 꽃상여가 대부분이지만 그때만 해도 동구 밖에 있는 상엿집에서 보관하다 꺼내오는, 몇몇 안 되는 동네 기물 중 하나인 틀 상여였습니다.

요즘이야 농지정리가 잘되어 있어 차가 들어가는 데도 문제가 없지만 그때만 해도 장지에 가려면 조붓한 논둑길을 지나야만 했습니다. 양쪽으로 상여를 멘 상두꾼들이 논둑길로 올라섰습니다.

발이 빠지더라도 디딜 수 있는 땅이 있으면 상관없지만 아래쪽이 낭떠러지인 논둑길이다 보니 외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여 틀에 의지해 조붓한 길에서 발을 가운데 쪽으로 모으다 보니 상두꾼들은 자연스레 비스듬하게 누울 수밖에 없어 부채꼴 모양으로 서게 됩니다. 

한사람이 걷기에도 조붓해 보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상두꾼이 요령잡이의 선소리에 발을 맞추고 있다.
 한사람이 걷기에도 조붓해 보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상두꾼이 요령잡이의 선소리에 발을 맞추고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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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잡이의 선소리는 떠나는 이를 추모하는 진혼곡이었고, 상여꾼들이 넣는 후렴은 일렁이는 몸짓조차도 균형을 맞추게 하는 아름이었습니다. 선소리와 후렴으로 동체를 이루며 조붓한 논둑길을 건너던 일을 다시는 경험해 보기 힘들 것 같아 전설 같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시 보게 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상여

그렇게 전설 같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외나무길 상여건너기를 지난 24일 괴산 청결고추 축제장에서 다시금 보았습니다. 추억하고 있는 그때는 실전이었고, 다시금 보게 된 지금은 재현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상여꾼은 늙수그레해 보이는 어르신들이었고, 선소리를 넣는 요령잡이는 노용길(70세)어르신이었습니다. 상여를 멘다는 게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하는 게 상두꾼이니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이 멘듯합니다.      

노용길(70세) 할아버지가 요령을 흔들며 선소리를 넣고 있다.
 노용길(70세) 할아버지가 요령을 흔들며 선소리를 넣고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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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한 길을 걸어온 상여가 외나무다리로 올라섭니다. 고향마을에서는 발을 가운데로 모으느라 비스듬하게 섰을 뿐인데 상여놀이로 재현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몸을 상여 쪽으로 돌려 마주서 게걸음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상두꾼들이 서는 방향은 달랐지만 선소리와 후렴을 주고받으며 하나가 된다는 것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널찍한 상여를 둘러멘 12사람이 한사람이 걷기에도 조붓해 보이는 외나무다리를 자박자박한 발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던 건 잃어버리지 않은 전통이 있고, 계승되어 오는 민족의 지혜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태그:#상여, #외나무다리, #청결고추, #괴산, #요령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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