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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9일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문 검색한 사건은 불교계를 들끓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쌓인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행태에 대한 불만이 8월 2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여는 것으로 폭발한 것이다.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 윤남진 부대변인(참여불교재가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말한 악연 때문에 불교계가 이 대통령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한 "3월 2일 이 대통령이 김진홍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한 것은 국정 책임자들에게 하나의 신호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동 때문에 국정 책임자들이 종교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0일에는 국토해양부가 만든 대중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에 교회와 성당은 표시되었지만 사찰은 누락된 것이 드러나 불교계의 심기를 또 한번 건드렸다. 윤 부대변인은 이후로도 행정안전부 표준전자지도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드러나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봉헌'이 시작, 청와대 예배는 신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검문한 사건 이전에도 불교계가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 지관 스님 검문 사건은 경찰이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시기에 발생했고 시국 현안과 연관되어 있다.

 

경찰은 결례였다고 하지만 '경찰관집무집행법'(제3조 불심검문)에 따르면, 경찰관은 거동이 수상하거나 어떠한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할 의심이 있는 자 또는 행해진 범죄 등에 대해 그 사실을 아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총무원장에게 이렇게 할 정도니 일반인들에겐 어떻게 했겠는가.

 

"나를 검문한 것은 좋다. 총무원장이라고 검문 대상에서 예외일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총무원장이니까 더 검문해야겠다는 것은 평등이 아니다."

 

윤 부대변인이 지관 스님을 면담한 자리에서 지관 스님이 전한 말이다. 윤 부대변인은 "그래서 불자들은 이번 검문사건이 의도적이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국무총리가 지관 스님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해를 풀어달라"는 식으로만 말하고 형식적 인사 이동이나 경징계에 그친 것은 사안에 비해 적절한 조치를 내렸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부대변인은 "경찰 관리들이 공무집행에 대한 인권의식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가 한 쪽으로 편중되었다는 것도 불교계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정장식 전 포항시장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에 앉힌 것만 봐도 이 대통령의 인적 기반이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신앙그룹과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전 포항시장은 포항시 예산 1%를 성시화운동(도시 전체를 기독교화 하자는 운동)에 사용하려다가 적발되어 불교계의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윤 부대변인은 "그전부터 성시화운동이 권력을 과도하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가 권력화되고 권력이 종교화되면 사람이 죽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불교계가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윤 부대변인은 "한국교회 유력 인사들이 친정부적 발언을 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자유이자 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김진홍 목사를 비롯 이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분들은 친정부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의 영향을 주는 발언은 목회자니까 조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계속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종교 권력을 활용하겠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직자들은 정치와 거리를 두고,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을 통합하는 보루로 남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 그것을 통합시킬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친정부적 발언을 하는 목사들 외에도 추부길 목사 등 청와대나 여당에서 활동하는 목사들을 바라보는 불교계는 당황스럽다. 불자로서는 스님들이 그런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부대변인은 이런 면에서 거대한 인식의 장벽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직자가 정치적 발언이나 활동을 하는 것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의 말이 다른 종교인이나 종교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고민하고 배려하면서 했으면 좋겠다."

 

총무원장 스님이 "이번 대회에 50만명은 모여야 한다"고 한 말이 불자들의 세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시국기도회 등으로 시청 앞에서 모여 세를 과시하던 모습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윤남진 부대변인은 "이번 일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주지스님들이 책임의식을 갖도록 독려하신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범불교도대회 주최 측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불교가 조직화된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자들 중 한 달에 한 번 이상 절에 가는 사람 6% 정도인 데다가, 불과 두 주 만에 대회를 열기 때문에 세를 과시하기 위한 목표를 잡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경찰이 숫자에 관심이 많다."

 

"우리 사회 종교들, 과대평가 받는다"

 

윤 부대변인은 "이번 대회의 목적은 제목에서 보듯 헌법파괴와 종교차별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부대변인은 "공직자들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공무원이 종교색을 보였을 때 나라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윤 부대변인은 "정교분리를 하위법에서 구체화해야 한다"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규정 수준의 정교분리 조항을 만들기 위해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제도화하지 않으면 잠복된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정교분리와 같은 문제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권리 의식이 성장한 시대에 살면서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고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무원이 종교적으로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불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윤 부대변인은 "우리 사회 종교가 실제로 공공선에 기여하는 것보다 과대평가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교인이 투명성을 잘 지키고 공공서비스를 사회에 잘 전달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부대변인은 "사회복지·교육·의료 등과 같이 종교도 사회적 특혜를 주는 분야인 만큼 투명하게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데까지 나가야 종교가 건강해지고 신뢰받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나라가 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종교계가 협력했던 예로 3·1운동과 IMF 극복운동이 있다. 이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차원에서 공공선을 위한 공공의 실천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남진 부대변인은 2009년 3·1운동 90주년을 기념해서 종교계가 그 의미를 찾아 국민적인 운동으로 통합과 소통을 위한 역할을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꿈일 수도 있는데, 종교계가 갈등을 방지하고 사회적으로 긍정적 역할을 하기 위해, 주요 지도자들이사회적 협약을 맺고 상호간의 이해를 높였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제휴기사입니다.


태그:#정교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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