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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운동은 차차차 스텝으로 크루즈호에 탑승한 승객들이 모여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낯선 스텝에 따라하는 모습들이 흥미로워 보인다.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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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지 않는 듯 조용하면서도 배는 밤새 달려왔나 보다. 홍콩 앞바다에서 잠든 우리가 눈을 떴을 때 크루즈는 중국의 하이난(해남도)을 향하고 있었다. 오후 1시 입항, 우리는 하이난에 도착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배에 들어 올 때만큼이나 까다로운 절차로 미리 받아놓은 비자와 여권, 승선카드를 다섯 차례 보이기를 반복한 후에야 중국 최남단의 섬인 하이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베이징올림픽 때문에 하이난의 이민국에서 매우 까다롭게 입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 첫 기항지 하이난에 도착하다 비자와 여권, 승선카드를 다섯 차례 보이기를 반복한 후에야 중국 최남단의 섬인 하이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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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은 중국은 물론이요 세계에서도 청정지역에 속한다. 깡마른 체구의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를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는 출입국검색대 근처에도 못 오게 하는 것을 보니 공연히 우리들까지 경직됐다.

 

다른 여행사의 팀과 합해서 열 명이 하이난 관광신청을 했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 다른 일행이 나오지 않아 30분 이상을 기다리다 우리 일행만 해변으로 향했다. 듣던 대로 고운 모래와 깨끗한 바다, 특이하게 생긴 지붕 모양의 파라솔과 야자수가 우리를 반긴다.

 

▲ 녹회두공원에서 내려다 본 하이난 전경 중국에서는 물론이요 세계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중국 최남단의 섬인 하이난의 전경은 사뭇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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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하지 않은 탓에 탈의실 이용과 샤워시설은 편하게 이용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휴가철에 이렇게 한적한 해변이 없을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라면 꽤 비싼 사용료를 냈을 법한 비치의자에도 누워보고 모래사장에 엎드려 선탠도 했다.

 

선크림을 발랐음에도 10분 만에 온 몸이 화끈거린다. 난 올해 처음으로 바닷물에 뛰어 들었다. 일행과 함께 여럿이 한 파도타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실컷 놀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해파리에 쏘인 남편 때문에 금방 바다에서 나와야 했다.

 

이렇게 곱고 깨끗한 모래를 두고 가기에 아까울 정도지만 그래도 해볼 건 다 해봤다. 사진도 찍고 바다수영도 하고 파도타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오며 우리말을 하는 젊은이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괜히 반갑다.

 

한적한 해변을 뒤로 하고 우린 녹회두 공원에 올랐다. 중국인들의 전설(사슴이 고개를 돌린다는 뜻이 담긴 녹회두의 전설)을 들어가며 한 시간여 잘 가꾸어놓은 자연친화적인 공원을 걸었다. 그다지 덥지 않고 바람이 상쾌했다. 땀이 날 즈음엔 더위를 식힐 야자열매로 목을 축였다. 빨대로 먹은 야자열매의 맛은 꼭 스포츠음료 맛이다.

 

저녁은 하이난에 위치한 꽤 큰 규모의 식당에서 먹었다. 중국의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해산물정식이라고 하는데 무려 열네 가지 요리가 차례차례 나왔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눈요기도 되니 일석이조, 맛도 일품이지만 보기도 좋다. 앳된 종업원이 우리에게 음식 서빙을 했다. 나오면서 보니 관광객도 있고, 현지인들이 식구들과 홀을 꽉 메워 식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둑해져서야 하이난을 뒤로하고 저녁 8시 승선시간을 지켜 배에 다시 올랐다. 우리를 기다리는 배는 낮과 달리 불이 들어와 더 멋져 보였다. 승선할 때도 배에서 나갈 때만큼이나 까다로운 절차로 여려 차례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나란히 이웃한 방의 일행 분들도 마찬가지여서 우린 다시 밤에 모였다. 출입국 심사에 해파리까지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던 하루였다. 크루즈에서의 또 하룻밤이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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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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