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했던 일이 일어났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일어날지는 몰랐다.
KBS 2TV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과 SBS '이재룡 정은아의 좋은아침'은 27일 오전 9시30분부터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딴 이용대 선수와 이용대의 부모를 출연해 나눈 토크쇼를 방영했다.
생방송이 아니라 사전 녹화 방송이지만 약속까지 어겨가면서 같은 시간에 겹치기로 내보낸 일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그것도 선수단이 귀국한지 이틀 만이다.
이용대 선수뿐만 아니라 유도 최민호 선수, 역도 장미란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공중파 방송 연예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을 방송계와 연예계에서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운동에 전념하지 못하게 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지만 결국 방송계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그냥 두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선수들을 방송사들은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유혹은 매우 크다.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앞다투어 방송에 출연시켜 훈련에 전념해할 선수들을 잠깐 동안 연예인으로 만들어 비판을 받았지만 잘 고쳐지지 않았다.
방송계와 연예계 성격을 잘 모르는 선수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인기 앞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4년 동안 눈물과 땀을 흘릴 때 누구 하나 자신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지 않았지만 금메달을 딴 순간 모든 세상이 변했다는 현실은 적응하기 힘들다.
가장 중요한 책임은 선수 자신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운동만 한 선수와 가족들이 방송계와 연예계, 기업체 광고의 집요한 요구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이겨나가는 힘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결국 선수들을 보호해줄 책임은 시청률 경쟁을 하는 방송계와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 시민 모두에게 있다.
<한겨레> ‘박태환을 그냥 내버려두라’ 기사를 선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 방송계, 기업체는 새겨 들어야 한다.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 말에 따르면, 박태환은 지난 15일 남자자유형 1500m 예선이 남아 있는데도 ‘잠깐 한국에 다녀오겠다’고 말할 정도로 마음이 떠나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후원사인 스피도에서 광고를 다 준비해놓고 박태환이 한국에 잠깐 들어오면 이를 터뜨리려 했다는 것이다. 화들짝 놀란 체육회 쪽은 박태환의 한국행을 강력히 만류했다고 한다.”(<한겨레>-'박태환을 그냥 내버려두라' 8월 25일자>
1500m를 남겨둔 선수가 왜 한국을 다녀와야 하는가? 후원사 입장에서는 기업 홍보가 중요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후원사라면 후원하는 선수를 감독만큼은 못하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경기에만 몰두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올림픽에 금메달과 인기를 끌었던 선수들을 그냥 내버려두어야 한다. 이용대 선수는 지금 스물 살이다. 런던 올림픽뿐만 아니라 2016년 올림픽까지 나갈 수 있다. 박태환 선수도 지금이 절정기가 아니다.
베이징 올림픽 8관왕에 오른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는 2004년 아테네 때는 6관왕이었다. 펠프스 나이가 24살이다. 24살이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박태환 선수는 21살이다. 2012년이면 25살이다. 런던 올림픽 때 400m, 200m에서 메달을 따고,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베이징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면 그가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지켜주고 보호해주어야 한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선수들도 절제해야 한다. 방송 출연만으로 얻어진 인기는 아침안개에 불과하다. 선수생활을 앞으로도 계속하려면 아침 안개같은 방송출연은 절제해야 한다. 방송출연이 아니라 휴식, 자기 개발, 다음 대회를 위한 훈련에 전념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계는 올림픽 선수들을 그냥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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