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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복원을 내걸고 이뤄지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지금 이뤄지고 있는 각종 사업이 과연 친환경일까?
▲ 시멘트 구조물을 덮은 흙더미 생태계 복원을 내걸고 이뤄지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지금 이뤄지고 있는 각종 사업이 과연 친환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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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묻습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한강 본연의 생태 기능을 회복해 한강을 문화 관광 레저 공간으로 만들어 서울 대표 브랜드화 한다는 계획이다. 2007년 7월 사업안을 발표했으며, 2030년까지 한강 콘크리트를 모두 걷어내거나, 그 위에 흙을 덮어 녹지로 바꿀 방침이다.

잠수교를 보행 전용화하고, 반포대교에 분수를 만들며, 한강다리를 이용한 대중교통 연계시스템 도입 등이 이 계획 아래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는 6682억원이며, 한강 생태계 회복 사업에 940억원 가량이 들어간다.

서울환경연합이 오세훈 시장 2주년 취임에 맞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민의 52.7%가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울시는 지난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광장에서 '한강르네상스 사진전'을 개최했으며, 꾸준히 전시를 해서 사업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7월 10일 제37차 외국인투자자문회의에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안건으로 토의했으며, 오세훈 시장은 올해부터 프로젝트가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을입니다. 처서를 지난 한강은 여름을 벗어 던지고 가을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1년의 대부분을 한강을 통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저같은 사람들에게 지금은 가장 좋은 때입니다.

맑은 공기와 살랑살랑 부는 바람.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닮은 한강 물빛. 나팔꽃, 달맞이꽃, 강아지풀까지 끼어드는 가을 향연. 퇴근길 어둠 속에서 들리는 여치.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계절이 바뀜을 온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서울은 '한강이 있어 그나마 살만한 도시'라고 생각하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본론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한강예찬을 하자는 건 아니고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한강변 녹화 사업(사업명 : 가양, 뚝섬지구 한강호안 녹화사업)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해소해 보고자 함입니다.

서울시가 홍수 방지용으로 설치된 시멘트 구조물을 완전히 철거한 뒤 자연석으로 제방을 다시 쌓는다는 발표가 작년에 있었습니다 (파이낸셜 뉴스 2007. 12.3 기사) 시멘트 구조물을 들어내고 자연석으로 바꾼다는 것. '애초에 그렇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참 잘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라고 있는 풀과 나무는 제거되어야 할 잡초인가요?

오른쪽 시멘트 구조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풀이 우거져 있다. 달맞이꽃. 나팔꽃, 억새풀 온갗 꽃들이 자라고 있다.
▲ 뚝섬지구 자전거 도로 오른쪽 시멘트 구조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풀이 우거져 있다. 달맞이꽃. 나팔꽃, 억새풀 온갗 꽃들이 자라고 있다.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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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시행되는 사업방식은 발표했던 것과는 너무 다릅니다. 시멘트 구조물을 들어내기는커녕 시멘트 구조물 위에 흙을 부어 묻어 버리는 방식입니다. 그 위에 꽃과 화초를 심어 놓았지요. 왜 이렇게 바뀐 건가요? 바뀐 것이 아닌데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인가요? 아니면 사업방식을 바꿔야 할 불가피한 이유라도 있었는가요? 이해되지 않는 일이네요. 그럼 사진과 함께 제가 가지는 문제점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진 보이시나요? 뚝섬 유원지에서 성수대교 밑으로 오는 자전거도로입니다. 왼쪽 수풀이 우거진 곳이 시멘트 구조물이 설치된 곳입니다. 시멘트 구조물이 안 보이시죠? 이게 자연의 복원력이 아닐까 합니다. 5공 시절에 만들어졌다고 하니까 20여 년 전 만들어진 시멘트 구조물, 그 위에 풀이 자라고 나무씨가 날아들어 이렇게 울창한 숲이 되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부 사람들은 잡초라고도 하고 잡목이라고도 합니다. 그 잡초에는 나팔꽃, 달맞이꽃, 애기똥풀, 늦가을 억새풀도 있습니다. 아카시아 나무도 있고 어린 느티나무도 자랍니다. 사람이 심어 놓지 않은 꽃과 풀 나무들, 잡초와 잡목으로 불리지만 인간이 만들어 낸 어떤 정원보다 다양하고 생명력이 있습니다.

첫 번째, 궁금한 점은 이것입니다. 20년 전에 만들어진 시멘트 구조물, 그 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그래서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숲을 구태어 베어 낼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풀이 자랄 수 없는 다리나 급경사지와 같은 곳이 아니면 지금은 시멘트 구조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풀과 꽃과 나무가 우거져 있습니다. 이것들을 다 베어내고 정해놓은 식물, 꽃들만 자라게 하는 것이 서울시에서 이야기하는 녹화 사업인지 궁금합니다.

자연이 가꾸어 놓은 수풀을 다 베어내고 드러난 시멘트 구조물 위에 부직포를 깐다.
▲ 수풀이 잘리고 난 시멘트 구조물 자연이 가꾸어 놓은 수풀을 다 베어내고 드러난 시멘트 구조물 위에 부직포를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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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직포 위에 흙 흘러내림 방지를 위해 방부목이 설치되고 시멘트 구조물에 구멍을 뚫어 철근으로 고정한다.
▲ 방부목 부직포 위에 흙 흘러내림 방지를 위해 방부목이 설치되고 시멘트 구조물에 구멍을 뚫어 철근으로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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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구조물 위에 부직포. 방부목. 흙을 덮고 화초를 심고 스프링쿨러를 설치했다.
▲ 시멘트 구조물 위에 심은 화초 시멘트 구조물 위에 부직포. 방부목. 흙을 덮고 화초를 심고 스프링쿨러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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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덮으면 시멘트 구조물이 제거되나요?

다 베어낸 자리에는 20년 전에 만들어진 시멘트 구조물이 나옵니다. 이 시멘트 구조물도 다 들어내고 자연석으로 바꾼다면 발표했던 사업 방식과 어느 정도 맞아지겠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베어낸 자리에 부직포를 깔더군요. 그리고 나무판자(방부, 방충목)를 책꽂이 같이 짜더군요. 사진 보이시죠?

그리고 밀려나지 않게 시멘트 구조물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철근을 박아서 고정시킵니다. 그 다음은 굴착기를 이용하여 흙을 붓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화초를 심습니다. 몇 가지 공정은 지나쳤을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이 끝나면 화초를 살리기 위해 살수기를 설치하고 마무리 정리를 합니다.

두 번째 의문점에 대하여 질문 드리겠습니다.

애초 시멘트 구조물을 없애고 자연석을 쌓겠다는 방식이 왜 이렇게 바뀌었습니까? 자연석을 쌓은 것보다 이런 방법이 더 자연친화인가요? 아니면 예산 문제인가요? 아니면 제가 생각해 내지 못한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가요? 바뀐 이유를 알 수 없는 저로서는 시멘트 구조물에 나무틀을 짜고 흙을 덮는 방식을 보면서 '눈 가리고 아웅한다'라는 속담이 자꾸 연상됩니다.

흙 흘러내림 방지 나무판을 설치하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는 무슨 상징물을 만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대한 책꽂이를 눕혀 놓은 형상이었지요. 자투리 나무라도 얻어다 겨울에 화분받침으로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길 잘했습니다. 거기에 쓰이는 목재가 방부, 방충 처리된 목재였습니다. 나무 표면이 푸른 빛이 돌더군요. 자료를 찾아보니까 구리 성분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방부제의 종류는 'ACQ' 사용환경은 'H3'이라고  되어 있네요.

방수. 방충처리 목재. 방부재의 종류가 'ACQ'라는 글자가 보인다.
▲ 녹화사업에 쓰일 방부 목재 방수. 방충처리 목재. 방부재의 종류가 'ACQ'라는 글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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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방식의 방부목은 부식이 빨라 철로 된 고정물은 쓰지 않는다는데 여기에 쓰인 철근은 안전한지 의문이다.
▲ 방부목을 지지하기 위해 박혀 있는 철근 ACQ방식의 방부목은 부식이 빨라 철로 된 고정물은 쓰지 않는다는데 여기에 쓰인 철근은 안전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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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궁금점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목재나 환경관련 지식이 없는 저는 집에서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 보았습니다. 예전에 방부목에 발암성분이 들어 있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기우였는지 모릅니다. 발암성분으로 논란이 되었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방부목은 수입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대신 ACQ(Alkaline Copper Quaternary 구리 , 알킬계화합물) 방부제를 사용한 목재를 쓰더군요.

대부분 자료는 안정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약간의 방부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 토양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으며, 톱밥이나 잔유물은 태우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구리 성분이 들어있어 부식이 빠르기 때문에 철로 된 고정물을 쓰는 것을 피하라고 합니다.

땅에 묻히고 또 그 위에 화초를 키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물이 뿌려질 것이고, 빗물도 고일 것인데 토양 오염이나 한강 수질 오염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봄이 되면 여기에서 자라나는 쑥을 뜯고 냉이를 캐는 사람들도 있는데 별 문제가 없을까요?

또 이 목재를 고정하기 위해 쓰는 철근막대는 2, 3배 빠른 부식에 안전한가요? 괜한 우려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는 불안은 정확한 근거로 해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합니다.

속 시원한 답변으로 의혹을 해결해 주시길...

사실, 이 기사를 쓰기 전에 저는 서울시에 항의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부을 흙을 쌓아 놓은 곳에 비가 오면 흙탕물로 흘러 내립니다. 그 흙탕물이 자전거 도로 군데 군데 물웅덩이가 되고 넘쳐 한강으로 흘러 들어 갑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저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자전거는 물론 옷도 다 진흙탕 범벅이 되지요. 며칠 전에 어떤 분이 한강에서 자전거를 씻고 계시더군요. 곧바로 자전거를 씻지 말라는 방송이 나오고 그 분은 황급히 자리를 뜨더군요.

그 분의 행위를 두둔할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비가 오면 토사가 자전거 도로를 뒤덥고 흙탕물이 한강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방치하면서 자전거를 씻는 행위만 나무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 생각 되었습니다.

오늘도 억새풀, 나팔꽃, 버드나무는 잘려 나가고 그 자리에 부직포를 깔고 방부목을 대고 흙을 붓는 작업이 한창이더군요. 솔직히 막고 싶었습니다. 왜 잘 자라고 있는 꽃들, 나무들 다 잘라내고 획일적인 화단을 만드느냐고 항의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단'에 달맞이꽃, 나팔꽃이 피면 잡초라고 뽑아 낼 것이냐 묻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겁 많은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나 봅니다. 서울시에 어떻게 된 것인가 물어 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저의 의혹이 괜한 기우였다는 명쾌하고 속 시원한 답변이 있었으면 합니다.

필자는 서울환경연합에 이 사실을 제보했고,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한 서울환경연합은 9월 1일 성명서를 작성해 배포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지금 콘크리트 위에 바로 흙을 덮은 곳은 홍수방지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걷어낼 수 없다. 암사동쪽 등 홍수방지와 관련이 없는 곳은 콘크리트를 걷어냈다"며 한강 기능을 고려해서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태그:#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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