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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꽃 위에 이슬 한 방울 과꽃의 붉은 빛이 이슬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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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과꽃에 앉은 이슬방울은 붉은 과꽃의 빛을 담고, 초록 새싹에 앉은 이슬방울은 초록 빛을 담습니다. 같은 이슬이라도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이슬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맺혀 있는 그 자리에 따라 이슬의 존재가치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물론, 어디에서도 이슬이지만 예쁜 이슬을 찾아다니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렇습니다.

말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 분노해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할 때와 매를 들어야 할 때를 잘 분별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이 때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앉을 곳과 설 곳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가치없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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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발톱 이파리 위의 이슬방울 작은 이슬 방울 속에 햇살을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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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이슬이 햇살에게 "내 안에 너를 담고 싶어, 제발 부탁이야!"라고 했더랍니다. 너무도 간절한 소망을 외면할 수 없었던 햇살은 "나를 소유하면 너는 곧 사라지고 말거야"라고 하면서 이슬의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슬의 소원이 이뤄지고 잠시 뒤, 이슬방울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햇살은 이슬이 있었던 텅 빈 자리를 보며 울었습니다.(본인의 창작동화 -이슬-중에서)

이뤄지지 않은 소망이라는 것은 어쩌면 신이 우리를 너무도 사랑해서 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넘어지는 수많은 사람들을 봅니다. 섯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넘어지는 것, 어쩌면 그래서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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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과 이슬 물방울 보석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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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전에는 저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까요?
그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눈이 뜨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혹 자기도 보지 못하면서, 듣지 못하면서 다 본 것처럼, 다 들은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말은 사실 말이 아닙니다. 그런 말은 사람들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독설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너무 슬픈 현실은 독설가의 감언이설이 진실처럼 들리고, 독설가 스스로는 자신의 말이 곧 진리라고 착각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리는 기적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보고, 들은 것을 말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은 어두운 시대일수록 고난의 삶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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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빛으로 물든 이슬 이슬도 가을빛을 담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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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조용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나 둘 단풍도 들고, 간혹 성급하게 가을을 맞이하는 것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땅에 내려와 쉬기도 합니다.

그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풍성한 열매를 기다리며 행복한 꿈을 꿔야하는데, 가을이라는 계절을 훌쩍 뛰어넘고 겨울로 가버리는 것 같은 시절을 살아갑니다. 20년 전, 겨울공화국으로 회귀한 듯한 현실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다시는 우리 곁에 오지 않을 줄 알았던 갖가지 망령들이 누군가에 의해 소생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것만 같습니다. 그 악령들의 봉인을 푼 사람들은 자기들의 반쪽짜리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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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레꽃 이파리에 맺힌 이슬 이슬을 앙다문 피어나는 찔레꽃 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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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이란 것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우리의 인생사가 너무 재미가 없을까봐 신은 악마에게 천사의 가면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하신 것은 아닌지, 천사들은 날개를 다 떼어버리고 허름한 옷을 입고 살아가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여름에 내리는 이슬에는 여름이 들어있었습니다.
이제 가을이 되니 작은 이슬방울에 가을이 하나 둘 새겨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볼 때에도 이슬을 바라볼 때의 감동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 사는 세상에는 이슬보다 아름다운 일들이 더 많겠죠. 아직 그것을 보는 눈이 덜 열려서 나쁜 것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귀가 아직 덜 열려서 그런지 세상소식을 듣다보면 그냥 귀를 닫아버리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지도, 귀를 닫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파도, 내가 살아가는 곳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