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국내 주식시장 등에서 대규모 돈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한국 자본시장에서의 탈출 러시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두달새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 등에서 빼내간 돈만 145억 달러로, 15조원에 달한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 외국인들의 자본유출과 맞먹는 규모다.

 

이와 함께 높은 국제 기름값으로 인해 경상수지 역시 한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적자 ▲자본유출 급증 ▲환율 급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 침체 국면에 접어든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철수?... 외환위기 때와 비슷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7월중 국제수지동향' 자료는,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제수지동향 내용 가운데 자본수지 항목을 보면, 7월 자본수지는 57억7000만달러의 적자(유출 초과)를 기록했다. 이는 1997년 12월 외환위기당시 -63억7000만달러를 보인 이후 최대규모다.

 

특히 주식시장 등 증권쪽에서 들어왔던 돈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갔다. 증권투자수지가 7월에만 -88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증권수지는 지난 4월 40억7000만 달러, 5월 76억2000만 달러였다가, 6월에 -57억 달러로 돌아섰고, 7월에는 유출 폭이 크게 커졌다.

 

이는 지난 두달 동안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 등에서 무려 145억6000만달러를 빼나갔다는 얘기가 된다.

 

한은 쪽에선 미국발 신용위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을 회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한 달만에 다시 적자로... 고유가 때문

 

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내는 동안, 경상수지도 크게 악화됐다. 경상수지는 7월에 -24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한 달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양재룡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7월에 들어온 석유류 제품 가격이 한달 전인 6월에 결정돼, 당시의 높은 국제유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국제유가로 인해 상품수지 흑자폭은 지난 6월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6월에 34억8000만 달러 흑자였던 것이 7월엔 3억 달러로 줄어든 것이다.

 

대신 7월중에 해외로 여행이나 연수를 떠난 사람들이 크게 늘어, 여행수지 적자는 크게 늘었다. 여행수지 적자는 7월에만 14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양 팀장은 "경상수지의 악화의 경우, 여행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자본수지 역시 외국인의 순매도 현상도 줄어들고 있어서 8월에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상-자본수지 동시 악화, 환율상승→수입물가상승 등 경제부담

 

하지만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동시에 크게 악화되고 있는 점은 분명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 들어왔던 달러가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을 크게 흔들 수 있다. 최근 환율폭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이같은 외국인의 주식매도에 따른 달러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에 따른 것이다.

 

당장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게 되고, 물가불안을 높일 수 있다.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 탈출로 인한 주식시장 침체 역시, 기업들의 자금조달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악화에 이어 자본수지도 크게 나빠지면 환율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환율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국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침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외환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