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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문화재위원회의 보존 권고를 무시하고 26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해체를 강행했다
▲ 서울시청 서울시는 문화재위원회의 보존 권고를 무시하고 26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해체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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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시청 본관은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구조전문가들이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D, E급 판정을 받았다. D, E급이라고 하면 내구성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로 전반적인 대규모 보강 혹은 철거가 시급한 정도를 뜻한다. 서울시장 입장에서 시민들의 안전 문제가 걸린 이상 그 어떤 양보도 불가능했다."
-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청 사적 가지정'과 관련해 시민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몇 토막

서울시청 청사 원형보존이냐 해체복원이냐를 두고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사적 가지정'이란 뜨거운 감자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03년 6월 30일 등록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된 서울시청 청사를 해체할 경우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잃는다고 주장하고 있고, 서울시는 안전 문제로 해체 뒤 복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8일 '서울시청 사적 가지정과 관련해 시민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서울시는 중앙홀, 현관, 계단, 돔, 시장집무실 등 주요 시설을 보존하라는 문화재위원회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신축 시청사 앞에 보존되는 기존 시청사 전면의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되, 안전 진단에서 문제가 노출된 공간에 대해서는 해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청 본관 리모델링 공사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함이며 도서관 등을 새로 만드는 등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공간을 제공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대부분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되, 안전도에 문제가 있는 부분을 해체하여 다시 '복원'해 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어 "서울시가 신청사 최종 디자인을 결정하기까지 2년여가 걸렸던 것도 덕수궁과 비교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둥근 모양이라는 이유로, 또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놓는 문화재위원회와 끝까지 의견을 조율하고자 많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오 시장은 또 "문화재위원회의 계속 된 발목잡기로 서울 신청사 건립 공사가 지연된 지 이미 2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행정적, 재정적 손실을 떠올리면 참으로 안타깝다"라며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무조건적인 원형보존만을 주장하는 문화재위원회의 무리한 결정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아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문화재 철거 뒤 재축조는 야만적인 문화재 파괴 행위"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회의(08.8.7) 심의 결과에 의거한 문화재위원회 합동분과(근대문화재분과, 사적분과)회의를 개최(08.8.26), 21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사적 지정'으로 의결하였고, 무차별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긴급한 사안임을 고려하여 '사적 가지정'과 공사중지 및 원상복구를 결정, 서울시에 통보('08.8.26)하였다."
-"'서울시청 청사' 사적 가지정 관련 서울시 의견에 대한 문화재청의 입장" 몇 토막

문화재청(청장 이건무)도 28일 '서울시청 청사 사적 가지정 관련 서울시 의견에 대한 문화재청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서울시에서 서울시청 청사를 도서관 등으로 활용하고자 등록문화재 현상변경 신고(07.7.10)를 함에 따라 심도 있는 검토를 위해 문화재위원회(근대문화재분과) 회의(3차례) 및 소위원회 회의(3차례)를 거쳐 파사드, 중앙현관 계단 중앙홀 돔 시장집무실 등 주요 시설은 원형보존토록 지속 권고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또 "서울시는 문화재청(문화재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무시하고 파사드는 해체 후 복원, 태평홀은 철거 후 이전 복원, 시장집무실은 재현 보존 등으로 조치하겠다고 통보(08.8.25)했다"며 "문화재를 철거 후 재축조하는 경우는 야만적인 문화재 파괴 행위에 다름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화재청(문화재위원회)은 이어 "서울시에서 주장하는 무조건적인 원형보존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청 청사가 갖는 문화재로서의 역사성, 상징성과 장소적 건축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였다"며 "문화재는 아파트와 같이 구조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헐어내고 재건축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2002년 문화재위원회에서 서울시청 본관의 보존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등록문화재 등재를 보류했던 점, 1년 뒤 재심사를 통해 등록된 점 등 문화재위원회의 모호한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문화재위원회가 '원형 보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등록문화재였던 서울시 청사를 '사적'으로 가지정함으로써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2002년도는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가 구성 운영되기 전의 일이었다"라며 "당시 문화재위원회(사적분과)가 등록문화재 등록을 보류하는 것으로 의결한 것은 조사전문가 2명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고, 근대건축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또 "이는 등록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없어 보류된 것이 아니라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관계전문가 2명 중 1명이 '서울행정 중심 건물이라는 역사적 가치, 건물외관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변 덕수궁 성공회 성당 등과 함께 도시경관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어 보존필요'하다고 의견을 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문화재위원회의 보존 권고를 무시하고 26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해체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위원회는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청사를 사적으로 가지정해 청사 보호에 나섰다. 사적으로 가지정된 건물을 훼손하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청사 해체 공사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서울시청 청사 해체 복원을 기치로 내걸고 무조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려는 서울시와 원형보존을 끝까지 주장하고 있는 문화재청. 이들의 팽팽한 힘겨루기는 어디까지 갈 것이며, 마지막에 누가 미소를 지을 것인가. 원형보존을 한다 하더라도 이미 일부가 파괴되어버린 청사 일부는 또 어찌할 것인가.

 문화재위원회는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청사를 사적으로 가지정해 청사 보호에 나섰다
▲ 서울시청 문화재위원회는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청사를 사적으로 가지정해 청사 보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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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서울시청 태평홀에 잃어버린 고향의 그림자가

27일 오후 2시. 'MB규탄 범불교도대회'가 열리는 서울시청 광장으로 가다가 바라본 서울시청 뒷모습. 흡사 폭격을 맞은 듯, 깨진 시멘트벽이 튀어나온 철제에 덜렁덜렁 매달린 서울시청 태평홀은 처참했다. 그 참담한 모습 위로 1970년대 중반 창원공단 조성으로 굴착기와 불도저에 마구 부서지던 옛 고향의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논밭을 내놓고 어디로 가란 말이고?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못 간다. 논밭을 뺏으려거든 낼로 직이라(죽여라)."
"송충이가 솔잎을 묵고(먹고) 살아야 할 거 아이가. 농사 짓는 기술빼기(기술밖에) 없는 우리보고 고향땅에서 나가면 뭘 묵고 살아라 말이고."
"야야~ 불도저 모는 총각 내 좀 봐라. 무조건 밀어붙이는 기 능사가 아인기라. 머슨(무슨) 이주대책이라도 세워놓고 나가라 캐야(해야) 쪼매(조금)라도 이해할 거 아이가."

내 나이 열넷, 중학교 1학년에 갓 입학한 때였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남면벌(창원에 드넓게 펼쳐져 있었던 들판)에 꽃샘바람이 제법 매서울 때였다. 창원공단 조성공사는 그해 초봄 남면벌 여기저기 붉은 깃발이 수없이 꽂히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와 함께 고향마을 곳곳에도 '철거예정지역'이란 커다란 입간판이 주민 동의도 없이 마구 박히기 시작했다.

좋은 논은 평당 5천원, 무논은 평당 3천원, 밭은 평당 1천원이라는 정부에서 제멋대로 정한 고시가격이 집집마다 날아들기 시작했다. 마을사람들은 밤낮 동구 밖에 모여 막걸리를 마시며 안절부절했다. 올 농사까지는 지을 수 있을까. 자칫하면 올봄도 넘기지 못하고 고향에서 이대로 쫓겨나는 것은 아닐까. 자식들은 어떻게 키울까.
 
마을사람들의 걱정과 한숨에도 불구하고 굴착기와 불도저의 삽날은 꽃샘바람보다 훨씬 매서웠다. 남면벌에 섬처럼 떠 있던 예쁜 산과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야트막한 산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100년이 훨씬 넘은 기왓집과 오백 년 묵은 느티나무, 마을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던 서낭당, 고인돌, 선돌 등이 눈 깜빡할 새 신기루가 되었다.  

한번 사라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고향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겠구먼. 어디 적당한 자리에 비석이라도 하나 세워놓아야 하는 거 아이가."
"저 넘들 하는 꼬라지(꼬락서니) 보모 모르것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을 안 날 것 같은 저 넘들한테 고향이 무언지, 조상이 무언지, 유산이 무언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설명해봐라. 씨알이나 묵히것는가."
"아, 오백년 묵은 느티나무라도 한 그루 남겨둬야 할 거 아이가. 그래야 커는 자슥들한테 여기가 조상 대대로 지켜왔던 조상님 고향이라고, 여기에서 어떻게 살았다고 말이라도 해 줄 거 아이가."

그랬다. 어르신들 말씀이 맞았다. 어쩔 수 없이 고향에서 쫓겨나던 그 어르신들은 고향 마을에 있었던 오래된 느티나무, 전설이 깃든 바위, 오래 묵은 기왓집,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터 등은 남겨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조국근대화'를 앞세우며 국토 곳곳을 마구 파헤치던 박정희 군부정권에게 그런 말들이 들릴 리 없었다.

그렇게 20여 년이 지나자 내 고향 창원은 반듯한 계획도시로 탈바꿈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드넓은 도로와 반듯반듯한 건물, 곳곳에 올망졸망 붙어 있는 작은 공원 등이 멋들어져 보였다. 하지만 한번 사라진 그 아름다운 풍경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아야 할 그 나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도 남았던 그 고인돌과 그 집들은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어릴 때 동무들과 반주깨미(소꼽장난)하며 놀았던 그 많았던 고인돌, 호박을 심기 위해 땅을 파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던 빗살무늬토기, 밭둑에 하얗게 깔려 있던 선사시대 조개껍질들, 도랑 곳곳에 살던 가재와 새우, 자라, 뱀장어, 은어 등도 창원공단 속으로 사라졌다. 그 살가웠던 마을 사람들과 동무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내 고향은 그렇게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때 정부에서 옛것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 빈약하기 그지없는 창원의 문화유산이 훨씬 더 풍부할 것을. 그래. 한번 사라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없애는 것은 아주 쉽다. 하지만 한번 없어지고 나면 원형 복원은 거의 불가능하다.  

서울시청 청사 원형보존과 해체 복원을 둘러싼 문화재청과 서울시청의 입씨름. 그 입씨름 끝에 해체공사가 중단된 태평홀의 흉물스런 모습 위로 문득 잃어버린 내 고향의 그림자가 눈앞에 자꾸 일렁거리는 것도 이 '영원한 사라짐' 때문이 아니겠는가. 나는 주장한다. 치욕스런 역사의 흔적이 배여 있는 건물일수록 더욱 잘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그 사실을 확실하게 깨우치게 해야 한다고.             

한영우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장(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이 내뱉은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자. "서울시가 철거 이유로 안전진단 결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문화재란 것은 신축 건물처럼 안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안전에 문제가 있다 해도 원형 유지를 위한 보수 보강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서울시청 청사에 대한 원형보존이냐, 해체 복원이냐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 서울시청 해체 서울시청 청사에 대한 원형보존이냐, 해체 복원이냐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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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도 서울시청 청사 놓고 티격태격

서울시청 청사에 대한 원형보존이냐, 해체 복원이냐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 다음 블로그와 카페 등지에 올라와 있는 네티즌들의 찬반 댓글을 살펴보자. 우선 찬성하는 의견은 대부분 치욕스런 역사일수록 후세에 남겨 알려야 한다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닉네임 '산애'라는 네티즌은 "무너진 서울시청을 돌아보고 왔다. 솔직히 많이 착잡하다. 이런 것이 과연 그동안 문화를 내세웠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정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저 자신의 임기 안에 멋들어진 건물을 세워서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욕심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라며 오 시장을 질타했다.

누리꾼 '아사리판'은 "7, 8년쯤 전에 나는 '새로운 야만의 시대가 온다'는 두려움 같은 것에 휩싸여 있었다. 30대의 문턱을 넘던 시기에 아직 피부에 남아 있던 20대스러운 촉각의 마지막 떨림 같은 것이었으리라. 무너진 서울시청의 사진을 보니 문득 그 시절의 두려움이 먹먹하게 되새겨진다"며 해체 복원을 반대했다.

누리꾼 '바보 같은 이'는 "지나간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시청사도 하나의 상징이란 의미가 있다. 이 건물을 헐어버리면 일본인들은 한국에 와서 그들이 한국을 지배했다는(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질 못할 것이고 그에 따른 한국민의 고통도 생각해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일본인들이 그걸 보고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건 우리들이 방문하는 일본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징이 없으면 얘기할 거리도 없어진다. 시청사는 하나의 상징으로 두고 새 청사를 지으면 되리라 본다.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본다"며 원형보존에 찬성했다.

누리꾼 '지랄'은 "국운을 그것들이 막고 있었으면 해방이 되고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지금껏 발전된 우리나라의 모습은 무엇인가?"라며 반문했고, 누리꾼 '현대자동차'는 "무조건 때려 부수고 또 짓는 것이 능사라 생각하면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적지 또는 유적지는 아파트인가"라며 해체 복원을 비꼬았다.

누리꾼 'dfjsr'는 "저 역시 울화통이 터집니다만 우리가 잔재를 없애야 한다고 모두 다 없애버리면 후손들은 모른다. 치욕스러운 과거도 우리의 역사이다. 기억해야 한다"라고 못 박았으며, 누리꾼 'ㅇ'는 "부시는 거 저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역사를 지우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원형보존에 손을 들어줬다.

찬성하는 의견은 대부분 치욕스런 역사일수록 후세에 남겨 알려야 한다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 서울시청 찬성하는 의견은 대부분 치욕스런 역사일수록 후세에 남겨 알려야 한다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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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선 수도에 대일본 새겨 조선의 맥 끊는다?

다음은 서울시청 원형보존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의 글이다.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대부분 서울시청이 일제 잔재가 남긴 치욕스런 건물이기 때문에 해체 복원보다는 아예 철거해야 한다는 쪽에 쏠리고 있다.

닉네임이 '신기루'라고 밝힌 누리꾼은 "북한산 산줄기가 하늘에서 보면 大(대),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였다가 경복궁 복원 계획의 일환으로 철거된 건물이 日(일), 그리고 역시 일제시대 건물인 현 시청사 건물이 하늘에서 보면 本(본) 모양으로, 세 자를 합치면 대일본이다. 옛 조선의 수도에 대일본을 새김으로써 조선의 맥을 끊는다"며 아예 철거를 주장했다. 

누리꾼 '없애'는 "서울시청은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게 옳다고 본다. 일본넘들이 한국 망해라고 산에다 대못까지 박아 놨다고 하는데, 서울시청 밑에는 무얼 박아 놨을까? 그리고 설계부터 일본 '본'자 모양으로 했다는데, 아무래도 기분 나쁘다. 일본넘들이 지은 건물이 뭐가 아까워서? 문화적 가치도 없다. 철거해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누리꾼 '로로로'는 "한국의 기운을 누르려는 일본의 뜻이 남아있는 건물이다. 마땅히 없애야 된다. 한국적인 것에 현대를 더한 건물을 그 자리에 세우는 게 더 옳다고 본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까, 아예 파괴하는 것도 같지 않더구만. 전 오히려 없애는 걸 반대하는 사람이 웃긴다"며 원형보존을 주장하는 누리꾼들을 반박했다.

누리꾼 '전학대'는 "건물을 부수고 기념비 하나만 세워둬도 무방하다. 일제시대에 세워진 모든 건물을 없애야 한다는 게 아니고, 조선을 지배하는 최고 기관이었던 조선총독부 산하의 상징적인 건물이니만큼 철거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광복 직후부터 없앴어야 하는 건물이었다"며 철거에 무게를 실었다.

누리꾼 '신태성'은 "시대의 흐름을 기억 한다고 하나 우리에게는 아픔의 역사이다.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다. 그곳에 새로운 우리의 상징적 건물을 세우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했고, 누리꾼 '다른의견'은 "안전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하니 그 부분은 철거 후 재 복원하면 되고 그 외는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여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더 옳다"며 해체 복원에 찬성했다. 

일제 잔재에 따른 열쇠는 올바른 역사인식에 있다

서울시청 원형보존이냐, 해체 복원이냐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누리꾼들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친일 흔적이 남아있는 건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친일파 잔재 청산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닉네임이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인 누리꾼은 "서울시청 철거 문제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오세훈 시장이 그 주체란 것이며, 친일파 척결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만 가지고 이슈가 된다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라며 서울시청 문제를 친일파 문제까지 드넓혔다.

누리꾼 '생각중'은 "이 공간이 도서관이 될 예정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만약 건물이라도 무너진다면 끔찍하다. 일단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철거해서 안전하게 하는 게 중요할 거 같다. 그리고 그 공간에 우리의 아픈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후세에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며 중도 입장을 밝혔다.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건물은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누리꾼. 일제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누리꾼. 건물에 문제점이 있는 곳만 해체 복원해야 한다는 누리꾼. 건물보다 일제 잔재 청산이 더 급선무라고 말하는 누리꾼….

이들 누리꾼들이 벌이는 문화유산에 따른 팽팽한 줄다리기의 꼭지점은 어디쯤일까. 해체 복원을 끝없이 주장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형보존을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있는 문화재청의 침 튀기는 입씨름은 어디쯤에서 매듭을 지을까. 일제 잔재가 묻어 있는 서울시청 청사를 둘러싼 열쇠는 올바른 역사인식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일제강점기 때 경성부청사에서 서울시청사로
태평로 일대 역사적 도시경관 중요한 축 '서울시청 청사' 

서울시청 청사 원형보존이냐 해체복원이냐를 두고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사적 가지정'이란 뜨거운 감자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 서울시청 해체 서울시청 청사 원형보존이냐 해체복원이냐를 두고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사적 가지정'이란 뜨거운 감자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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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30일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된 서울시청 청사는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1-31번지에 자리 잡고 있다. 소유 및 관리자는 서울특별시.

서울시청 청사는 일제강점기 때였던 1926년 경성부청사로 건축되어 사용되다가 해방 뒤부터 서울특별시 청사로 사용된 건물이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이 건물은 르네상스양식으로 단순화한 절충주의 모습의 지상 4층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이다. 외관은 화강석 뿜칠로 마감되어 있다.

이 건물은 옥탑 등 주요부분에 옛 모습이 그대로 잘 남아 있어 당시 건축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으며, 주변의 '덕수궁' '성공회성당' '구 국회의사당'(등록문화재 제11호, 현 서울시의회) 등과 함께 서울 태평로 일대의 역사적 도시경관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태그:#서울시청, #문화재청, #서울시청 해체, #사적 가지정,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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