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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미군기지 피해상담소 구중서 실장이 새만금 갯벌에서 미군이 벌인 폭발물 처리 잔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군산미군기지 피해상담소 구중서 실장이 새만금 갯벌에서 미군이 벌인 폭발물 처리 잔해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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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좀 보세요. 철판이 이렇게 갈가리 찢겨나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사방에 이런 파편들이 널려 있습니다. 여기저기 커다란 웅덩이 보이시죠? 이런 모양의 웅덩이는 갯벌에서 절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겁니다. 미군들이 부대경계를 넘어 새만금 갯벌까지 나와서 이런 폭파훈련을 마구잡이로 벌이는데도 그걸 단속하기는커녕 한국정부는 새만금 쪽으로 미군기지를 확장해주려고 안달이 나 있습니다."

군산미군기지 피해상담소 구중서 실장은 풀숲에서 갈기갈기 찢겨나간 철판 덩어리들을 들어보였다. 한 눈에 봐도 폭발의 흔적이 뚜렷했다. 잔해와 여기저기 패인 웅덩이들은 반세기동안 미군의 폭격연습장으로 사용되었던 매향리 농섬의 흔적과 아주 닮아 있었다.

"미군 측이 현재의 대규모 기지도 모자라 새만금 쪽으로 3만㎡를 밀고 들어와 불법 철제펜스 공사를 했는데도 군산시나 새만금사업단 측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얼마나 가관입니까. 심지어 국방부는 미군의 확장공사가 정당하다는 입장이에요. 폭발물 처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철조망을 친다지만 그건 그동안 자신들이 새만금에서 저질러온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꼼수에 불과한 겁니다. 불법행위를 했으면 그걸 근절해야지, 되레 기지를 확장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구중서 실장은 "바다를 메워 갯벌을 죽이더니, 이제 그 땅을 고스란히 미군에게 바치려 한다"고 분개했다.

"10월에 우리나라에서 람사르총회를 연다고 합니다. 갯벌과 습지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그걸 보존하자는 국제협약이 람사르협약인데, 과연 우리나라가 그런 국제회의 개최국이 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강줄기를 끊고, 습지를 메우고, 갯벌이란 갯벌은 다 파헤치고, 심지어 그곳에 전쟁기지까지 짓는 나라가 무슨 낯짝으로 지속가능한 보존과 미래를 얘기한다는 겁니까?"

그의 얘기에서 틀린 곳이 있거든 찾아보자. 그의 몸짓에서 어설픈 거짓이 있거든 찾아보자.

그늘 하나 없는 뜨거운 새만금 갯벌을 그는 왜 줄기차게 걸어야 했을까. 그가 또렷한 정신으로 외치는 '고발의 언어'를 우리 사회는 왜 정신 나간 채 듣고 있는 것일까. 제발이지, 정신 좀 차리자.

오는 9월 6일(토), 군산 미군기지 앞 남수라마을에서는 '새만금 미군기지확장과 전쟁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대행진'이 열릴 예정이다. 마을에서부터 새만금까지,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에 대해 생각하며 걷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노순택의 사진 한 장, 생각 잠깐]은 34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새만금#미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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