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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 목적으로 세워지는 국제중학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320명 안에 들어가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사교육과 초등학교부터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몰지 뻔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인재양성이지만 결국 좋은 대학 들어가기 '특목중'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마 조금 더 지나면 틀림없이 '특목초'까지 만들어 달라는 말이 나올 것입니다. 좋은 대학이란 학문에 깊이가 있고, 연구 결과를 통하여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많이 하는 대학인데 우리는 왠지 졸업 후 돈 많이 벌고, 권력집단에 들어가는 길을 잘 열어주는 대학이 좋은 대학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결국 인재란 돈과 권력을 함께 쥘 수 있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돈과 권력을 함께 가지는 사람을 과연 인재라 할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부터 동무를 이기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냉혹한 현실을 뼛속부터 경험하고 320명에 든 아이들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320명 안에 들지 못한 아이들은 과연 320명 안에 든 아이들을 존중할 수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내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제중학교에 들어갈 실력과 함께 만약 들어간다고 해도 아이들을 지원할 경제력이 있는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어느 것 하나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아니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어와 논술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저 동무를 이기지 않으면 내가 살 수 없다는 냉혹함을 도저히 심어줄 마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말로 세계화시대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이지 실은 동무를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며, 살림 세상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와는 상관없는 사람을 만들 뿐이었습니다.

 

국제중학교를 목적으로 삼아야만 인재이며,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됩니다. 공부하면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교육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집 교육법은 영어 문장 읽기, 독후감 쓰기...사교육 없이 '스스로' 교육

 

먼저 영어는 아주 쉽습니다. 학교 가기 전에 영어로 된 문장을 읽는 것입니다. 다 외우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매일 조금씩 읽고, 외우면 언젠가는 한 문장, 한 문단을 외웁니다. 발음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영어를 하는 목적은 아이들이 영어권 문화를 조금 더 알고, 한국어만 알 때보다는 학문을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습니다. 입시를 위한 영어 교육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 영어 교육 철학이 옳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음으로 논술을 따로 시키지 않습니다. 독서와 함께, 한 번식 독후감을 쓰게 합니다. 독후감은 잘 쓰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강요는 하지 않지만 일기는 아내가 집요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가 쓴 일기장을 모았는데 24권이었습니다.

 

문장도 틀리고, 문법도 틀립니다. 문장 실력도 그리 좋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1권과 24권 차이는 분명합니다. 아내는 틀렸다고 지적하지만 저는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나중에 가면 자연스럽게 뛰어난 글쓰기를 할 재능을 가졌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습니다. 방과후 학습으로 '주산'을 하나 시킵니다. 한 달에 3만원입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어떻게 아이들 공부를 시키는지, 직무유기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지난 봄 기초학력평가 시험결과는 4학년 기초학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교육 도움 없이 어떻게 아이들이 뒤떨어지지 않았을까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합니다. 스스로 공부한다는 말은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엄마에게 조금 도움을 받지만 혼자서 고민합니다.

 

고민 끝에 문제를 풀면 환호성을 지릅니다. 선생님이 다 풀이해주는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푸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문제를 다 풀면 더 기뻐합니다. 그 감격은 어려웠던 수학 문제를 누구에게도 도움 없이 다 풀고나서 희열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부부가 삼은 교육철학입니다. 이런 교육철학이 절대는 아닙니다. 국제중학교를 목표를 삼는 부모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부부는 국제중학교를 목표로 삼는 교육보다는 우리 아이들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목적으로 삼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해결하며, 더불어 사는 살림 누리를 만들기를 원합니다. 같이 공부하고, 도와주면서 할 때 더 좋은 세상이 옵니다. 더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오늘(9월 1일) 개학을 했습니다. 학교가는 아이들 발걸음이 매우 가벼웠습니다. 동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둥이는 오늘도 자기 동무들을 집에 데려왔습니다.

 

320명 안에 드는 국제중학교 아이들이 과연 우리 아이들보다 더 건강한 정신과 마음, 몸을 가진 학생일까요?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되었습니다.


태그:#국제중학교,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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