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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일 햇볕정책에 대해 평가하면서 냉소적 시각을 드러냈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 글로벌 포럼 2008'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과 화합하고 개방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결과가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따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데 옷을 벗지는 않고, 옷을 벗기려는 사람이 옷을 벗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햇볕정책이 이 대통령의 평가처럼 그 결과가 그리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저는 이 같은 이 대통령의 견해에 정면으로 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남짓 계속되었던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과 화합하고 개방하자는 그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보고 우리가 하기에 따라 북한은 걸치고 있는 옷을 더 빠른 속도로 벗고 남북화해와 개방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열린 마음으로 다가오는 북한이 옷을 벗고 있던 동작을 멈추게 만들고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MB정권의 태도에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개성 방문을 통해 본 북한의 실상

 

햇볕정책의 결과물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상징적 의미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강산관광이 북한주민들과 접촉이 거의 완전하게 차단되는 반면 개성관광 코스에는 개성시내를 둘러볼 수 있기에 북한체제의 그 실상을 관광객들이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8월 31일) 6·15남측운동본부 경기본부에서 실시한 개성관광에 함께 다녀왔답니다. 제가 그날 바라본, 주민 30만명이 살고 있다는 개성은 제가 어렸을 때 자주 보아왔던 그 장면 그대로가 현실 속에서 살아 있었습니다.

 

정확히 40년 전 모습으로 영화 필름이 되돌아간듯 생생한 화면으로 살아 움직이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말입니다.

 

개성시내의 거리 모습과 건물들 그리고 계속해서 엿보이는 주민들의 살아가는 실제 모습은 제가 초등학생 무렵인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반의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살림집이라고 칭하는 아파트 형태의 건물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아파트 마당 한켠에서 부지런히 겨울나기용 연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바로 가루탄을 가져다가 틀에 넣고 구공탄을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우리네도 60년대 하반기까지는 가루석탄을 가져다가 물에 반죽한 후 일일이 손으로 찍어 마당 한켠에서 말리던 그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데 2008년 8월 31일 북한 주민들은 그 같은 수고로운 일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지요.

 

 

개성시내 선죽교 앞 쪽에 있는 4~6층 규모로 지어진 살림집들은 60년대 하반기에 지어진채 아직도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낡고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허름한 그 모습이 북한 경제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내 곳곳에 짓다만 몇 채의 건물은 녹슨 몰골을 흉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개성시내 그 어느곳에서도 건물이 지어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새 건물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60~70년대 지어진 건물들이 쇠락한 채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남측 관광객들을 의식한 듯 영화세트장에서나 볼 법한 낡은 버스와 트럭들은 건물 뒤편에 안보이게 주차해 두었더군요. 낡디 낡은 버스를 한 북한주민이 정비하고 있어서 지금도 운행되는 차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개성시내 곳곳에는 각종 구호와 선전물을 통해 자신들 체제를 지켜나가고자 안간힘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자존심을 내세운 각종 구호들을 통해 지난 십수년 지속되었던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모습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위정자라고 한다면 과연 이같은 적나라한 실상을 외부에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그것도 고작 하루에 5000만원 남짓의 돈 때문이라고 한다면 말입니다.

 

이날 북한 개성땅을 밟은 관광객은 400여명 남짓입니다. 관광객 1인당 100달러를 북한에게 건네준다고 하니 이날 북한이 받은 돈은 4만달러 즉 약 5000만원 가량입니다.

 

햇볕정책 과연 퍼주기인가

 

 

파주·문산지역은 6·25 때에도 북한의 주공격로였고 수도권으로 통하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그간 가장 조밀한 화력이 집중되어 있던 지역입니다. 지구촌에서 가장 조밀한 지역인 휴전선에서도 가장 많은 화력망이 구축되어 있던 곳이 바로 개성 인근이라는 것입니다.

 

유사시 가장 치열한 격전이 벌어질 곳이기에 그 전략적 중요성은 국민 누구라도 이해할 것 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개성공단과 개성관광을 위해 십수km 후방으로 각종 화력을 후퇴시켜 배치했다고 합니다.

 

만약 남측에서 돈을 벌기 위해 문산·파주 인근의 화력을 일산 신도시 부근쯤으로 후퇴해 재배치해야 한다고 했다면 아마도 나라가 뒤집혔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햇볕정책을 부정하고 폄훼하고 있는 그 세력들에 의해서 말입니다.

 

31일 개성관광에 나선 버스는 10대입니다. 한 북측 안내원은 금강산 총격 사건 이전에는 보통 15~16대 가량이던 버스가 그 여파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관광객이 적어 버스 4대만 간 적이 몇 번 있을 정도로 그 방문객수가 급감하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더군요.

 

 

하루에 관광버스 4대가 들어간다면 고작해야 160명 남짓이고 북한이 받는 돈은 1만6000달러일 겁니다. 과연 북한으로서도 이 정도 금액으로 현재 자신들이 치르고 있는 대가에 합당하다고 생각할까요?

 

우리가 햇볕정책을 통해서 북한에 퍼주기 한다고 일부에서는 볼멘소리를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습니다.

 

북측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퍼주기라고만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햇볕정책으로 인한 북한의 개방으로 인해 남북화해와 긴장이 완화된다면 더 큰 이익을 보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따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데, 옷을 벗지는 않고, 옷을 벗기려는 사람이 옷을 벗었다"

 

1일 있었던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 반대로 바꾸어야만 마땅하겠지요. '북한이 따뜻함을 느끼고 옷을 벗으려고 하는데 그걸 주저하게 만드는 세력이 있다. 바로 MB정권과 미국이다'라고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햇볕정책, #이명박, #개성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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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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