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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티백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한 방송사의 보도가 준 타격은 컸다. '보성하면 녹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1358가구가 찻잎 재배에 매달리고 있는 전남 보성군의 경우 2006년 1570톤(마른 녹차 잎 기준)이던 생산량이 2007년엔 1410톤으로 줄어들었다. 농약 파동이 각종 녹차 음료의 소비 침체로 이어지는 것 등이 이유였다. 

 

먹을거리에 민감한 이들은 심지어 "녹차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고까지 했다. 정종해 보성군수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억울하고 한편으론 아찔하다"고 털어놓았다. 농약파동을 보도했던 방송사 관계자들이 "보성군은 고발대상이 아니었다"고 인정해주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정 군수는 "오죽하면 '우리 보성녹차는 원래 농약과는 거리가 멀었고,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취하고 있으니 녹차 안전성에 대해 보도해 달라'고 방송사 측에 요청했겠냐"고 말했다. 녹차가 지역의 트렌드가 돼버린 보성군은 그렇게 절박했던 것이다.

 

지난달 29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도 정 군수는 "다른 인터뷰도 중요하지만 '녹차 안전성'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보성군의 경우 너무 많은 안전장치를 해 문제일 정도로 '녹차 안전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차 생산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재배단계, 생산단계를 철저히 기록해서 관리하는 '이력추적관리제'를 전 농가에서 추진토록 하고 있습니다. 매입하는 차 생엽과 가공된 녹차제품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잔류농약검사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 그렇게 1400건을 검사했는데 단 한 차례도 농약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러니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심지어 지난 4월 1일부터는 차 안전관리 명예감시원을 위촉했고 감시원이 아니더라도 차밭에 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신고하는 자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또 전국에서 최초로 녹차에 대한 '군수 품질인증제'를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우리 보성녹차에 대해서만큼은 군수의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정 군수는 "보성녹차, 하동녹차, 구례녹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지자체끼리 녹차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특수한 품목인 녹차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차 안전성 확보와 중앙정부의 지원만으로 녹차 수익을 더 높일 수 있을까. 관건은 시장에서 얼마나 많이 팔리는가이다. 특히 중국산 차의 한국 공략 강도는 전에 없이 강한 상황이다.

 

"저는 중국 차와 한국에서만 다투고 싶지 않습니다. 보성녹차의 높은 품질과 안전성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겨루고 싶어요. 그래서 지난 7월에 제가 직접 보성녹차 제품을 들고 독일에서 열린 유럽 수출박람회에 갔습니다. 그랬더니 유럽 바이어들이 '미안하지만 이거 뜯어보고 여기서 직접 시험해 봐도 되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습니다.

 

만져보고, 향기 맡고, 차 세 종류를 두 잔씩 우려내서 자기들끼리 시음하더니 '우리랑 MOU 체결하자' 하는 겁니다. 그 회사가 바로 세계에 3500개 점포망을 갖고 있는 독일 마운트 에베레스트사였어요. 유럽연합 국가에 수출하려면 유럽연합이 만든 품질기준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걸 통과하면 앞으로 약 2000톤 수출시장을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쌍테 낱이라는 회사는 사장이 직접 보성에 와서 차 샘플이랑 가져가고 MOU 체결도 했습니다."    

 

정 군수는 "투자유치 실적에서 우리 보성군이 전남에서 1등을 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의 상징이 돼버린 보성녹차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녹차가 흔들리면 그것을 재배해서 살아가는 보성사람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국민들께 호소드립니다. 보성녹차 안전합니다, 쓰레기통에 버린 녹차 찾아서 맘 놓고 드십시오. 보성군수가 책임지겠습니다. 품질이 보장도 안되는 중국 차를 드시는 것보다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우리 차를 드시면 여러분 건강도 살리고 우리농민도 살려주시는 겁니다. 안전성과 품질은 정말 자신 있습니다."

 

보성군수의 절박한 호소는 농약파동으로 놀란 소비자들의 마음에 어떤 메아리로 남을까. 그 마음 돌리는 길이 보성녹차뿐 아니라 전국의 녹차 재배농가와 생산농가가 다시 회생하는 길일 것이다. 물론 그 호소 역시 보성군처럼 안전성을 확보하고 품질을 자신했을 때 더 깊은 메아리로 울릴 것이다.


태그:#보성군,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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