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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가 지난 1일 내놓은 '2008년 세제개편안'을 보면 이들은 "중산·서민층의 민생안정 및 소비 진작을 위해" 소득세율을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2%p 인하하겠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각 계층별 근로자들이 이번 대책으로 어느 정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계산해서 보여주고 있다.

 

[표-1] 계층별 근로소득세 감소효과(4인 가구 기준)  (출처) 기획재정부, 2008년 세제개편안(9.1)
[표-1] 계층별 근로소득세 감소효과(4인 가구 기준) (출처) 기획재정부, 2008년 세제개편안(9.1) ⓒ 홍헌호

국민들이 이 표만 보면 이번 조치로 근로자들이 엄청나게 많은 혜택을 받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근로자 그룹을 10개의 소득분위별로 균등하게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아래 [표-2]는 필자가 세무회계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기획재정부와 동일한 가정으로 계산을 하되 9·1 감세대책이 10분위별 근로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감세혜택을 주는지 추정해 본 것이다.

 

[표-2] 분위별 근로소득세 감소효과(4인 가구 기준/단위 : 만원)
[표-2] 분위별 근로소득세 감소효과(4인 가구 기준/단위 : 만원) ⓒ 홍헌호

 

이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이번 조치로 연평균 17.5만원, 월평균 1만 5000원 정도의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저소득층에 해당하는 하위 20% 근로자에게는 감세혜택이 한 푼도 없다. 그리고 3, 4, 5분위에 대한 감세혜택도 월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표-1]에서 보듯이 연간 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근로자는 월 11만원, 연봉 1억원을 받는 근로자는 월 14만원 가량의 감세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재정부의 주장대로 민생안정과 소비진작을 가져올 것이냐 하는 점이다. 만약 재정부의 생각이 심각한 오류에 의한 것이라면 이번 조치들은 민생안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민생피폐'를 가져올 것이고, 소비진작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소비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아래의 자료들은 소득세 감세가 소비증가를 가져온다는 재정부의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해 보기 위하여 준비된 것이다.

 

우선 각 분위별로 각각 1만명씩만 존재하는 경제를 가정해 보자. 그리고 다른 조건은 모두가 다 우리나라 경제와 유사하다고 가정하자. 이 때 재정부식 감세는 소비를 어느 정도 증가시킬 것인가. 그리고 재정부와 반대로 재정지출정책을 취할 경우 소비는 어느 정도 증가될 것인가. 우선 먼저 전자의 효과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표-3] 분위별 감세와 소비증가효과(억원)  (주) 소비성향(%)=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x100
[표-3] 분위별 감세와 소비증가효과(억원) (주) 소비성향(%)=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x100 ⓒ 홍헌호

 

[표-3]를 보면 우리가 가정한 경제에서 재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256.1억원을 감세하게 되면 이를 통해 170.5억원의 소비를 추가로 증가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이번에는 재정부와 180도 다르게 소득세를 현행대로 거두되 이를 소득불평등도(지니계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복지재정으로 지출하게 될 때 정부는 어느 정도의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래 표에서는 6~10분위가 감세로 혜택을 보는 만큼을 감세하지 아니하고 그만큼을 1~5분위에게 소득보전하는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표-4] 분위별 재정지출과 소비증가효과(억원)  (주) 소비성향(%)=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x100
[표-4] 분위별 재정지출과 소비증가효과(억원) (주) 소비성향(%)=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x100 ⓒ 홍헌호

[표-4]를 보면 우리가 가정한 경제에서 재정부와 180도 다른 방식으로 256.1억원을 감세하지 아니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재정으로 지출하게 되면 이를 통해 237.3억원의 소비를 추가로 증가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표-3]과 [표-4]를 비교해 보면 후자의 소비증가효과가 237.3억원으로 전자의 170.5억원보다 1.4배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정한 경제에서 재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5.8조원을 감세하는 경우와 재정부와 180도 다른 방식으로 5.8조원을 감세하지 아니하고 [표-4]의 방식으로 복지재정 지출을 행한 경우 증가되는 소비총액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

 

5.8조 원은 우리가 가정한 경제의 감세액 256.1억원의 226배에 해당하는 액수이므로 우리경제가 전자를 따를 경우 전자의 소비증가효과인 170.5억원의 226배인 3조 8533억원의 소비증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후자를 따를 경우 후자의 소비증가효과인 237.3억원의 226배인 5조 3630억원의 소비증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차이는 무려 1조 5097억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가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지출의 기회를 포기하고 감세를 택하는 재정부의 선택이 경제성장이 아니라 경제퇴행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혹자는 3.8조 원의 소비증가도 괜찮은 성적이라고 우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5.4조원 혹은 5.4%의 소비증가를 가져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실수로 3.9조원 혹은 3.9%의 소비증가만을 가져 왔다면 우리는 그 정책이 1.5조원 혹은 1.5%의 소비 위축을 가져왔다고 평가하는 것이다(여기에서 %는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든 것이므로 위의 계산식과 무관함).

 

물론 경제모형을 비교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어느 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더 큰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대자보 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감세폭탄#소득세 감세#재정지출축소#소비축소#경제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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