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은 소통하는가?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고, 작가는 글로 묘사하지만 그 둘이 하나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양화가 김정준씨가 그인데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쌓아온 내공을 올핸 드디어 글로 풀어 이지출판(대표 서용순)을 통해 내놓았다. 그 이름은 <Song of Nature>.
그는 뉴욕과 런던에서 7년을 보냈다. 그러면서 많은 인연을 만나고 많은 사건과 맞닥뜨렸다. 그 하나하나의 일이 오로지 그만의 일은 아니라고 그는 외친다. 책머리에서 그는 한 죽음을 말한다. 대학 동기동창으로 미국에 가서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결국, 그는 죽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렇게 시작한 책 <Song of Nature> 곳곳에는 그의 글솜씨가 번뜩이고 그의 감각이 뭉뚝 묻어난다. 내가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그림, 그 그림들은 그의 유년시절 추억이란다. 그리고 자연, 자연, 자연. 어쩌면 사람들 모두의 가슴 속에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책은 뉴욕과 런던에서의 삶을 통한 다른 나라의 생활을 훈수한다. 그 하나는 "누구나 일 년 정도 죽어라 영어에 매달리면 귀가 트이고 입이 터질 줄 안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도 발전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영어가 쉬운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 '영어는 아무나 하나?' 한국 학생들의 입에서 그런 자조 섞인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이다.
또 다른 것은 "열여섯 살 이하 외국 학생들이 영국에서 공부하게 될 경우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한 법적으로 그를 돌봐줄 가디언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머릿수만 늘려서 돈이나 챙기는 양식없는 가디언이 많다"와 "런던에서 몸만 들어가면 생활을 할 수 있는 셋집들이 있는데 악독한 주인은 사사건건 트집잡아 보증금을 통째로 삼키기도 한다"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여행전문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꼽는 에딘버러지만, 아쉬운 점은 주위에 제대로 된 산이 없다"라며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을 얘기하고, "한때는 저들에게도 튤립같은 화사함이 있었으리라 / 한때는 저들에게도 불꽃같은 사랑이 있었으리라 / 한때는 이상향을 향하여 거친 파도에 몸을 던졌으리라"라며 쓸쓸하게 노래하기도 한다.
작가는 지난 9월 1일 압구정동 준갤러리에서 변재희씨와 함께 작품전(9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을 시작하면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많은 이가 축하해준 이날 그는 정말 행복한 듯 짧은 인사를 했다. 그는 어쩌면 정말 행복한, 주위의 시샘을 받는 존재가 되었을까? 그림과 글을 아우르는 작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 제목을 왜 “Song of Nature"이라고 지었을까? 물론 그의 그림에는 자연이 묻어나기에 그런 제목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어 아쉽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굳이 영어 이름일 까닭이 있을까?
그럼에도 이 책은 잔잔한 외침, 그리고 이름다운 묘사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또 책 속의 그림은 유년의 그림자와 자연의 속삭임도 있지만 일부는 내 눈에 지극히 한국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의 동의를 얻지 못했지만 달 속의 소나무, 일월오봉병, 연꽃, 연꽃들. 나는 책을 덮으며 김정준 그의 이름을 오래 기억할 거라는 생각이 가슴 속에 자리 잡는다.
- 화가는 자신의 가슴을 그림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어떻게 글로써도 독자와 만나려 했나?"나는 글이나 그림이나 가슴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찬가지란 생각을 한다. 오랫동안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글과 그림은 손재주만 부리면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없다."
- 지은이는 자신의 그림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그림은 내 삶의 흔적이다. 내 그림은 물론 사실화와 추상화의 중간 단계이지만 그 속엔 나의 유년시절 자연과 함께했던 행복하고 풍요로웠던 경험을 펼쳐 보이는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어렸을 때 보았던 산, 나무, 새, 달이 들어 있고, 그 아슴한 삶이 묻어나지 않는가?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품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뉴욕과 런던에서의 7년, 정말 서양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사람 나름이다. 서양 사람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고 한국 사람들도 물론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 뿐이다. 그러나 남을 위한 배려나 질서의식은 우리가 그들에게서 꼭 배워야 할 점이다."
- 책 내용을 보니 어쩌면 지은이가 밝은 웃음과 함께 가슴 속에 부처님을 안고 있는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 많은 이들이 그렇게 잘 해 준 것은 아닐까?"나는 어느 종교에도 속해 있지 않다. 다만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욕심을 버리고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살아가는 데 너그러울 수 있다. 그것이 크게 작용한 탓일 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인덕이 많은 사람이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무척이나 행복하다. 그것이 그렇게 보일 수 있을 뿐이다."
- 지은이는 책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듯했다. 가장 커다랗게 외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가?"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국땅에서 다른 피부 색깔의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그들과 부대끼며 살다가 살다가 느끼고 또 느낀 것이 많았다. 그렇게 외국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것과 문화적 쇼크 등에 대해서 진솔하게 알리고 싶었다."
- 앞으로 계획과 그밖에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멋진 여행기를 쓰고 싶다. 여행을 하면서 피부 색깔이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나눴던 사랑들 그리고 얻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다. 물론 내년 전시회도 준비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또 한 마디가 있다면 그것은 선한 삶, 긍정적인 삶은 매일매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얘기이다."
덧붙이는 글 | 김정준‧변재희 작품전 ▶ 압구정동 주갤러리 www.jugallery.co.kr (☎ 736-7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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