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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IC에서 청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아가는 옛 영동고속도로 혹시라도 고속도로가 대관령에서부터 막힐 때 이용해 볼 만한 도로입니다.
▲ 장평IC에서 청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아가는 옛 영동고속도로 혹시라도 고속도로가 대관령에서부터 막힐 때 이용해 볼 만한 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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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정체로 고속도로나 국도 위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지도를 펴들고 돌아가더라도 좀더 편히 갈 수 있는 길을 찾게 됩니다. 용인에서 원주의 영동고속도로 구간은 말할 것도 없고, 명절이나 여행의 성수기에는 서울로 가는 길이 대관령부터 막힐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 지도를 펼쳐들고 장평IC에서 내려 다른 길을 간 적이 있습니다.

녹색글씨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청태산 자연휴양림 안내표지판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점심을 먹었던 곳입니다.
▲ 녹색글씨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청태산 자연휴양림 안내표지판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점심을 먹었던 곳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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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영동고속도로였던 408번 지방도는 17 ,18, 11번 군도를 거쳐 둔내까지 막힘없이 이어집니다. 슬금슬금 기어가 듯 천천히 움직이는 고속도로의 차량과는 반대로 신이나 액셀레이터를 꽉 밟고 환호성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작은 도로는 어미의 몸을 꽉 껴안고 있는 새끼 원숭이처럼 영동고속도와 나란하게 달리기도 하고, 산을 타고 올라 영동고속도로를 굽어보기도 하며, 잠시 작별을 하다가도 어느새 또다시 고속도로 옆으로 살짝 다가가는 그런 도로입니다. 이 길을 달리면 만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청태산 자연휴양림입니다.

청태산은 해발 1194m의 높이를 가진 산으로 횡성군 둔내와 평창군 봉평, 방림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횡성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습니다.

청태산의 이름이 전해진 것은  조선 건국 당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관동지방을 가기 위해 이곳을 지나치게 되었고, 이곳에서 횡성 수령이 올리는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임금이 머무르면서 마땅히 식사할 공간이 없었습니다. 마침 푸른 이끼가 낀 커다란 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고, 식사 후 '산세가 아름답고 큰 바위에 놀랐다'는 뜻으로 청태(靑太山)이라 이름을 짓고, 휘호를 써서 횡성 수령에게 하사하였다고 합니다.

잣나무 숲에 둘러싸인 야영장 황폐했던 청태산을 이렇게 아름답게 가꾸었습니다.
▲ 잣나무 숲에 둘러싸인 야영장 황폐했던 청태산을 이렇게 아름답게 가꾸었습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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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곳은 화전민이 거주하던 곳으로 국유림 시범단지가 되기 전엔 황폐했던 곳입니다. 국유림 시범단지라 그런지 유난히 인공림이 많기도 하지만,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 하나의 숲으로 만끽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청태산에는 낙엽송과 잣나무 등 침엽수가 많습니다. 잣나무가 많아서인지 다람쥐와 청설모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띄고, 청설모가 까먹다 남은 잣방울을 간혹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낙엽송이나 잣나무, 소나무 등 침엽수에는 활엽수에 비해 피톤치드가 2배 이상 많다고 하니 다른 휴양림보다 더욱 심신이 맑아지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청태산 자연휴양림의 제2 산림문화휴양관 휴양림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가장 한적하고, 조용한 곳입니다.
▲ 청태산 자연휴양림의 제2 산림문화휴양관 휴양림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가장 한적하고, 조용한 곳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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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가로수길을 지나 만나는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1993년에 개장해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숲속의 집은 물론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장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산림문화휴양관인 복합산막을 두 곳이나 보유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모두 6개의 등산로를 통해 청태산 정상까지 등산이 가능하고, 5km 남짓 되는 순환임도는 대한걷기연맹에서 공인한 건강 숲길로 가벼운 트레킹도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차량통행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야영장에서 제2 산림문화휴양관까지는 차량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장애인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숲체험 데크로드 휠체어를 탄 장애인나 시각장애인도 무리없이 다녀올 수 있는 데크로드입니다.
▲ 국내 최초로 장애인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숲체험 데크로드 휠체어를 탄 장애인나 시각장애인도 무리없이 다녀올 수 있는 데크로드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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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에는 600m에 이르는 숲속체험 데크로드가 있습니다. 나무 터널을 지나 지그재그 형태로 이어진 산책로는 숲 속을 거닐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곳곳에 설치한 정자에서 넉넉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습니다.

특히 이 데크로드는 장애인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데크 양쪽에 설치된 목재 난간을 보면 한쪽은 낮고, 한쪽은 높게 되어 있습니다. 높은 쪽은 시각장애인이 난간을 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낮은 쪽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난간을 잡고 오를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경사도 거의 없어서 일반인뿐 아니라 장애인까지 폭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숲해설사의 자연과 숲이야기는 유익한 시간입니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되는 숲해설은 어른아이 할 것없이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 숲해설사의 자연과 숲이야기는 유익한 시간입니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되는 숲해설은 어른아이 할 것없이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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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숲해설. 숲생태안내소에서 시작되는 숲해설은 데크로드와 숲속교실를 따라 약 한 시간 반 정도 진행이 됩니다. 숲 해설사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숲 속의 생태, 식물과 동물의 살아가는 이야기, 나무 이야기 등 숲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의 호기심 만큼이나 어른들도 재미있고 신기한지 숲 해설사의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귀를 기울입니다. 나무로 만든 피리로 내는 뻐꾸기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뻐꾸기 이야기로 숲 해설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숲 해설을 마치면 다시 데크로드를 따라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마시며 내려옵니다.

숲생태안내소에서 목공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숲생태안내소에서는 목공체험뿐 아니라 편의를 위해 매점과 인터넷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숲생태안내소에서 목공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숲생태안내소에서는 목공체험뿐 아니라 편의를 위해 매점과 인터넷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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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생태안내소에서는 숲 체험을 위한 기자재 전시뿐 아니라 숲속 문고도 운영하고, 목걸이나 열쇠고리, 핸드폰 고리 만들기 등 목재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휴양림을 찾은 방문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매점도 있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매표소 옆으로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는 DIY목공교실과 천연염색체험도 할 수 있어서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편안한 휴식공간뿐 아니라 재미를 더해주는 체험공간으로 아주 적합합니다.

숲길을 거닐며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오감체험 코스 오감체험코스에서 숲과 계곡 그리고 빛이 만들어내는 풍경입니다.
▲ 숲길을 거닐며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오감체험 코스 오감체험코스에서 숲과 계곡 그리고 빛이 만들어내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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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로드에서 나무다리를 지나 작은 계곡을 건너면 오감체험코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감체험코스는 데크로드처럼 인위적인 공간이 아니라 물도 건너고, 산새 소리도 듣고, 흙길을 거닐며 숲을 느끼는 대자연의 공간입니다.

간간히 만나는 시 한편도 읽고, 퀴즈 형태로 나무이름도 기억해 보며, 빽빽한 숲으로 간신히 스며든 햇살 한조각을 조심스레 어루만질 수 있습니다. 나무다리 아래로 흐르는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함께 소소한 바람이 스칩니다. 연두빛 단풍잎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고, 잔잔한 바람이 단풍잎을 스칠 때마다 단풍잎이 별빛처럼 초롱초롱 빛을 내는 것 같습니다.

벤치에 앉아 숲이 전해주는 맑은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촬영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공포영화 <기담>이 촬영되어 공포체험을 하려는 사람들이 발걸음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다람쥐가 심은 잣나무 1992년 다람쥐가 비상식량으로 숨겨놓은 잣이 싹을 틔워 이렇게 자랐습니다.
▲ 다람쥐가 심은 잣나무 1992년 다람쥐가 비상식량으로 숨겨놓은 잣이 싹을 틔워 이렇게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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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산림문화휴양관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가는 길에 '다람쥐가 심은 15그루의 잣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이곳에 들렀을 때 가장 인상깊은 곳이었는데, 이제 얼마나 더 자랐나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은 듯합니다. 이 잣나무들은 다람쥐가 잣을 먹다가 다음에 먹으려고 숨겨 놓은 것인데, 다람쥐가 그만 까먹었는지 잣은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잣나무가 비좁은 듯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도 재미있고, 다람쥐가 심은(?) 나무라 하여 또 한번 웃습니다. 나중에 올때 또 얼마나 커 있을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나무에 나무집을 짓고, 그곳엔 나무새가 살고 있습니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숲은 우리 인간들에게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 나무에 나무집을 짓고, 그곳엔 나무새가 살고 있습니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숲은 우리 인간들에게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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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노벨평화상은 케냐의 여성 환경운동가인 왕가리 마타이가 수상했습니다. 케냐 시내 중심부인 나이로비의 여러 공원들을 도시화와 개발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꿋꿋하게 지켜냈고, 산하단체에서 식재한 나무가 무려 3000만 그루나 된다고 합니다.

나무와 산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극한적인 대립 가운데서도 상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반드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연으로의 회귀'가 차츰 많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스러져가는 곳도 적잖이 있습니다. 화전민이 살던 곳으로 황폐화됐던 산림이 이제 최적의 산림을 이루고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도 우연만은 아닐겁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연으로의 회귀 노력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청태산 자연휴양림 여행정보
♣ 휴양림 홈페이지 : http://www.huyang.go.kr/index2.html 

♣ 가는 방법 
영동고속도로 둔내IC ▶ 둔내 방면 우회전 둔내 진입 ▶ 11번 군도 ▶ 삽교쉼터에서 구 영동고속도로 18번 군도 ▶ 둔내자연휴양림 지나 직진 ▶ 우측으로 자연휴양림 입구

♣ 이용시설

입장료 : 대인/1,000원, 청소년/600원, 초등생/300원
주차료 : 경차 /1,500원, 중/소형/3,000원, 대형/5,000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바실리카 열린공론장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태산자연휴양림#자연휴양림#숲체험#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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