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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씨 (출근)저지 집회 과정에서 사측이 채증 등에 의거해 올린 징계 명단에 제 이름 꼭 넣어주십시오. 부득이한 사정으로 '구본홍 저지' 집회 불참하고 서초동 출입처로 직행했던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열심히 참석했는데, 왜 징계대상 명단에 빠져있는지 잘 납득되지 않습니다. 저를 무시해서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겠습니다."

 

다시 YTN이 울고 있다.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취임이 결정됐을 때는 분노의 눈물이었지만, 이번엔 감동의 눈물이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 구본홍 사장이 물러난 건 아니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1일 YTN 노동조합은 회사 쪽이 작성한 징계 심의 및 고소 대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그곳에는 그동안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등의 투쟁에 참여했던 직원들 중 고소 대상자 6명과 징계 대상자 76명이 적혀 있었다.

 

이 명단이 공개 된 뒤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징계 대상자 명단에 자기 이름이 없는 걸 확인한 몇몇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지 않았다. 오히려 땅을 치며 "왜 내 이름이 빠졌느냐"고 따졌다. 그리고 "나도 함께 징계하라"고 나서고 있다. 이렇게 징계를 자청하는 직원들이 4일 밤 9시 기준으로 25명이다.

 

상황이 이 쯤 되니, YTN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눈물이 울컥 한다" "이 싸움 우리가 이길 것 같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징계를 자청하고 나선 이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채증한 거 잘 살펴봐라, 나도 구호 외쳤다"

 

YTN 공채 9기 17명은 단체로 성명서처럼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들은 "낙하산 반대와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싸워온 우리들의 행동이 '경거망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느냐"며 "그렇다면 우리는 이 경거망동에 함께 하겠다, 우리도 징계하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마지막에 "자본과 권력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길을 걷는 그들(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벌이는 직원들)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한 선배는 댓글을 통해 "지금까지는 억지로 참았는데 후배들이 울리는구나, 선배들이 잘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밝혔다. 

 

국제부 신아무개 기자는 "내 이름이 명단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단 감사하다, 하지만 그런 혜택(?) 사양하겠다, 같은 편이 아니니 나도 잡아가라"며 "나름대로 채증을 했다면 잘 살펴보라, 나 역시 많은 노조원들과 더불어 주주총회를 저지하려 했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구호도 외쳤다"고 공개 자수를 했다.

 

이어 신 기자는 "나 자신 그동안 노조게시판에 눈도장만 찍고 그저 조용히 노조 지침만 따랐지만,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머지 조합원 동지들도 이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또 신 기자는 자신의 선배들에게 아래와 같이 호소했다.

 

"부팀장 선배들에게 한 번 더 호소합니다. 옳은 것을 위해 이제는 제발 행동해 주세요. 달갑지는 않겠지만 누구에게나 퇴직의 순간은 옵니다. 지난 날을 돌이켜 후회할 일을 남기지 말아야죠. 언론인이란 무엇보다 명예를 먹고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감히 조언합니다.

 

제가 입사했던 94년, 대한민국 언론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며 수송동 사옥으로 모여들었던 선배들은 정말 큰 사람들이었죠. 제가 잘못 본 거였나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MB 특보출신 구본홍씨를 위해 그동안의 자존심과 신념을 버릴 건가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 글에 신 기자의 한 입사동기는 "너 그럴 필요 없는데 안 그래도 니 맘 다 아는데, 근데 너무 고맙다"고 댓글을 남겼고, 한 후배는 "선배 멋지십니다, 저도 적극 동참합니다"고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한 직원은 "징계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노조원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사실 투쟁을 제대로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며 "징계명단에 올랐으면서도 '너무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든다, 참 아이러니하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에서도 두 직원이 '징계 자청 운동'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들은 공동 명의로 올린 글에서 "지국 근무자로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사우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며 "사측의 일방적인 징계·고소 대상자 명단에 오른 82명의 선후배, 동기들의 이름을 봤을 때 미안한 마음에 전화 한 통화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아무개 기자는 "의자에 기대다시피 앉을 수밖에 없는 만삭이 다 되어가는 사우도 징계하시겠다면서 나 같은 사원은 왜 (명단에서) 뺏느냐"며 "일정 부분 '자기 손해' 볼 각오도 없었다면, 애초 집회 참석하지 않았다, 옳은 일 하는 데 힘 보태겠다면서 편하게 이뤄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둔하지는 않다"고 밝히며 징계 자청 운동에 동참할 뜻을 나타냈다.

 

한편 지난 2일부터 진행된 '공정방송사수를 위한 낙하산 사장 반대 및 민영화저지' YTN 노동조합 파업 찬반투표에는 5일 현재까지 조합원 400여 명 중 360명 이상이 참여했다. 전국 지부의 투표는 5일 오후에 마감된다. 노조는 "투표율이 9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표 시기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태그:#YTN 구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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