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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금강산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더 경색됐다"면서 "미국 대선이 중요한데, 매케인보다 오바마가 당선되어야 남북관계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5일 저녁 창원대 국제회의관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초청으로 연 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가난할 때는 남북관계가 나빠도 관계없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남북 관계는 안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나빠지게 된 발단은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 부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과 같은 정치문화에서 (대부분 외교문서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서명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서명한 문서는 2개 밖에 없는데, 그것이 바로 남한과 한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 서명이다"라며 "그 서명은 신성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 일부의 숭미(崇美) 사상에 대해 그는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지금 우리나라 권력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미국 중심 사고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단체가 집회할 때) 태극기만 들고 나가면 되는데 왜 성조기를 들고 나가느냐"면서 "성조기를 들고 나가니 숭미며, 숭미는 바보 같은 짓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서독 통일과 남북 상황을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동독과 지금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 동독이 서독과 통일할 때는 후견인이었던 소련이 붕괴 단계에 있었다. 그 때 서독이 미국과 손을 잡고 통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북한 주변 국가의 상황은 다르다. 중국이 일어서고 있으며 러시아도 동독 때와 처지가 다르다"면서 "북한이 붕괴된다고 해서 바로 우리의 주머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퍼주기 논쟁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어떻게 보면 째째한 이야기"라면서 "퍼주기라는 말은 김영삼 정부 때 처음 나왔다. 당시 6․25 때 쌀을 북한에 보냈는데, 조선일보가 '퍼주고 뺨 맞기'라는 기사를 처음 썼다. 퍼주기라는 말은 김영삼 대통령 때 처음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퍼주기는 우리와 아무 연고도 없는데 이유 없이 보내면 퍼주기인데, 같은 민족한테 주는 게 어떻게 퍼주기냐"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DNA를 연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동네에서도 돈을 번 사람이 있다면 헐벗고 굶는 사람이 있으면 돈을 내놓게 되어 있다. 운동회할 때 동네 부자가 있으면 돈을 내놓게 되어 있다. 그것은 동네 편하게 살자고 하는 것이며, 가진 사람이 다리 펴고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동네의 안보질서 유지 차원이다. 그렇게 하는 사람을 어떻게 퍼주기라 할 것이냐. 돈을 쓰면 품격이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 전 장관은 "서독도 동독과 통일하기 전에는 엄청나게 퍼주기를 했다"면서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보낸 쌀을 구경도 못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쌀이 가기 전에 탈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퍼주기라고 하는 사람들은 분단주의자"라면서 "질이 안 좋은 분단주의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분단 상태에서 경제력을 이만큼 키웠는데 통일하게 되면 더 발전할 것"이라며 "얼마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가 7위를 했는데, 우리가 통일을 하게 되면 경제분야에서도 7위 대국으로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제 남한과 북한의 체제경쟁은 끝났다"면서 "퍼주기라고 하는 사람들은 귀신 이야기에 홀린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귀신 이야기에 한번 홀리면 공동묘지를 지나가지 못하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아직도 냉전시대의 반공, 그 반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심어준 반북, 북한은 도와줄 게 없고 폐만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설명하면서, 그는 "약자가 큰 나라를 상대로 외교를 할 때는 약자의 공갈이 있다"면서 "'너 죽고 나 죽자'든지 아니면 '일 저질러버리겠다'는 식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전쟁 때 미국에 많이 그렇게 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지금 북한은 엄청나게 변했다"면서 "북한의 사회문화는 상징적 변화 단계를 거쳐 근본적인 변화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변하면 범죄도 달라진다"면서 "북한의 형법을 다시 개정했는데, 경제사범이 18개에서 78개로 엄청나게 늘어났고, 사회범죄가 늘어났는데, 그 내용을 보니 사회주의형 범죄가 아니라 자본주의형 범죄더라"고 소개했다.

 

또 정세현 전 장관은 강연자료를 통해 "북핵문제는 남북관계가 앞장서 가면서 해결되는 모양새가 가잫 좋다"면서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될수록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6.15와 10.4 선언을 인정한다면 앞으로 4년은 남북관계가 새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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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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