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하늘에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요. 어제(9월5일)해질녘이었습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였습니다. 상왕십리에서 왕십리 쪽으로 걷고 있는데 동쪽 하늘에 높게 솟아오른 오색무지개가 발걸음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저게 뭐야? 무지개 아냐?”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습니다. 내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옆에서 걷던 사람들도 무지개의 존재를 확인한 것 같았습니다. 몇 사람이 내가 눌러대는 카메라의 방향을 같이 바라보았습니다.
“우와! 정말 무지개네, 서울에도 무지개가 뜨다니...”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잠깐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곧 다시 가던 길을 갔습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지개롤 보았는지 못 봤는지 그냥 무심한 표정들이었지요.
사진 몇 컷을 찍고 혹시 하는 마음에 뒤돌아서 서쪽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붉은 기운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습니다. 서쪽하늘은 높은 빌딩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빌딩 사이로 보이는 좁은 하늘은 온통 불바다였습니다. 더 높은 하늘까지 뻗쳐올라간 붉은 노을이 장관이었지만 빌딩 숲에 가려 시야가 좁은 것이 아쉬웠지요.
다시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무지개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였습니다. 동쪽하늘에 솟아오른 무지개를 발견한 시간으로부터 불과 10여분의 짧은 순간이었지요.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쪽하늘을 붉게 불태운 노을과 맞은편 동쪽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는 정말 황홀경을 연출한 장관이었습니다. 어젯밤 6시 50분부터 7시까지 동쪽하늘에 떠올랐던 무지개는 하늘이 희부연 상태여서 그리 선명하거나 밝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서울하늘에 무지개가 떠오른 모습은 요 몇 년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어서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서울의 동쪽하늘에 떠올랐던 무지개와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였던 노을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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