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 듯 합니다. 처서(處暑)을 지나 백로(白露)로 접어든 요즘. 올듯, 말듯 우리의 애간장을 태우던 가을이 한층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층 푸르고 높아진 하늘과 시원스런 날씨, 그리고 평야에 무르익는 곡식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새로운 계절의 시작. 비단 들뜨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청령(蜻蛉)의 무리는  가을을 반기듯 푸른 하늘을 마음껏 유영하고 있었고, 알록달록 나비들은 달콤한 꽃을 찾아 평화롭게 날갯짓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한층 여유롭고 밝아져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런 행복한 가을의 시작 앞에서 저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몸이 근질근질 합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외출를 시도했습니다. 잠시 후 가을이 빚어낸 풍경에 흠뻑 취해버린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아름다운 가을 풍경. 큼지막하게 잘 여문 노란 호박, 생명력이 넘치는 작은 꽃과 곤충들, 그리고 잘 익은 농산물을 말리는 농부의 흐뭇한 표정. 가을이란 계절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 무엇이 있는 모양입니다. 슬며시 그 아름다움 속에 빠져봅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찾아 이곳저곳을 총총 지나다 한 한옥집 앞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가을 분위가 물씬 나는 곳이었지요. 그렇기에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었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집에 함부러 들어갈 수 없기에 망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눈 앞에, 그 집의 주인듯한 아저씨가 마당 한쪽에 평화롭게 앉아서 고추를 말리고 있는 것이었죠. 저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예? 누구시죠?"
 
 
갑작스런 인사에 조금은 놀란 듯한 아저씨. 하지만 저는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아저씨께 사진 촬영을 부탁한 것이지요.
 
"아. 저는 대학생 기자인데요. 집이 가을 정취가 물씬 묻어나서 자더 모르게 오게 되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사진 촬영을 해도 괜찮을까요? 꼭 촬영을 하고 싶습니다."
 

 

제 어설픈 물음에 아저씨는 웃으며 그러라고 하십니다. 덕분에 제 마음이 들뜬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죠. 넓은 마당을 총총 옮겨다니며 가을의 모습을 수많은 컷으로 담아냈습니다. 갑작스런 저의 출현에 바둑이는 왈왈 짖었지만, 묵묵히 농작물을 다듬으시는 아저씨, 아주머니의 모습은 저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더없이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가을날의 아름다운 풍경들
 
만족스러울 만큼, 실컷 사진 촬영을 한 저는 아저씨, 아주머니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또 다른 가을 풍경을 찾으러 떠난 것이지요. 그렇게 얼마쯤 걸었을까요? 문득 근처의 작은 숲길에서 제 발걸음은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빛날 정도로 아름다운 꽃들이 형형 색색 장관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형색색 빚어진 꽃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취해있었습니다. 그렇게 꽃을 감상하고 있는데, 그 꽃 틈 사이로 아주 작은 생물이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호기심 어린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그 생물은 무당벌레였습니다. 참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반가움보다 재밌는 사실 하나는 이 무당벌레가 꽃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곤충의 본능일까요? 아니면 저만의 지극한 상상력일까요? 어느쪽이든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그 무당벌레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무당 벌레는 마치 꽃을 찾아 여정이라도 떠난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 여정이 쉬운 것은 아닌 듯 보입니다. 번번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서 꽃에 오르기도 전에 떨어지기 일쑤 였습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듯한 무당벌레. 몇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 한 끝에 기어코 노란 꽃 위에 오르고 맙니다. 작은 생물의 열정에 괜히 박수가 나옵니다.

 
와! 꽃에 안착한 가을날의 나빌레라!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한 폭의 그림처럼 가을 풍경을 수 놓는 것은 나비들의 날갯짓이 보입니다. 조지훈 시인의 시 <승무>의 '나빌레라'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꽃을 향해 안착한 그들의 모습은 덧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이렇게 가을이 빚어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 채로 저의 가을 풍경 취재는 끝이 났습니다.
 

 
바야흐로 가을 입니다. 그리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민족의 큰 명절 추석입니다. 모두들 아름다운 가을 날씨 만큼이나 행복한 날이 되길 기원합니다. 풍성하게 익은 들판의 곡식같이, 마음의 풍년도 이루는 시간이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태그:#가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