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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빠! 오늘은 저녁 먹고 축구해요."

"축구! 엄마하고 가서 해라. 아빠는 싫어."
"아빠는 만날 집에만 있어. 엄마하고 하면 재미도 별로 없잖아요. 내 하고 축구 좀 하면 안 되나?"

"엄마하고 하면 왜 재미가 없어. 아빠보다 더 재미 있어. 그리고 아빠 저녁 먹고 사진 찾으려 가야 하는데."

"사진은 나중에 찾으러 가면 되잖아요."

"축구 할 곳도 없잖아?"
"발지압공원에서 하면 되잖아요."

 

집 옆에 발지압 공원에 작은 공터가 있는데 아이들 셋과 축구하기에는 비좁지 않았다. 큰 아이는 축구는 잘 하지 못하지만 축구를 하는 것은 좋아한다. 뙤약볕 아래도 마다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한 번씩 축구를 같이 해줄 수밖에 없다.

 

"야 인헌이 너 고집도 대단하다. 아빠가 한 번 네 소원 들어주기로 했다. 엄마도 같이 가자고 해라."

"엄마 아빠가 발지압 공원에 공차러 가자고 해요."

 

운동 못하는 온 가족이 축구를 한다니 참 부끄럽고 재미있는 일이다.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발지압 공원 옆에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장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인라인스케이트 장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 공터보다는 여기서 공 차면 되겠다."

"아빠, 1:3으로 해요. 내 혼자하고, 아빠는 서헌이랑, 체헌이랑 같은 편하세요."

"너 혼자서 우리 셋을 이길 수 있겠나."

"이길 수 있어요."

"아빠, 패스, 패스, 패스 하란 말이예요."

 

막내가 패스하라고 끊임없이 외친다. 하지만 공이 발에 닿기만 하면 공은 데굴데굴 굴러 가버린다. 가만히 있던 둘째가 공을 차지만 헛발질이다. 아빠와 딸, 막내가 아무리 차려고 해도 공은 형에게 갔다. 형도 겨우 헛발질을 면했는데 그것이 그만 골이 되었다.

 

"골 골 골 아빠 1:0, 내가 이기고 있어요."

"지금은 1:0이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다. 너랑 엄마랑 같은 편 해라."

"내도 헛발질인데. 완전히 '헛발질 독수리 5형제'가 따로 없다. 없어."

"헛발질 독수리 5형제! 좋은 말이다."


 

막내는 자기에게 공이 오지 않자 그만 토라져버렸다.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기에게 패스를 해주지 않은 아빠에게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자동차 폐타이어에 가서 앉아버린다. 다른 방법이 없다. 함께 차려면 막내를 달래는 길 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

 

 

"막둥이 자 공 받아라."

"누나! 내 패스 받아라. 누나 골 넣어. 알겠어."

 

하지만 누나는 그만 헛발질이다.

 

"누나 넣지 못하면 어떻게 해. 아빠 공 주세요. 이번에는 내가 넣을게요. 슛 골이다. 아빠, 내가 넣었어요."

"우리 막둥이 공 잘 찬다. 앞으로 박지성 선수 되겠다."

"박지성. 엄마 아빠가 나보고 박지성이 된다고 했어요."

"야! 우리 막둥이가 박지성 선수래. 앞으로 막둥이 열심히 해야겠다."

 

아내는 웃는다. 박지성 선수는 무슨 박지성. 헛발질 대가들이 모여 축구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도 우리 가족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웃음이 나올까 생각하니 빨리 여기를 떠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축구를 하겠는가? 우리집 같은 헛발질 독수리 5형제쯤 되니 이런 곳에서 축구를 한다. 헛발질 독수리 5형제 축구 경기 결과는 아빠팀(아빠, 서헌, 체헌)이 엄마팀(엄마, 인헌) 팀을 5:3으로 이겼다.


태그:#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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