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일)는 같은 지역에 사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졸업동문가족들과 터전에 모여서 놀고 어울리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처럼 실컷 놀았던 모양인지 우리 식구들 모두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대충 몸을 씻는 둥 마는 둥 한 채 곧바로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창가를 훤하게 비춰 잠을 깨우는 얄궂은 햇빛 때문에 마지못해 눈을 떴습니다. 다시금 피곤하고 부스스한 얼굴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 오늘도 좋은 하루!"
아침에 일어나 쌍둥이 딸내미들은 그렇게 집을 나섰고, 나와 아내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그렇게 딸들을 학교에 보냈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나와 아내는 집안 청소를 하고, 설거지도 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을 어느 정도 말끔히 정돈하고 난 후 둘이서 식탁에 다소곳이 앉았습니다. 그런 다음 향기가 진한 허브차 한 잔을 마시며 비로소 잠시잠깐의 짧은 여유를 가지려는 찰나였습니다.
"엄마, 저 혜인이에요!"하고 갑자기 둘째 녀석이 현관문을 열며 집 안으로 헐레벌떡 들어섰습니다. 이마에는 땀이 송송 맺혀있었고 얼굴은 상기된 표정이었습니다. 아내와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여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 간 지 불과 한두 시간 만에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느닷없이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를 우리 두 부부는 토끼처럼 놀란 두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혜인아, 어쩐 일이니?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내의 속사포 같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나도 덩달아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딸, 무슨 일이야? 어떻게 학교에서 온 거야?"
집 안으로 들어선 딸아이는 엄마에게 오늘 오전 학교에서 있었던 상황에 대해 긴장된 표정으로 차근차근 설명하였습니다.
"엄마, 학교에 등교해서 체육시간에 친구들과 운동을 하는 중에 아래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소변이 마려울 때처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뭐가 옷에 흘러 묻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화장실에 가서 확인해보니 피가 묻어있어 깜짝 놀랐어요."
올해로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에게 이른바 '초경'이라고 말하는 첫 생리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나는 예고 없이 찾아온 딸아이의 초경에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진정했습니다. 그리고는 딸아이를 가슴에 꼭 보듬어 안으며 격려해주었습니다.
"어이구 장하다! 내 새끼, 야~ 우리 딸이 이제 진짜로 숙녀가 되는 모양이네."
"딸아, 축하한다. 오늘 저녁 우리 식구끼리 파티라도 해야겠는 걸…."
나는 얼른 안방에 요를 깔고 아이를 자리에 눕혔습니다. 아내는 아랫배가 싸~하니 아프다고 하는 딸아이의 배를 정성스레 손으로 만져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누워서 쉬었다가 괜찮아지면 그 때 다시 학교에 가려무나"하고 말해 주었습니다.
딸아이가 얼마간 누워서 쉬고 있는 동안 학교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혜인이가 괜찮으냐고 물으시며, 아이가 진정되면 그때 쯤 학교에 다시 보내시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내와 선생님 간의 통화가 끝나고 난 뒤 나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저녁에 진짜로 우리 식구끼리 조촐한 파티라도 엽시다."
"그래요. 우리 딸내미들과 파티 열어요. ㅎㅎㅎ"
딸아이는 얼마간 쉬고 나서 다시 학교에 갔다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혜인이의 쌍둥이 언니인 수인이도 놀란 눈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자기 동생을 챙기며 하는 말이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정도로 가관이었습니다.
"혜인이가 나보다 정신연령이 더 낮은데 왜 먼저 생리를 하는 거지? 기분 나쁘게…. 원래 정신연령이 더 높은 사람이 먼저 하는 거 아닌감?"
푸~하하 나와 아내는 얼떨결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나는 쌍둥이 딸내미들의 손을 한 쪽씩 잡고서 동네에 있는 빵집으로 갔습니다. 조그맣고 동그란 '통호밀호두빵' 하나를 사고 양초도 두 개 얻었습니다. 가게에서 두유와 약간의 과자도 샀습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 놓여있는 책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았습니다. 그리고 촛불을 밝히며 오늘의 주인공인 딸아이를 축하해주었습니다. 나와 아내는 책상에 앉아있는 두 딸아이에게 짧은 축사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막내 딸내미가 신성한 행사를 치른 아주 의미 있는 날이다. 어린이에서 예비숙녀로 한 단계 성숙해진 날인 것이지. 이제부턴 자신의 몸을 더욱 청결하고 건강하게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해라. 그리고 수인이도 조만간 다가올 일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면 좋겠구나."
"너희가 생리를 시작했다는 것은 아기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매우 신비롭고, 아름다운 신호란다. 앞으로도 우리 딸들이 부디 건강하길 엄마는 바란다."
나는 오늘따라 더더욱 장하고 예뻐 보이는 쌍둥이 딸내미들을 책상에 앉혀놓고서 그들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기념사진 한 장을 멋지게 찍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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