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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방송을 앞두고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KBS 사원행동 회원들이 청원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공영방송 사수'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방송을 앞두고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KBS 사원행동 회원들이 청원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공영방송 사수'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KBS 사원행동 회원들이 청원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공영방송 사수'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사원행동 회원들이 청원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공영방송 사수'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최종신 : 10일 새벽 0시 10분]

 

밤 11시 45분 여의도 KBS 본관 앞.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의 방송이 끝나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MB는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어려워지는 경제, 소통이 안 되는 국민과 정부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혀를 찼던 이들이었다.

 

중간에 자리를 뜬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중간에 자리를 뜨던 임순지(36)씨는 "왜 벌써 자리를 뜨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더 이상 보기 힘들다, 사실 다 짜고 하는 문답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특히 임씨는 "'정부는 왜 불법행위를 하는 이들을 가만히 놔두냐'고 하는 것이 지금 국민 여론"이라던 이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를 토했다.

 

"저 말은 지금 우리를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조계사에도 2백명 가까운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있고 서울역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고 들었다. 이 대통령에겐 이들이 국민으로 안 보이는 것이다."

 

"오늘 방송 본 국민 모두 MB에게 낙제점 줬을 것"

 

방송 직후 만난 시민들도 임씨의 의견과 다르지 않았다.

 

최진석(31)씨는 "오늘 방송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이라며 "최악의 거짓말 방송 잘 봤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대학생에게) '주동자는 아니죠'라고 농담을 던지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며 "그 농담은 이 대통령이 정말 국민을 우습게 생각한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오늘 방송으로 인해 또 착한 국민들이 저 립서비스에 속아 이 대통령 한번 더 봐주자고 할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60대 아주머니는 "이 대통령 말은 믿을 수가 없다"며 "남자건 여자건 말을 했으면 실천이 뒤따라야하는데 이 대통령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많은 아줌마들이 이렇게 나올 때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냐"며 "자식들도 내가 이렇게 거리 위로 나오는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아무개(45. 남)씨는 "오늘 이 대통령이 사실상 자기 고집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공언하는 것 봤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대통령이 이번 방송 반응을 보면 당황할 것"이라며 "오늘 방송을 본 이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낙제점을 매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1신 : 9일 밤 10시 21분]

 

 여의도 KBS 신관 보도본부 4층 베란다에서 KBS 사원행동 회원들이 '공영방송 사수하자'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려고 하자 대통령 경호팀과 청원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여의도 KBS 신관 보도본부 4층 베란다에서 KBS 사원행동 회원들이 '공영방송 사수하자'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려고 하자 대통령 경호팀과 청원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KBS 신관 앞에서 양승동 방송인 연합회회장 겸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가 청원경찰들에게 둘러싸여 '공영방송 사수'를 요구하며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
KBS 신관 앞에서 양승동 방송인 연합회회장 겸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가 청원경찰들에게 둘러싸여 '공영방송 사수'를 요구하며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현수막도 걸지 못하게 하면서 무슨 언론의 자유냐!"

"공영방송 장악하고 국민의 대화 웬 말이냐!"

 

9일 밤 9시 여의도 KBS 홀 앞. 40여명의 KBS 직원들이 촛불을 높이 들어올렸다. 직원들의 수의 2배가 넘는 청원 경찰들이 그들을 원형으로 둘러싼 상태였다.

 

KBS 신관 보도본부 4층 베란다에서 '공영방송 사수하자'고 적힌 현수막을 늘어뜨리려던 직원 10여명도 마찬가지였다. 현수막은 채 펴지기도 전에 청원경찰과 대통령 경호팀의 우악스런 손길에 의해 구겨졌다. 청원경찰에 저항하던 KBS 직원들의 상반신이 난간 위로 떨어질 듯 밀리는 위험천만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촛불 든 KBS 직원들 포위한 청원경찰... "우리도 국민이다, 우리와도 대화하라"

 

앞서 청원경찰들은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 촬영스튜디오 입구가 있는 KBS 홀 곳곳에 퍼져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1백여 명의 의경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밤 8시 30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직원들이 촛불을 밝히기 시작하자 사원행동 쪽으로 다가와 "저쪽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다"며 촛불을 끄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KBS 사원행동은 끝까지 촛불을 끄지 않았다. '아침이슬', '흔들리지 않게' 등 민중가요를 부르며 이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한 결의를 높였고 "MB정권 방송장악 온 몸으로 저지하자", "우리들도 국민이다, 우리와도 대화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특히 사내에 현수막도 걸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한 분노는 대단했다.

 

KBS 사원행동 측은 "회사 내 현수막도 못 걸게 하는 등 표현의 자유마저 제한하는 이 정부의 행태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모습은 이날 <열린음악회> 방청을 위해 KBS를 방문했던 일반 시민들도 이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았다. 일부 시민들은 핸드폰과 가지고 있던 디지털 커메라를 이용해 베란다에서 청원경찰과 경호팀에 저항하는 KBS 직원들을 촬영하기도 했다.

 

잠실에 사는 모녀, 서 아무개씨와 유 아무개씨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머니 서씨는 "저런 모습을 보면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우리나라가 다시 군사독재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며 "대통령이 온다고 현수막 하나 걸지 못하는 게 정상이냐"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불교나 쇠고기파동에서 그랬듯 국민들이 지칠 때까지 두었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말로만 사죄하지 말고 행동으로 반성한 것을 내보여야 한다"고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딸 유씨는 "대통령이 국민을 너무 무시한다, 더 이상 국민들이 참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닌 것에 대해선 끝까지 싸워 바른 것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밤 9시 10분 경 예상했던 KBS홀이 아닌 제3의 통로를 통해 스튜디오로 입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KBS 사원행동은 시위를 멈추고 이날 밤 8시부터 KBS 본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 등과 결합했다.

 

KBS 사원행동과 범국민행동, 그리고 시민 150여명은 밤 10시부터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를 시청하고 있다.

 

 KBS본관앞에 모인 시민들이 휴대폰 DMB방송으로 국민과의대화를 듣고 있다.
KBS본관앞에 모인 시민들이 휴대폰 DMB방송으로 국민과의대화를 듣고 있다. ⓒ 권우성


#KBS#대통령과의 대화#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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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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