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5년 정부가 교원평가제 추진을 발표한 이래 교원평가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의 "전교조가 무조건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됐고, 사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입장을 담았습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반박이나 논쟁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2007년 11월 22일, 연가투쟁에 돌입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서울광장에서 교원평가 저지와 성과급 철폐를 위한 교사결의대회를 열었다.
 2007년 11월 22일, 연가투쟁에 돌입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서울광장에서 교원평가 저지와 성과급 철폐를 위한 교사결의대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전교조는 지난 8일 교원평가제 도입에 대하여 전향적인 의견을 밝힌 현인철 대변인에 대하여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전교조 의견과 배치되는 개인 생각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대변인을 징계하는 것은 조직 입장에서 극히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건은 주요 신문의 지면과 사설을 장식할 정도로 주요 기사가 되었다. 보수 언론은 기회를 놓칠 새라 전교조 죽이기에 또 한번 혈안이 되었다.

그러나 보수 언론의 태도야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되지만, <한겨레>나 <경향> 등 진보적 언론의 보도 태도도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물론 조중동처럼 악의에 차서 전교조를 몰아세우지는 않았지만, <한겨레>는 9일 사설을 통해 '합리적 평가방법 도출에 매진할 때'라면서 전교조를 향하여 "조직원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교원평가제 도입을 요구하는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은 외면하기로 한 것인가, 이익집단으로서의 성격이 참교육의 기치에 선행하는가. 학부모 학생의 등을 돌리게 하고서도 정부의 반교육적 교육정책에 맞설 수 있다고 보는가"라며 어찌 보면 전교조를 향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번 사태를 보도한 <경향신문>의 제목뽑기도 결코 전교조에 호의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8일 "'외곬'으로 치닫는 전교조…조직 내부서도 갈등" 기사를 통해 현인철 대변인의 사표 제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참교육학부모회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등 진보적인 시민단체조차도 교원평가제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찬성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교원평가제에 관한 한 전교조는 고립되고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였다.

전교조, 진보언론과 멀어지고 교총과는 친해졌네

2006년 교원평가 저지와 성과급 철폐를 위한 교사결의대회 모습.
 2006년 교원평가 저지와 성과급 철폐를 위한 교사결의대회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우군'이 하나 있기는 하다. 전교조 이외의 다른 교원 단체인 교원단체총연합(이하 교총)이다. 때로는 조합원 확보를 두고, 혹은 교사와 교육을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로 대립을 하기도 했던 교총과는 교원평가제를 두고 의기투합이 잘 된다.

주위의 교사들에게 물어보아도 평소에는 약속이나 한 듯이 여러 사안에 대하여 대립지점에 있던 각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이, 교원평가제 반대에 있어서는 의견이 쉽게 일치가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모습이 달갑지는 않다. 어쩐지 교원평가제 실시로 이해관계가 침해받게 되자, 평소에는 그렇게 어려워 보이던 교원단체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MBC <100분 토론>에서 전교조와 교총이 같은 쪽에 앉아, 교원평가제를 찬성하는 패널들을 상대로 반대의 논리를 사이좋게 설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른 사안에서 전교조와 교총이 이렇게 사이가 좋은 것을 본 일이 없다.

무엇으로든 사이가 좋은 것을 삐딱하게 볼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교원단체가 교원평가제에 반대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질 때 교총은 사라지고 전교조'만' 남는다는 사실이다. 아마 국민들 머릿속에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교원단체로는 전교조가 깊숙이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각인의 강도와 비례해서 전교조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익단체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이것이 옳던 그르던 간에 현실이 그러하다.

물론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의 입장은 타당한 논리와 근거가 있다. 그동안 금지되었던 일제고사의 시행, 국제중학교의 설립, 서울시의 고교선택제 도입, 자율형 사립고나 기숙형 공립고의 도입 등 이명박 정부 하에서 추진되는 정책과 교원평가제는 모두 연장선 속에 있다. 교육의 시장화, 경쟁을 통한 학생, 학교, 교사의 줄세우기 교육이 그것이다.

이념에 따라 다르게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교육의 시장화, 혹은 경쟁을 통한 줄세우기 교육이 한국 사교육 시장을 어떻게 팽창시키고 있는지는 굳이 논증이 필요한 사안이 아닐 것이다. 당장 국제중학교 설립을 두고 벌어지는 사교육 전쟁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게 만든다.

이미 한국의 교육은 경쟁을 도입하면 도입할수록 교육의 본질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천민자본주의의 먹이가 되고 있다. 줄세우기는 교육은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전인교육을 무너뜨리고 교육을 황폐화 시킬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신자유주의화가 진행이 될수록 전교조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진다. 어쩌면 독재 하에서 해직의 아픔을 느끼며 싸움을 진행할 때보다 더욱 어려운 처지인지도 모른다. 학부모와 학생이 개별적 이해관계에 매몰된다면, 거기에 참교육이 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전교조 조합원의 감소, 참교육에 대한 이야기 등등이 나올 때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가 참교육을 원하는가? 머릿속 이상으로는 모두가 참교육을 원하기는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참교육은 실종된 지 오래이다. 남은 것은 입시교육이고, 내 자식이 번듯한 대학을 나가서 번듯한 직장을 얻는 것이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숙원이다. 이런 숙원 속에서 참교육은 사치일 뿐이다.

이런 교육 현실 속에 교원평가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교조가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 줄세우기도 모자라 교원 줄세우기까지 시작된다면 그에 따른 폐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무도 참교육을 바라지 않는다

연가투쟁에 돌입한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학교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며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는 학부모들. 전교조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 회복이다.
 연가투쟁에 돌입한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학교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며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는 학부모들. 전교조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 회복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인철 대변인이 지적했듯이 문제는 '국민과의 소통'이다. 옳건 그르건 간에 국민들, 구체적으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교원평가제를 원하고 있고 이것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소통이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서울대 폐교론을 주장하면 고등학교 2학년 이하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모두 반대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모두 자신의 자녀들이 서울대를 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기 때문이다. 개별적 이해관계를 촉발하는 신자유주의 교육 이데올로기가 가지는 무서운 헤게모니다.

이런 상황에서 참교육을 꿈꾼다는 것은 그야말로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길 기대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참교육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오직 교사들만이 이야기할 뿐이고, 교사들이 이야기할수록 참교육에 대한 열정으로보다는 조직이기주의로 사안을 바라본다.

개별적 이해관계 추구에 기반하고 있는 왜곡된 교육구조를 어떻게 밝혀내고 시정해 나갈 것인가?

내가 보기에 정답은 자기희생이다.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편한 직종의 교원들이 평가를 거부한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교원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중에는 "우리는 어려운 경쟁구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너희 교사들은 편하게 경쟁의 무풍지대에 살고 있다"는 질시도 포함되어 있다. 비정규직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학부모를 만나 상담을 하다보면 그들의 부러운 시선을 느낄 때도 많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 교사들의 상대적 지위가 높다는 판단이 설수록 참교육을 외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교사들의 지위가 높아지는 것을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교육운동의 관점에서는 조건이 오히려 열악해진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모두 다를 얻을 수는 없다. 교육운동이 게임화되어서는 안 되지만 운동의 현실적 조건에서 게임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은 현실이다. 결국 어떤 것을 얻어내고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할지 냉엄하게 결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리더에게 맡겨진 몫이다.

누가 뭐라 해도 교육운동의 리더는 전교조다. 지난 20년의 역사가 있고, 조중동이든 진보언론이든 전교조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그렇다. 참교육을 위하여 교사가 양보를 해야 한다.

교원평가제 받아안고, 일제고사 반대 나서자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끝난 후 '반전교조' 정서를 다루며 전교조의 변화를 촉구한 <시사IN> 48호 기사. 표지의 노출 제목은 '전교조는 왜 욕을 먹는가'였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끝난 후 '반전교조' 정서를 다루며 전교조의 변화를 촉구한 <시사IN> 48호 기사. 표지의 노출 제목은 '전교조는 왜 욕을 먹는가'였다.
ⓒ 시사IN

관련사진보기


대승적으로 교원평가제를 받아들일 때, 일제고사 반대와 국제중학교 반대에 힘이 실린다. 선생은 신자유주의의 독배를 받아마실 터이니,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에게서만은 이 독배를 피하게 해달라고 학부모와 국민들에게 설득을 해야 한다. 자기희생이 있는 주장만이 힘이 실릴 것이다.

때로는 교사 입장에서 억울한 것이 사실이다. 공교육의 폐해를 고스란히 교사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어디서 특A등급 학원 강사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교사의 평균 질을 논하는 모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그러한 짐도 교사가 다 떠안고 가야할 십자가인 것을.

"전교조는 왜 욕을 먹는가?"

조중동이 아니라 작년에 창간한 <시사IN>의 기사 제목이다. 진보 매체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보는 것은 참담하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어렵다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교사는 자신의 감정을 다 드러낼 수 없다. 학생들 앞에서 때로는 사랑의 매보다 절제의 미덕이 교육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지언정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는 빠른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또는 학부모가 교사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하고 당신과 당신의 자녀들만은 줄세우기에서 빠져나와달라고 이야기하자.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 조금의 울림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태그:#교원평가제, #전교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