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소. 이런 대목 시장 처음 보겠네요. 대목 밑장에는 쇠고기 소비가 더 많을 시기라 소값이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거꾸로요."
10일 이른 아침 경남 함안가축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뱉은 말이다. 소비자들이 사다먹는 한우 고기값은 올라가는데,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소값은 떨어지고 있으니 나오는 반응이다.
한우고기값은 오르는데 소값은 내리막길
함안 우시장은 닷새(5일·10일)마다 열린다. 농민들은 앞 장보다 소값이 더 떨어졌다고 하소연이다. 이날 이 시장에서는 송아지를 비롯해 총 50여마리가 거래되었다. 함안축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거래는 지난 장과 비슷한데 값은 평균 5만원 정도 내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6개월 암송아지는 140만원에 거래됐다. 닷새 전보다 10만원 내린 값이다. 도살장으로 팔려갈 고기용으로 사용될 소값도 내렸다. 고기소는 닷새 전에는 1㎏당 6700원 했는데 이날 시장에서는 400원 내린 6300원에 거래되었다.
장부를 정리하던 함안축협 직원은 "대목 장이다보니 소가 많이 나온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사료값도 많이 올라 그런 것 같다"면서 "함안에서는 추석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장인데 파는 사람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
팔러 왔다가 흥정이 되지 않아 소를 도로 트럭에 싣는 50대는 담배연기를 깊게 들이키며 말했다. "이러다 축산인 다 죽겠네요"라고.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저기 가서 국밥이나 묵고 가라"며 위로했다. 그러자 50대는 "국밥에도 소가 들어갔잖아요, 못 팔고 도로 몰고 가니 밥도 목에 안 넘어갈 것 같아서 그냥 갑니다"고 대답했다.
국밥 먹고 가라고 했던 사람한테 소비자들이 사먹는 한우 값은 비싼데,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소값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유통 탓도 크다고 분석했다.
"요즘 물류비도 엄청나잖아. 기름값도 장난 아니지. 운반비도 많이 드는 거라. 도축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고. 한우를 소비자들 손에 쥐어주기까지 과정이 많이 들어가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 거지. 물가가 높으니까 산지 소값이 내려본들 소비자들한테까지 기별이 안 가는 거지."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잘라버렸다. 한 걸음 물러나며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그동안 농민들이 정부에 대고 얼마나 많은 말을 했나. 어느 것 하나라도 속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잖아. 말해 봐도 소용없는 거지"라는 대답이다.
"소 팔아봐야 몇달 사료값도 못 건져"
한 농민은 2년 전과 비교해 소값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설명했다.
"지금 500㎏ 소는 33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2년 전 송아지를 250만원에 입식했다. 2년간 사료값만 따져보니 200만원이더라. 그러면 다른 인건비 등은 보태지 않더라도 순수하게 들어간 돈만 450만원이다. 지금 그 소를 팔면 120만원 적자다. 전국 대부분 축산인들이 이런 처지일 것이다."
소 40마리를 키운다고 한 농민은 "죽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사료값만 10만원씩 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사료비가 올라가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가고 있다.
"40마리 키우는데 하루 사료값 10만원 들어갑니다. 한 달이면 300만원이죠. 한 달 지나면 소야 그만큼 더 크겠죠. 그러나 300만원을 벌어도 시원찮을 판에 소값은 더 내리니 환장할 노릇이죠. 참새도 죽을 때 '짹' 하는데 축산인들 이러다가는 한우 종자를 다 놓아버릴 수도 있는 겁니다."
한우를 밀가루와 비교해 설명했다.
"옛날에 보리며 밀은 심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요. 밀을 심지 않다보니 지금은 밀가루를 전부 수입하고 있잖아요. 밀가루 값이 얼마 오른지 아세요.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3kg짜리 밀가루가 2600원 했는데, 지금은 두 배로 올라 5200원 합니다. 조금 있으면 한우도 그 모양 되는 거죠."
김우석(63)씨는 "사료값이 장난 아니다"며 "소 키우는 사람들이 송아지를 더 사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농민들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며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가 거짓말 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들은 정부가 하는 정책을 반대로 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삼식(67)씨는 "송아지 70마리를 키우는데 다 팔아봐야 본전이 되지 않는다"며 "몇 달 동안 먹인 사료값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송아지 생산안정제'에 대해서도 농민들은 할 말이 많다. 경남지역의 경우 송아지 값이 165만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최고 30만원까지 보전받을 수 있다.
중매인 홍순만씨는 "그동안 안정제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지난 장부터 160만원 이하에서 거래되는 송아지가 나오고 있다"면서 "함안에서 그 정도면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함안가축시장 중매인 회장인 안금준씨는 "수입 쇠고기 들어오고부터 소값이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어떻게 보면 광우병 시비가 쇠고기 소비를 줄인 측면이 있어 축산인 입장에서 보면 악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으며, 어쩔 수 없이 외국 농산물을 수입하더라도 농촌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운 뒤에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함안가축시장이 파한 시각은 오전 7시 30분경. 이전에는 소를 사고 판 사람들이 앉아 국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우시장 분위기는 썰렁했다. 며칠 있으면 1년 중 가장 풍성해야 할 한가위인데, 우시장은 그런 기대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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