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용규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거의 매일 인천과 서울 여의도를 오가고 있다. 인천공항 민영화가 확정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을 만나 '민영화 반대론'을 설득하러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은 끝났고, 지금은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는 중이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인천공항 민영화를 반대하기 어려운 처지여서 강 위원장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민간자본에 놀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
"인천공항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면 부담스러울 필요 없지 않나?"10일 여의도에서 만난 강용규 위원장은 인천공항 민영화를 '매국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인천공항을 민영화하려는지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공항을 왜 민영화하려고 하는지는 정부만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권이야말로 '포퓰리즘 정권'이다. 효율성도 최고이고 정부에 재정 부담도 안 주는 인천공항을 민영화할 이유가 없다."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은 알짜배기 공기업인데 (외국자본 등이) 이걸 민영화해서 먹으려고 한다"며 "정부가 민간자본에 놀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정통한 맥쿼리그룹이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맥쿼리가 각국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맥쿼리에 인천공항을 매각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될 만하다"고 말했다.
"우리 내부에서는 다른 외국기업이 인수할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 문제를 파고들어 '맥쿼리에 매각하려 한다'는 의혹을 터뜨렸고, 강만수 장관도 맥쿼리를 인수대상자로 언급했다. '맥쿼리 인수설'이 억측은 아니라는 얘기다."강 위원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서울지하철 9호선 1구간(김포공항-여의도-노량진-반포), 우면산 터널, 서울-춘천 고속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 등 인천공항과 밀접한 도로에 맥쿼리그룹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점을 들었다.
그는 "인천공항 인수에 관심이 없다면 맥쿼리가 왜 그런 도로들에 투자를 했겠냐"며 "맥쿼리 인수설을 억측이라고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억측"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신임 사장과 맥쿼리 인수설을 연결시키는 것은 과도한 추측"이라며 "신임 사장의 사위는 맥쿼리에서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으로 근무하다 퇴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과연 '비효율적인' 공기업인가?"강 위원장은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고 경찰 업무를 세콤 등 민간경비업체에 넘겨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사회기반시설이자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인천공항을 민영화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론'을 폈다.
"이전에 민영화한 KTF·KT&G 등을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들을 민영화하면서 분명히 수익은 더 높아졌다. 하지만 고용은 줄었다. 민영화하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고용 창출 목표와도 거리가 멀다."강 위원장은 정부가 민영화 추진 근거로 내세운 '인천공항의 비효율성'에도 할 말이 많았다. 그가 기자에게 보여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삼성전자나 포스코보다 1인당 영업이익이 높은 알짜배기 공기업이었다.
"인천공항은 900여명의 인원으로 연간 1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1인당 매출액이 약 10억원이고, 1인당 영업이익이 약 5억원이다(2007년도 기준). 1인당 영업이익은 삼성전자(7000만원)·포스코(2억5000만원)·한국전력(1800만원)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 법인세와 주주이익배당금을 합쳐 1000억원을 정부에 돌려줬다."강 위원장이 설명하는 '인천공항의 효율성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천공항에서 고용한 직원의 86%에 해당하는 6170여명은 아웃소싱이고, 인천공항 소속 직원은 900여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제공항협회(ACI)가 주관하는 공항서비스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국제화물 처리 세계 2위, 국제여객운송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 <타임>로부터 '최고공항상'을 수상했고, 지난 7월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 톱 10 공항'에서 3위를 차지했다.
강 위원장은 "이런 알짜배기 기업이 어디 있냐"며 "이렇게 효율적인 기업이니 외국기업에서 인천공항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순리에 안 맞는 일을 하게 되면 나중에 꼭 게이트가 생긴다. (외국기업 등에서) 현 정권 실세에 엄청나게 로비하고 있지 않겠나? 이렇게 효율적이고 수익을 많이 내는 기업을 먹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평생소원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천공항은 다국적 기업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인천공항 민영화, 보수-진보의 이념대결 돼선 안된다"
특히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은 15년간 17조 7000억원을 투자해 만들었는데 이것을 민영화하면 동북아 허브공항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이라는 공적인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허브공항 전략은 국가정책으로 결정된 것이다. 그런데 민영화하면 그런 공적인 목표보다는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인천공항 민영화는 국가의 전략적 목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끝으로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 민영화 이슈가 이념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점을 크게 걱정하며 이렇게 호소했다.
"인천공항 민영화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로 풀어서는 안된다. 민영화가 되면 보수의 승리이고, 민영화가 안 되면 진보의 승리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것은 국익을 생각하는 세력과 국익에 반해서 헐값에 매각하려는 세력의 싸움이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국민이 나서서 민영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