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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2월 자살한 영화배우 고 이은주씨. 사진은 2004년 개봉한 영화 <주홍글씨> 기자회견 모습.
 지난 2005년 2월 자살한 영화배우 고 이은주씨. 사진은 2004년 개봉한 영화 <주홍글씨> 기자회견 모습.
ⓒ LJ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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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란 인생이 살만 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페스트> <이방인> 등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알베르 카뮈의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는 인생이 살 만 한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IMF 때보다도 2배나 더 많은 모양입니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모두 1만2174명으로 매일 33.3명이 자살했습니다. 각국의 연령구조를 감안해 조정한 OECD 연령 표준화 사망률에서도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24.0명으로 2003년 이후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20대와 30대의 경우 자살이 사망 원인 1위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탤런트 고 안재환씨의 안타까운 죽음과 지난 9일 이웃 일본에서 발생한 미스 도쿄 출신이자 전 TBS 아나운서 쿠사야나기 후미에(54)의 자살은,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자살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자살은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부과한 죽음입니다. 자살은 함부로 저지르거나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라 개인에게 심한 고통을 주는 위기나 어려움을 탈출하려는 하나의 시도입니다. 따라서 자살자는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를 한 번쯤은 시도합니다.

'자살론'으로 유명한 에밀 뒤르켐은 자살 원인에 대해 설명합니다.

우선 이기적 자살이 있습니다. 이는 한 개인이 한 사회에 밀접한 관계를 맺지 못하여 일어납니다. 일례로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등에 의해 자살하는 경우입니다. 이타적 자살은 개인이 사회와 너무 밀접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일본의 가미가제 자살이 예입니다. 셋째로 아노미적 자살이 있습니다. 아노미적 자살이 현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인데, 경제적 격변의 시기나 이혼과 같은 개인적 투쟁 상태에서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뒤르켐이 지적한 원인 이외에도 '내가 죽어줄 테니 너희들도 고통을 당해봐라'는 보복적인 내면심리가 바탕에 깔린, 타인에 대한 복수심이나 적개심으로 인한 자살도 있습니다. 또 자기에 대한 요구가 높은 사람이 자신의 기대수준에 현실이 못 미칠 경우,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로 인한 절망감, 주위 사람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죄책감 등으로 스스로를 응징하기 위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자살자 80%, 죽기 전 자살 의도 밝혀

자신의 차 안에서 연탄을 피워 자살한 고 안재환씨.
 자신의 차 안에서 연탄을 피워 자살한 고 안재환씨.
ⓒ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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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60%이상의 자살 시도자와 자살자들은 정신과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중 가장 흔한 것이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이고 다음으로 정신분열병, 알코올중독 등 약물남용입니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독신, 이혼자 등 주변에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 없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군에서 위험성이 더 높고 집안에 양극성장애, 우울증, 정신분열증, 알코올 중독, 자살 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또한 자살 위험성이 높다"면서 "최근 들어 스트레스가 높은 생활 사건이 많은 것도 위험요인의 하나이며 최근 1년 내에 자살시도를 한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100배가량 높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합니다.

흔히 우리는 자살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하규섭 교수는 "자살은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실제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80% 정도는 죽기 전에 자신의 자살 의도를 밝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자살하기 얼마 전에 주변사람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또는 성직자나 의사를 찾아가서 자살 의사를 직접 밝힌다"고 설명합니다.

즉 대부분 잠재적 자살자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자살 의도를 어떠한 방법으로든 밝힌다는 뜻입니다.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도 방법

주변에서 이렇게 자살의 증후를 보이는 사람들을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규섭 교수는 "대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어떤 방법으로 죽고 싶나? 구체적으로 자살방법을 계획하고 실제 시도해 본적도 있나?'하고 직접적으로 묻는 것은 자살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자살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서 직접적으로 자살에 대해 물어보기를 권합니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며 현재 자신의 상태와 자살충동에 대하여 외부로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로써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으며 이런 내용의 대화는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자살만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님을 알려주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가족 간의 불화로 이러한 도움이 어려운 경우라면 친구, 의사 혹은 평소 위기에 처한 사람이 신뢰하는 사람의 조언을 받는 것도 좋다"고 설명합니다.

자살 예방, 주변에 대한 관심이 최우선

한편 '자살 핫라인'으로 불리는 생명의 전화(1588-9191)도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 마음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막상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어도 그 순간만 넘기면 금방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생명의 전화는 24시간 운영되므로 이를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규섭 교수는 "자살을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이웃에 관심을 갖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야말로 자살에 대한 최상의 해답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자살은 예방이 최우선입니다. 예방 중 가장 좋은 건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자살을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회 전체적으로 이웃에 관심을 갖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할 시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자살, #안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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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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